요즘 재미있게 푹 빠져 읽고 있는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에서 골드문트는 수많은 고민에 휩싸인다. 그에게 있어 성자와도 같은 나르치스의 손을 뿌리치고 방랑자의 생활을 하면서부터, 그의 순수함은 여자에 대한 집착과 충동적인 살인과 화려한 언변으로 퇴색되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는 점점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확실히 알아나가며 성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중에 그의 고민 중 하나가 지금 나의 고민과도 너무 비슷하여 써 본다.


성실을 지키기 위해 관능의 쾌락을 잃지 않았던 남편이나 가장이 있었으며, 자유와 위험을 잃을 염려로 가슴을 시들도록 내버려둔 안주자가 있었을까? 아마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아직 그런 사람을 보지는 못했다.

  이 지상의 모든 존재에 관한 한 그와 같은 이원적 대립에 그 근본이 있는 것이다. 여자가 아니면 남자이고 떠돌이가 아니면 안주자며 이성적이 아니면 감정적이었다. 숨을 들이마시면서도 내뱉고, 남자이면서도 여자가 되고, 자유를 원하면서도 질서를 바라고, 충동적이면서도 정신적이 된다던가 하는 그런 이원적인 것을 동시에 충족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한 가지를 위해서는 다른 것을 잃어야만 하는 희생이 있으며, 또한 그 한 가지는 다른 것만큼 중요하고도 열망할 가치가 충분히 있는 것이 아닌가?



특히 나는 충동적이면서도 굳은 정신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왜 이렇게 그게 힘든지 모르겠다. 특히 사랑에 있어서는 더 그렇다. 지난 1년간 나는 '나를 놓아주는 법을 찾아서..'라는 일종의 슬로건을 내걸고 스스로를 바꾸어 왔다. 지금은 지난 과거에 비해 상당히 개방적인 사람으로 바뀌었고 말수도 많이 늘었다. 하지만 이 가슴 속에서 들끓는 본능, 잠을 자기 전 마음껏 상상함으로써 펼쳐지는 그 달콤한 세계를 현실 속에 실천하는 일은 정말 힘들다. 내 안의 초자아가 나를 억누르는 걸까? 정말로 두 가지 성격을 모두 지닌 사람이 될 수는 없을까?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나는 계속 사람들과 부딪칠 것이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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