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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독일의 통일이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었고, 선진국이라고만 막연하게 생각했던 서독 또한 혼란한 90년대 초에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본(Bonn) 정부의 수많은 실책과 헬무트 콜 총리의 정치선동적 측면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사민당 부총재와 1974-1982년의 연방총재를 지닌 헬무트 슈미트는 이 책에서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부터 이듬해 10월 3일 통일 독일이 선포된 날까지의 수많은 대외관계 정립과 그 이후 차츰 전개되며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던 서독의 재정이전과 양 독일의 경제통합에 관한 사건들을 서술한다.

  동독의 생산성은 서독의 3분의 1 수준이며 자본량이 4분의 3 정도밖에 안 된다는 사실, 그리고 그러한 불균형에 따라 독일의 통일이 동독에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안겨다 주었는지를 이 책은 분명히 밝힌다. 저자의 의견에 따르면 90년대 초의 경제정책의 실수는 모두 서독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동독을 서독으로 편입하기 위해 억지로 1동독 마르크를 1서독 마르크와 같은 비율로 환율을 적용하여 동독 마르크의 터무니없는 평가절상을 가져와 동독 상품(여기서는 동독 자동차 트라비를 예로 들어 서독 자동차 폭스바겐과 비교한다)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동독의 실업률을 19%까지 높였으며 국가적 인플레이션과 재정 적자 및 국가 부채의 증가를 낳은 점은 헬무트 콜 총리의 통일에 대한 무관심이 가져온 최대 실책으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동독 주민들에 대한 사유재산 반환이 사회민주적 복지정책을 통해 보상 형식으로 제공되지 않고 무리하게 현금 그대로의 반환으로 제공되었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되었다. 지금도 동독과 서독 사이의 경제적 격차는 존재하며 슈미트는 그 둘의 생산성이 동일해지려면 2010년이 되어야 한다고 예상한다. 그리고 지속적인 서독의 동독에 대한 재정 이전과 도덕적 차원에서의 수많은 원조를 지지한다.

  신연방주 6개(베를린을 포함)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 서독 정부는 불필요한 법을 만들기도 하였지만, 나는 서독 정부의 노력에서 정치가 한 국가의 경제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 모든 것을 시장에만 맡기면 될 것이라는 기민-기사당 연합 정치인들의 안일한 생각은 동독의 심각한 경제적 격차에 대한 무관심을 초래했고, 이에 따라 자유시장 경제체제와 경제통합은 기존의 동유럽과 러시아와만 거래를 하며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유지하고 있던 동독에 크나큰 상처를 주었다. 그러나 곧 이를 시정하기 위하여 정부는 신연방주 정부가 연방법에 구속받지 않도록 하는 특별법을 제정하여 동독 정부만이 누릴 수 있는 보다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촉진하였고, '가진 자가 먼저 도와주는 것은 당연하다'라는 이웃 사랑의 정신을 바탕으로 재정 이전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정부 중심의 경제활동 조정이 이루어졌고, 통일 독일의 정치인들은 선거나 정당 내 혹은 정당 간 갈등에 관한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경제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실로 정치가 경제에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이 책은 분명히 보여주었다. 그래서 이 책은 정치외교학과에 다니는 나에게 더 뜻깊게 다가왔다.

  책에서 헬무트 슈미트는 일관되게 독일이 가진 과거의 역사를 조심스럽게 다룬다. 따라서 1989년 독일 통일이 이루어질 당시 체결된 2+4조약(서독, 동독, 영국, 미국, 프랑스 그리고 붕괴 직전 소련 사이에 만들어진 통일 독일 재건에 관한 조약)에서 조지 H.W. 부시 대통령과 헬무트 콜 총리의 공동의 노력이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말하며 그와 동시에 독일과 폴란드 사이의 국경 분쟁을 적시에 마무리하지 못한 서독 정부의 실수를 짚고 넘어간다. 또한 그는 독일의 '민족' 개념을 다시금 재정립하여 서독과 동독이 힘을 합친 연대 정신으로 경제활동에 신뢰를 만들어나가 양 독일 사이의 격차를 점차 좁혀가고 서로 돕는 경제를 만들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주변국의 '독일의 민족국가화'에 대한 우려, '인구 8000만의 세계 3위 경제대국으로의 군림'에 대한 우려 또한 서술하여 독일의 발전은 언제나 주변국들과의 끊임없는 외교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하고 있다. 과거의 죄를 인식하고 언제나 주변을 둘러보는 섬세한 마음가짐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특히 프랑스와 폴란드는 이제 독일의 최대 우방국이 되었으며 유럽 연합을 통한 '하나의 유럽'으로 서로 손잡고 있다.

  전 고위 정치인으로서 국내와 국외 주요 인물들과 대화한 내용, 주변 인물들과 정부가 추진한 정책의 구체적 내용, 그것들을 지켜보면서 느낀 자신의 생각들을 버무려 17개의 수기와 연설문으로 펼쳐낸 이 책은 경제학과, 정치외교학과, 행정학과 그리고 법학과에 소속한 대학생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아울러 독일의 통일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책의 부제목처럼 '결산하며 전망'함으로써 이 책은 우리나라의 통일에 대한 해답도 넌지시 암시하고 있다. 책 표지도 이쁘고 내용도 충실한 참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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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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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 신분으로 음악을 듣는 일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취미생활이요 여가입니다. 정말 남녀 불문, 전공 불문하고 라이프스타일이 골방 중심이든 번화가나 술집이나 클럽 중심이든 상관없이 모두가 음악을 듣는다는 사실은 똑같습니다. 하지만 요즘 불법 음원 다운로드 근절 운동이 벌어지고 있고 한편으로는 CD 구입을 독려하기 위해 이쁜 모양의 자켓과 음반 판매 관련 특혜가 많아지고 있으며 정식으로 디지털 음원을 판매하는 가수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모두들 인정하는 P2P 서비스와 블로그/카페 등을 통해 음악을 듣는 방법이 있지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 지금 우리의 현명한 '음악 조직 방법'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모두 음악을 듣고 인간으로서 미술과 체육과 음악을 삶의 즐거움의 측면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각자가 성격이 다르고 취향이 다르고 배경지식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듣는 음악은 다릅니다. 모두는 자기가 엄청나게 좋아하는 아티스트부터 절대로 듣지 않고 혐오하는 아티스트까지의 스펙트럼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컴퓨터와 상거래는 엄청난 발전을 이루어 음악을 우리 귀에 도달하도록 하는 방법은 아주 다양해졌습니다. 절대로 90년대처럼 라디오를 들으면서 DJ의 선곡을 기다리거나 친구의 테이프를 A면 B면 2데크 카세트로 복사하거나 하는 일은 없어졌지요. 소비자는 능동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명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습니다. 음반사에서 CD를 내놓으면서 '음악은 무조건 CD 사서 들으세요. 역시 음질은 CD가 최고! 가수들은 음반을 사줘야 계속 노래를 해요' 라고 노래를 부르지만 솔직히 어떻게 그 사람들 말을 다 들어주겠습니까. 듣고는 싶은데 CD로 사기에는 좀 그러한 노래들도 많을 것이고, 그냥 맛만 볼테니 다 들어볼 수만 있게 해달라는 곡도 있을 것입니다. iPod이나 MP3에 저장하고 싶은 곡과 그렇지 않은 곡이 있을 테구요.


  저는 얼마 전부터 제가 듣는 음악을 3등급으로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에는 모든 음악을 무식하게 컴퓨터에 다 다운로드 받았어요. 소리바다, 송사리, LimeWire, 당나귀, 파일구리, 프루나... 갈 수 있는 다운로드 경로는 모두 가 보아서 다 받았습니다. 완벽주의 기질은 음악 다운로드에도 적용되어 앨범 전체를 다운받고 ID3 태그를 모두 가지런히 편집하여 일관된 파일과 폴더 이름 포맷으로 '내 음악' 폴더에 저장하여 iTunes 라이브러리에 올려놓고 그 기간에 들을 음악만 추려 iPod에 넣어둘 정도였습니다. (지금도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음악이든 그렇지 않든, 오래 들을 것이든 언제 한번 BGM 소스로만 사용할 것이든 상관없이 모든 음악을 공평한 조건으로 동등한 시간을 들여 다운받으려고 하니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 가는 음악에 대해서는 '내가 왜 이 음악까지 이렇게 공들여 받아 정리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악을 계속 받다 보니 하드 용량도 차고 외장하드까지 침범하는 이 마당에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그때부터 저는 결심했습니다. 음악을 3등급으로 나누어 CD로 구입할 음악, 시간을 투자하여 열심히 다운로드하고 정리할 음악, 그리고 스트리밍이나 블로그 등으로 잠깐 듣고 말 음악으로 나누었습니다.


1. CD로 구입할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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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달려가보자. 신촌의 명소 향음악사~)

- 기존 iTunes Library에서 별 5개인 곡이 7곡 이상인 앨범
- 평소에 우리 집 오디오로 들으면서 내 라이프스타일에 딱 맞는 분위기를 제공해줄 앨범
- 앨범 자켓이 너무 이쁘거나 혹은 그 아티스트만 떠올리면 즐거운 추억이 떠오르면서 행복해지는 앨범

  이러한 경우 저는 음악을 CD로 구입합니다. 특히 두 번째 조건이 충족될 때 앨범을 많이 구입하는 성향이 있어요. 이미 다운받아 놓은 음악은 '그냥 MP3로 계속 듣지 뭐' 하는 경향도 있는 듯합니다. 이렇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 앨범을 사서 모든 곡을 꼼꼼이 다 들을 음악의 경우는 직접 오프라인 매장에 찾아가 음반을 구입하고 엄청난 뿌듯함을 경험하게 됩니다. 돈은 많이 깨지지만, 다운로드의 경우처럼 쓸데 없는 정리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없고 멋진 앨범 자켓과 '진짜 정품으로 듣는 맛'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2. 시간을 투자하여 다운로드 받을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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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로 사기에는 좋아하는 트랙이 몇 안 되는 앨범
- 자주 들을 건데 오디오 CD로 틀 필요는 없고 MP3에서 별 다섯개 해놓고 한곡 반복 재생해도 행복한 곡
- 행사 음악이나 동영상 제작 시 BGM으로 자주 쓰는 곡
- CD로 사고 싶은데 너무 비싼 앨범 (한국 사람들이 잘 안 찾는 수입앨범)

  이러한 경우 저는 다운로드를 받습니다. 여러 가지 P2P 프로그램이 가장 신속하고 좋죠. 하지만 이 방법은 요즘 많은 제한을 받고 있습니다. 툭하면 '차단된 음원입니다.' '음원 협의중입니다.' 이렇게 나오면서 안 받아지거나 아니면 열심히 다운 다 받아놓고 '결제하시오' 하며 뻔뻔하게 나서니 말이죠. 그래서 그럴 때는 저는 정말 엄청난 인내심을 가지고 블로그 포스트의 첨부 음악이나 싸이월드의 배경음악을 틀어놓고 Sound Forge같은 프로그램으로 Stereo Mix 녹음을 합니다. 이게 정말 노가다죠. 하지만 음질 차이는 별로 없어서 자주 애용하고 있습니다.

3. 스트리밍 / 실시간 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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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 구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맛보기로 듣는 앨범
- 친구들이 들어보라고 해서 마지못해 듣는 음악

  이러한 경우 저는 스트리밍 서비스나 블로그 검색을 이용합니다. MelOn의 경우 월 3000원으로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받을 수가 있어요.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아 자주 이용하고 있습니다. 다운로드는 애초부터 하지 않기로 작정한 상태로 '평소에 노트북 앞에 많이 앉아있으면 그 때마다 멜론 플레이어 틀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멜론 플레이어를 이용하고 있는데 다운로드를 일일이 하는 것보다 훨씬 스트레스도 덜 받고 좋습니다.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북유럽 쪽 모던락의 경우 멜론에 없다면 인터넷의 블로그나 YouTube를 검색해서 들어봅니다. 그리고 제가 어떻게 보면 엄청나게 싫어하는 '매우 대중적인 한국 댄스 가요와 미국 댄스 가요'에 대해 주위 친구들이 '그거 완전 쩔어 너도 들어봐' 이럴 때는 마지못해 멜론 플레이어로 오늘의 차트를 들어가 듣곤 합니다.
  저는 워낙 소수 취향이어서 월간 Top100같은 차트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편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생각해보면 이러한 취향이 효율적인 조직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소수 취향이면 수요가 적고 스트리밍이나 다운로드할 가능성도 적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음반을 직접 구입하거나 발품을 많이 팔아 다운로드 받아야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음악으로 가면 갈수록 CD를 직접 구입할 일이 많아집니다. 음악을 다양하게 듣는 것을 사명으로 삼는 제가 만약 대중 취향으로 갈수록 노래를 좋아한다면, 보석처럼 숨겨져 박혀 있는 세상의 많은 음악들은 거들떠보지도 못하고 그냥 지나치게 될 테죠. 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고 희소한 가치에 투자를 할 줄 알기에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말구요. 헤헤

  이런 식으로 자신의 선호도에 따라 음악을 등급으로 나누고 그 등급에 따라 음악 취득 방법을 일대일 대응시키면 시간과 돈을 절약하고 최대의 가치를 끌어올 수 있을 것입니다. 저처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연주하는 것까지 취미로 삼는 사람들이라면 이 정도의 센스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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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 deb '푸른달효과' 3월 쇼케이스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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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잇과 포스트잇의 컴퓨터 버전인 ATNotes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참 많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 작은 공간에 너무 많은 정보를 넣어놓으려고 합니다. 한번 붙이면 그 자리에 계속 있지 않고 곧 떼어지며, 작은 공간이라는 포스트잇의 특성에 맞게 정보를 넣어 놓아야 할텐데 말입니다. 따라서 포스트잇 안에는 키워드, 참조 그리고 사소한 일정과 지시사항 정도만 적어놓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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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8년 3M의 과학자 Spencer Silver와 그가 만든 실패작 'Low-tack'을 보고 교회 성가곡 악보의 책갈피가 계속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그에게 달려가 새로운 주문을 부탁한 Art Fry의 합작품인 Post-it은 이미 세계적인 문구가 되었으며, 학생과 사무실 직원들에게는 필수품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포스트잇의 편리함 뿐만 아니라 포스트잇만이 담당할 수 있는 정보의 관리 기능이 사람들의 손에서 이 작은 종이를 놓지 못하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포스트잇의 편리함이 컴퓨터 중심의 학업/사무 lifestyle이라는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등장한 ATNotes와 같은 소프트웨어는 전세계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쓸 수 있는 가벼운 프로그램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아무리 멋진 디자이너가 예쁜 인터페이스와 편리한 조작을 바탕으로 한 메모 혹은 일정 관리 프로그램을 만든다 하더라도 다른 프로그램이나 기구로 간단한 메모 한장 남길 수만 있다면 그런 것들은 모두 불필요한 과정으로 치부될 것입니다. 바로 그 때문에 간단하면서도 사용자에 따라 마음대로 용도를 다양화할 수 있는 포스트잇이 지금도 살아남는 것입니다. 사실 포스트잇도 메모장도 Windows에 깔려있는 일정 관리 프로그램도 모두 다 결국 하나의 목적, '업무의 진행과 완료'를 위한 과정의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과정이 아름답고 보기 좋다는 것은 아무런 장점이 되지 못하죠. 사람마다 취향이 너무나도 다른 시대에 왔기 때문에 심플한 것이 더욱 각광을 받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컴퓨터 안에 잠든 windows 일정은 찬밥 신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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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Notes 다운로드 - 네이버 자료실

  포스트잇이나 ATNotes는 다음 두 가지의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일시적인 특성입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적을 때 그 적을 내용이 얼마 정도 지속되는가에 따라 적는 곳을 다르게 해야 합니다. 적어도 '지속성'의 측면에서는 다음과 같은 스펙트럼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속기간이 1일에서 1주일인 컴퓨터 메모장이나 핸드폰 메모장의 경우, 그곳에 적어놓은 내용이 1일이나 1주일이 지나면 쓸모없게 됩니다. 1달에서 3달인 프랭클린 플래너 Monthly 표지의 메모나 이달의 기록사항의 경우, 3달 정도를 넘기게 되면 다음 4분기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이전 기록사항에 대해 신경을 끄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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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트잇은 절대로 한 곳에 오래 붙여놓지 않습니다. 종이의 재질도 절대로 오래 보관할 용도에 적합하지 않으며, 외관에 있어서도 포스트잇은 멋지게 책꽂이에 꽂아놓을 수도 없고 수첩 안에 진열하듯 넣어놓는다고 생각하기에도 무언가 맞지 않습니다. 포스트잇은 한번 붙였다가 그것에 적어놓은 내용을 바탕으로 일을 수행하고 나서 망설임 없이 떼어서 휴지통에 버릴 종이일 뿐입니다.

  둘째는 작은 특성입니다. 제아무리 크기가 커봤자 가로가 10cm를 넘지 않기 때문에, 한글이나 워드 문서에 넣어야 적합할 것 같은 내용은 절대로 그곳에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포스트잇에 글씨를 쓸 때 굵은 펜도 곧잘 이용합니다. 심지어 유성매직도 등장합니다.

  그런데 우리 주위를 보면 이렇게 일시적으로만 벽이나 책상이나 다이어리 위에 붙어있다 곧 사라질 종이에 작은 글씨로 빽빽하게 많이 적어넣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다음달의 특정한 행사에 관한 정보를 상세히 적어놓을 거라면 차라리 바인더에 멋지게 달려 있는 다이어리 속지에 적는 것이 깔끔할텐데 그것을 굳이 포스트잇에 다 꾹꾹 채워넣으려고 가는 펜으로 작은 글씨를 새겨넣는 사람들을 저는 대학생들 중에서 꽤 많이 보았습니다. 특히나 요즘은 컴퓨터가 하도 좋아져서 자기 블로그에 정보를 스크랩해 놓거나 한글/워드 문서로 컬러풀한 그림과 함께 최종적인 문서로 정리해 놓을 수 있는데 그 내용에서 일부를 또 추려서 포스트잇에 따로 적어놓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필요없는 일을 괜히 하면서 비효율만 가중시키는 행동입니다. 겉으로는 열심히 사는 것처럼 보여도 냉정하게 따져보면 그러한 일을 하느니 차라리 저 옆에서 자고 있는 사람이 현명할지도 모릅니다.

  포스트잇이라는 매체에 담을 정보는 작은 정보여야 합니다. 작은 정보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겠는데, 물론 사람들의 취향이나 용도도 다양하기 때문에 이보다 더 많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포스트잇을 제대로 사용하는 원칙은 같습니다. 그곳 안의 정보는 '한번 보고 말 작은 정보'라는 원칙입니다.

1. 키워드
  방금 명령을 전달받고 3단계에 거쳐 어떤 일을 해야 할 때, 그 일의 가이드라인을 빨리 메모해 놓은 다음 그 메모를 보고 일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일의 진행 시간은 10분도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메모가 없으면 중요한 결정에서 실수를 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이럴 때 우리는 '1. 이것! 2. 저것! 3. 그것!' 식으로 아주 간단하게 포스트잇에 적어 놓습니다.
  또한 누군가가 나에게 부탁을 하는 전화를 했을 때, 나는 그가 부탁한 내용의 핵심을 포스트잇에 적어놓습니다. 부탁은 한번만 들어주면 되기 때문에 굳이 다이어리에 적을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일하는 장소 주위에 잘 보이는 곳에 포스트잇을 붙여 주면 그게 '과정의 도구'로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일 것입니다.

2. 참조
  하이퍼링크를 통해 인터넷이 더욱 발전하고 효율적인 정보 찾기가 가능해졌듯 오프라인에서도 참조는 매우 중요합니다. 책을 읽을 때도 색인이 있고 주석과 참고문헌 목록이 있습니다. 나중에 방문해 봐야지, 라고 결심하게 된 웹사이트, 나중에 검색창에 쳐봐야지, 하고 생각한 단어와 같은 것들을 포스트잇에 써서 잠시 붙여놓을 수 있습니다. 또한 핸드폰 전화번호부에 저장하기에는 특별한 인연이 없고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의 번호가 지금 당장 필요하다면 포스트잇이 최고입니다.

3. 사소한 일정과 지시사항
  몇시 누구에게 전화, 몇시 몇분에 누구한테 찾아가기, 무엇을 보고하기 등 프랭클린 플래너의 '오늘의 기록사항'처럼 자세한 내용을 적을 필요가 없는 일정과 지시사항은 포스트잇에 적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나중에 내가 몇월 몇일에 그 일을 했는지를 알 필요가 없을 때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일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면 플래너와 같은 시스템 다이어리를 활용하시고, 특별히 그럴 필요가 없다면 기록을 남기지 말고 일시적인 정보로 남겼다 잊어버리세요. 기록 많이 해서 좋을 것 없습니다.

  포스트잇의 편리함은 이루 말할 수 없고 앞으로도 계속 종이의 위대함은 영원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위대함을 잘 보존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효율적으로 물건을 사용하는 방법을 습관처럼 익숙하게 가지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시간을 아끼고 과정을 단순화하면서도 결과를 최대화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요? 물론 그렇게 한다면 쓸데없이 끄적거리는 시간이 줄어들고 즐거운 일을 하면서 쉬거나 놀 시간이 자연스레 많아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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