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으로서 하는 일은 다양한데 문제는 그 다양한 곳에서 여기저기 튀어나옵니다. 그것도 모두 사소한 문제들로, 해결하지 않으면 그 주위에 연관되어 있는 다른 것들도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이렇게 특정한 한 분야에서 여러 가지의 커다란 문제점을 안기보다는 자신을 중심으로 뻗어 나가 있는 다양한 집단, 역할, 관계 안에 들어 있는 잡다하고도 사소한 문제점들을 수시로 떠안으며 평일을 보냅니다. 적어도 문제점이라고 한다면 그 사람이 '일'이라고 여기는 집단과 역할 안에서 벌어지는 것들이겠지요.

  사소한 문제점들은 너무나 다양해서 한번의 집중으로 산재해 있는 모든 문제점들을 싹쓸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언제나 한번 집중을 했다가 곧 풀어지고 여기저기 문제점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한 우리들은 다양한 일을 동시에 할 때 기억력의 부족을 메모로써 보충합니다. 메모는 어디에나 할 수 있지만, 효율적으로 메모를 하는 곳은 따로 있습니다.

메모를 관리하는 데 시간이 걸리지 않아야 한다
언제 어디서나 메모에 접근하기가 편해야 한다
문제를 간결하게 적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그 문제와 연관된 상황, 그리고 가능한 해결 방안이 쉽게 떠오를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키는 곳에 메모를 하여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때 저는 프랭클린플래너 daily page의 '오늘의 기록사항'을 활용합니다.

  우선 항상 들고 다니는 것이 프랭클린 플래너이고, 어떤 일을 시작하든 간에 모든 업무의 시작에는 프랭클린 플래너의 daily page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종이 한장이 그날 제가 예약해놓은 자신만의 정거장이자 홈페이지인 것입니다. 따라서 문제점을 그날의 정거장에 가져다 놓으면 제가 어떤 일을 하고 있든 상관없이 일관되게 다양한 일과 관련된 문제점들에 접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A인데, 언제라도 A부터 Z까지의 일 중 한 가지 일 (예를 들어 K)에 연관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는 우리가 하루 중 일을 진행함에 있어서 하나를 잡고 끝까지 하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계획에 의한 일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세 끼도 챙겨먹고 친구들도 만나기 때문에, 사람답게 살다 보면 무작위의 일들이 들쑥날쑥한 무질서로 빠져들게 됩니다. 무질서 상태에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이긴 하지만, 주위에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있는 상황이라면 그렇게 태평하게 자연스럽게 있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쉬운 방법으로 다양한 일과 관련된 여러 문제점들에 접근해야 합니다. 가장 손쉽게 무질서에서 계획으로 옮겨오는 방법은 한눈에 들어오는 한 페이지 안에 여러 가지 잡다한 정보를 모두 넣어놓는 방법입니다.

  문제점은 발생한 시점을 기준으로 그날의 daily page 밑의 '오늘의 기록사항'에 써 놓습니다. 그리고 그 문제와 연관된 상황은 '오늘의 우선업무'를 통해 드러나거나, 혹은 넓은 기록 공간에 부가 설명을 함으로써 잘 명시해 둡니다. 해결은 오늘 할 필요는 없지만 보통 이틀을 넘기면 안 됩니다. 어차피 이틀을 넘길 게 아니라면 daily page에 적어도 아무런 불편이 없겠지요.

  예전에는 문제점을 컴퓨터 메모장이나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놓았는데, 이 두 종류의 메모장은 모두 하루의 계획과는 자연스런 연관이 없는 매체라 잘 열어보지 않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오히려 문제점을 적어놓기에 바빠 안 적어놓고 열심히 기억하려 노력했다면 다 머리 속에 넣어놓았을 문제점들을 이곳에 적어놓아 까먹기만 하고, 메모장에 그 문제점을 적었는지도 모른 채 그대로 방치해 두곤 했습니다. 그리고 문제점은 언제나 발생한 시간과 발생할 당시의 상황을 잘 추적할 수 있도록 기록되어야 합니다. 아무런 추적을 위한 실마리도 없는 빈 페이지에 문제점을 덩그러니 갖다놓으면 그 문제점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도 감을 잡기가 힘들 것입니다.


문제들은 사소하고 많아서 문제입니다.
어쩔 수 없죠 뭐.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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