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So What 정기공연을 위해 만든 포스터.
아트팀 3명과 주영누나까지 합쳐서 (수민이는 대를 잇기 위해 후견인) 4명이서 각자 이렇게 목요일까지 후보를 만들어오기로 하였다
그때 얘기했던 어두운 푸른 하늘 유지하고 검은 실루엣으로 트럼펫 주자를 넣었고, 불그스름하게 요동치는 악보 (이건 무려 진짜 Miles Davis의 솔로를 적어넣은 Transcript다) 그리고 파일럿의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손목시계의 skeleton을 넣어 보았다. 노란색의 제목은 푸르딩딩한 멍 색깔의 하늘과 대조하기 위해 보색으로서 노란색을 사용한 것이고, 영문 폰트로 변형한 뒤 M과 s와 y의 끝에 브러쉬로 연장선을 긋고 400% 확대해서 폰트의 붓질을 그대로 옮겨오기 위한 노가다 작업을 했다.

고로 만드는 데 2시간 반 걸렸다. 흐흐흐


아래의 그림은 그동안 우리들이 치열하게 고민해온 흔적들
(클릭하시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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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sing Adobe Photoshop CS - Filter: Ink Outlines
2008년 10월 21일 늦은 11시 잠깐 쉬러 나왔다..

  공부를 하는 데 있어서 책상이 넓으면 넓을수록, 한눈 안에 들어올 물건의 개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효율적이다. 그만큼 더 풍부한 자료와 접한다는 뜻이고 흥미와 몰입을 유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달에도 어김없이 시험은 찾아오고, 나는 내 책상을 최대한 넓게 활용하면서 공부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이 상반된 감정의 활동을 최대한 즐기려고 한다. 마치 수백 개의 버튼과 레버와 스틱이 설치되어 있는 파일럿의 조종칸에 처음 탑승했을 때의 설렘과 같은 기분을 책상 위에서 간직한 채 지식을 찾아 비행기를 띄우듯 말이다. 

1 더 넓은 시야와 더 풍부한 정보를 가져다주는 인터넷 그리고 컴퓨터
  나는 수업시간에 나누어준 리딩 자료나 PPT, 교수님의 말씀 그리고 나의 필기만 가지고 공부해서는 그 과목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못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조금 더 많이 자료를 찾아보려고 한다. 때로는 수업 시간에는 언급을 하지 않은 자료를 읽어봄으로써 이미 언급한 중요한 몇 가지 사실들을 또렷하게 기억하는 데 도움을 받을 때가 있다. 이는 일종의 레버리지 효과와 비슷하다.
  브라우저의 여러 탭을 열 수 있는 기능은 참 편리하다. 이를 통해 내가 공부를 하는 시간 동안 항상 켜놓는 사이트는 구글과 위키피디아다. 리딩 자료나 PPT를 보면서 잘 이해가 안 되는 개념이나 용어를 검색창에 입력하여 그에 관한 상세한 설명을 읽으면 잘 이해가 안 되도록 설명해 놓은 수업 자료를 달달 외우는 것보다 훨씬 높은 학습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과연 맞는지를 새로운 자료를 찬찬히 읽어보면서 대조하고 검사함으로써 확인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2 현재 진행상황을 알게 해주는 프랭클린 플래너 데일리 속지
  하루의 공부할 범위를 여러 개의 작은 task로 나누어 하루의 업무 리스트에 적어놓은 다음 30분에서 1시간 단위의 하나의 공부 task를 끝낼 때마다 체크를 하면 성취감도 높아지고 현재 내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도 알 수 있어 마음이 편하다. 내일과 모레의 속지에도 이와 같은 자세한 task를 기록해 놓으면 미래에 대한 준비를 했다는 기쁨도 느낄 수 있다. 프랭클린 플래너의 나침반 마크에서도 알 수 있듯 시스템 다이어리는 사람을 한 방향으로 집중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다른 누군가에게 감독당하거나 까칠한 선임을 위에 두고 싶지 않다면 스스로 철저한 방향 설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혼자 있으면서 방해받고 싶지 않아 하는 나에게는 시스템 다이어리가 참 좋다.

3 리딩 자료 / PPT
  자료는 최대한 많이 꺼내놓는다. 특정 항목에 대해 공부할 때마다 관련된 자료는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꺼내 놓아 여러 개로 펼쳐 보아야 한다. 특히 주교재를 집에서 알아서 읽어오게 하고 수업 시간에는 PPT로 계속 나가는 수업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 이 두 가지 수업자료를 같이 대조해 보면서 공부하는 방법이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

4 쓰면서 공부하기 위한 메모장
  어디서 주워 들은 이야기 중에 혈액형 별 추천하는 공부방법이라는 내용의 작은 잡지의 한토막이 있었다. A형인 나에게는 쓰면서 공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데, 실제로 나에게 이게 효과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쓰면서 공부하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가장 효과적인 듯하다. 어차피 실제 시험은 쓰는 시험이지 말하거나 듣거나 읽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쓰면서 공부하기는 가장 실제 시험과 비슷한 형태의 경험이다.
  따라서 나는 리딩 자료나 PPT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읽은 것들을 이곳에 조직하여 풀어 써본다. 생각을 하고 고민을 하는 시간을 최대화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머릿속의 내용을 글로 단순히 옮겨 적는 프로세스는 최소화하여 가장 적은 시간에 가장 많은 항목에 대해 정리해 보도록 한다. 메모장으로는 이면지가 참 좋다. 어디에 써먹어야 할지 도통 생각이 잘 나지 않는 이면지를 아무 생각없이 버리지 말고 이런 일에 활용하면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뿌듯함이 밀려온다.

5 필기 공책
  나는 필기 공책은 따로 만들지 않는 편이고, 리딩 자료나 PPT의 여백에 작은 글씨로 빼곡하게 적어넣는 편이다. 관련된 내용은 한자리에 모아 놓아야 한다는 나의 원칙 때문에 굳이 같은 항목에 관한 설명을 두 가지의 틀에 나누어 넣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다. 아울러 필기 공책 위에 있는 망나뇽은 삭막한 책상 위를 귀엽게 만드는 데 한몫을 한다. 오늘은 정외과 교수님 방 서재에서 버락 오바마의 플라스틱 인형을 봤는데 무지 탐나더라. 미국에서 지금 엄청난 인기라고 한다.

6 다양한 색깔 펜
  여러 가지 색의 펜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는 이렇게 나의 공간인 집에서 여유롭게 물건들을 펼쳐놓는 경우밖에 없다. 1시간짜리 수업을 듣는 와중에 다양한 색깔 펜까지 꺼내놓기란 가능은 하지만 그리 큰 도움은 되지 못한다. 차라리 검정 펜만 가지고 줄기차게 필기를 해대는 것이 한가롭게 펜 색깔을 바꾸는 것보다 낫다. 그래서 나는 여유롭게 공부할 때에는 다양한 색깔 펜을 이용해서 많이 밑줄을 쳐보고 다이어그램도 그려보면서 이미 있는 자료의 조직에 힘을 쏟는다.

7 우유
  한달 전부터 나는 밤에 공부할 때마다 우유를 한 컵 마신다. 우유 안의 세로토닌 성분이 숙면을 촉진시켜 밤늦게까지 피말리며 공부를 해도 침대에 누웠을 때에는 잡생각 없이 바로 노곤함을 느끼게 해주고 숙면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해준다. 매스컴이 만들어낸 이미지인 스니커즈나 콜라보다는 몸에 좋은 우유가 백배 좋다. 아! 나는 우유는 냉장고에서 꺼내서 바로 마시지 않고 책상 위에 15분 정도 올려놓았다가 적당한 온도(공중화장실에서 손을 씻기에 적합한 물의 온도 정도)가 되면 컵에 따라 마신다.


  대학교에서 시험을 하도 많이 쳐봤기 때문에 (이번이 무려 7번째이고 과목 수로 따지면 지금까지 나는 35개 정도의 시험을 쳤다) 이제는 편한 마음으로 시험에 임하는 법이 무엇인지 나만의 방도를 어느 정도 뚫어 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나의 가장 큰 고민은 학점이 아니라 그 외의 다른 성취에 관한 것들이다. 특히 면접을 통해 들어오는 인턴십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쓰기 시작해야 하는지 하나도 잡히지 않는다. 혼자서 이렇게 판을 벌리는 일 말고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휘젓고 돌아다니는 일을 이제부터 하나씩 생각하고 연구해 볼 때가 온 듯하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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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 공부만 하거나 어떤 단조로운 일의 반복에 갇혀 있으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도 할 말이 별로 없다. '응, 나 요즘 그냥 쉬면서 학교공부나 열심히 하고 있지.' '외국어 자격증은 조만간 딸 계획이야.' 주변에도 재미없게 수동적인 입장에서 공부만 하는 사람들은 말이 별로 없고 화제가 나와도 재미가 없다. 나 또한 가만히 아무 생각 없이 살면 입에서 나오는 말도 허접해진다. 대학교의 사람을 두 부류로 나누면 화제를 만드는 사람과 화제를 전해듣고 반응하는 사람으로 나뉜다. 앞서 말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화제를 꺼내놓았을 경우에만 대화를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자기가 속한 써킷으로 되돌아가야만 한다. 침묵과 심심함만이 남아 자신을 감싸돌아도 그것은 자기의 안위에는 그리 큰 문제가 안 되기 때문에 이 문제는 가볍게 무시하고 지나가기 일쑤다. 재미없는 사람, 기계같은 사람이라는 인상은 다른 사람들에게 그대로 보여주는 채로 말이다.

  친구들 사이에서 할말이 많다는 것은 그 사람의 삶이 다채롭고 변화가 많다는 증거다. 수다스러운 성격은 단순히 그 사람이 지능이 뛰어나 백과사전이나 뉴스나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나 연세춘추나 패밀리가 떴다에 나오는 모든 정보와 이야기와 에피소드를 해박하게 알아놓고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일상 속을 건드리는 주변 사람과 사물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험 하나를 봐도 무표정한 상태로 단시간에 다 풀고 나온 사람과 이 과목을 위해 자기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기억의 단편으로 차곡차곡 쌓아놓고 힘들게 풀고 나서 그동안의 경험을 마구마구 쏟아낼 수 있는 사람 중 누가 더 재미있는 사람인지는 굳이 알아볼 필요가 없다. 성적은 앞의 사람이 더 뛰어나겠지만, 할말이 많고 화제로 전환 가능한 경험이 많은 사람은 대개 뒤의 사람이다.
 
  여기서 말한 뒤의 사람은 앞의 사람이 갖지 못한 경험을 훨씬 더 풍부하게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로 듣는 입장에 있는 사람이 웃고 즐거워하고 조롱하고 감탄할 만한 경험들을 이들은 가지고 있다. 친구와 여행을 가서 이상한 외국인을 만나 한바탕 곤혹을 치른 일, 여자친구에게 이벤트를 해주다가 실수를 했는데 결국 예쁘게 봐주었다는 하루의 사건, 소개팅 자리에서 선보인 비장의 특기, 전공과목 교수님이 자기에게 말씀하신 것 중 학생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웃긴 대목 등등, 화제로 전환 가능한 경험을 그들은 생활 속에서 꾸준히 섭취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로 풀어 내놓아 주었을 때 즐거움을 주는 이러한 경험은 언제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감정에 관련된 사소한 일의 집합일 경우가 많다.

  화제를 항상 가지고 있어야 살면서 사람 몇 명이 같이 모인 자리에 놓였을 때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장기적인 전쟁이라고 볼 수 있는 인생에서 적군에 대비해 실탄 몇십 발과 수류탄 몇 개 정도를 꼭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보이스카우트에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은 언제나 '준비'된 자세로 삶에 임하라는 뜻이었는데, 준비할 것들 중에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바로 화제로 전환 가능한 경험이다. 나는 꾸준히 단순한 써킷에 빠져드는 것을 경계하고 이러한 경험을 찾으러 산으로 강으로 뛰어다니는 사람인가? 아니면 혼자만이 누리는 수동적인 일상에 만족하며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잘 들어주기만 한다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사람인가? 이 고민은 내가 살면서도 진정 살아있는가 아닌가에 관한 고민으로 확장하여 생각해도 별 문제가 없을 정도로 중대한 문제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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