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의 사람들, 특히 여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자신을 기꺼이 무대 위로 밀어올리는 남자들이 있다. 커다란 목소리로 그 시간 동안만큼은 모임 속의 모든 이들을 단합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그들은,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으면서 점점 흥분해간다. 그들은 자신을 낮춤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사람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고 쌀쌀한 날씨에는 분위기를 더 띄우자며 먼저 외투를 벗고, 밤이 깊어갈수록 주위의 많은 사람들에게 한번씩 가까이 다가가 서슴없이 본능에 충실한 한마디를 던진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를 나름대로 헌신적인 사람으로 평가하고 그와 어느 정도 대화를 나누려 하면 그는 오늘 밤을 그냥 보낼 수 없다며 먼저 병나발을 분다. 몇 번 소리를 지르고 하늘을 향해 무의식적으로 욕을 해대고 남자 여자 가릴 것 없이 끌어안고 있다가 이내 그는 정신을 잃고 사람들 사이를 헤맨다. 그가 관심을 가졌던 많은 여자들은 아무런 로맨티시즘 없이 그와 약간의 대화를 나누다가 저 멀리 사라지는 그를 보고 이내 제 갈길로 다시 찾아간다.

  방금 이야기한 상상의 인물인 '그'가 조금 더 자신의 평소 이미지를 차분하게 관리해 왔다면, 게임과 장기자랑과 술과 같은 순간의 쾌락을 위한 도구에 심취하여 자신의 깨어 있는 정신을 죽도록 내버려두지만 않았다면 그가 관심을 가졌던 주위의 이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이성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남자는 적극적이어야 하지만 언제나 '그 이성에게 특히 매력적으로 보이는 남성의 이미지'를 굳건히 지키고 있어야 한다. 대학교의 MT와 같이 긴 시간 동안 같은 공간에서 유흥을 즐기는 활동 속에서 과연 주목받는 일이 가치있는지는 의문이다. 제 한몸 가눌 수 없이 대중의 박수와 환호를 먹고 사는 마당발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그의 적극적인 모습은 주변 사람들이 심심해하지 않고 즐거워하게 만들기 때문에 긍정적이지만, 즐거워했던 사람들은 너무나도 이기적이어서 적극적인 그 모습이 도를 넘어섰을 때 그에게 등을 돌린다. 이성의 경우 이 현상은 더욱 심하다. 동성 친구들은 자기 몸을 가눌 수 없는 그를 친구로서 동정심을 가지고 부축해 줄 수 있겠지만, 이성 친구는 그러한 부축을 선뜻 자원할 용기와 근거를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단체 속의 사람들이 함께 노는 '짧은' 시간에 '모두'를 대상으로 하여 적극성을 보이는 남자보다는 평소의 '긴' 시간에 '자신'만을 대상으로 하여 열심히 접근하는 남자에게 훨씬 더 큰 호감을 갖게 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자기의 이미지가 가벼운 이미지로 손상되어도 좋다는 인상을 풍기는 사람보다 굳건히 자신의 무거운 이미지를 고수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여자의 남자를 향한 농담과 비방과 조롱이 자연스럽게 먹혀들어가는 남자들이 연애에서 성공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남자들의 크나큰 착각 중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같이 술을 마시며 이야기했던 여자들이 자신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연속해서 보인다고 실제로 그 여자들이 자신을 좋아하는 것인 줄로 여기는 착각이다. 술을 많이 마시는 행위가 곧 적극적인 행위로 여겨지는 곳에서는 착각하는 남자들의 수가 배로 증가한다. 이들은 술을 마시면서 주목받는 이들이다. 그런데 앞서 말한 마당발의 성격을 띠고 동시에 이러한 착각을 한다면 그보다 어리석은 남자도 없다. 만약 자신의 성격이 소심하여 술을 매개로 좋아하는 이성과 친해지고 싶다면 반드시 장시간동안 다른 사람들의 간섭을 받지 않는 곳에서 이야기를 많이 해라. 혼란스러운 MT방에서 긴장이 풀어진 여자들이 바로 넘어올 것이라는 기대는 일절 하지 않는 것이 원래부터 옳은 방법으로 여겨져 왔다.


  적극적인 모습은 참 좋다. 놀라움과 기대감이 결여된 일상에서 잠시 사람들과 탈피하는 일도 좋다. 하지만 적극적인 사람은 평소의 자신의 모습으로 얼마든지 마음만 먹으면 되돌아갈 수 있는 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고 해서 자신의 좋은 측면을 강조하기보다 소수자나 약자의 모습으로 추락하는 모습을 강조한다면 주위의 사람들과는 동성과 이성을 불문하고 깊은 인간관계를 가지기 힘들다. 그리고 사람이라면 특별히 술을 조심해야 한다. 잠깐 동안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을 거닐며 사람들의 호응을 주도했던 이들이 몇 시간 뒤 저 뒷구석에서 비틀거리는 모습은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처량하다고밖에 말할 수가 없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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