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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교에 와서 새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 그들과 그냥 인사만 하고 지나갈 수도 있는데도 우리는 몇몇 사람들과는 한 번의 만남에 그치지 않고 계속 만남을 이어간다. 아무리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혼자 살 수 없다 해도 우리는 대학교에서 혼자 다녀도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고 대화를 하고 그와 친해지려 한다. 같이 조모임을 해서 만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권유나 강요에 의해 만나려는 것도 아니다. 그 사람과 조금 더 친해지고 싶고 그 사람을 자기와 같은 '사람'으로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에 만난다. 마주치고 같이 시간을 보내고 친해질 필요가 전혀 없는데도 그 사람을 계속 만나는 우리들의 모습은 가만히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우리들이 대학교에서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만나는 이유는 우리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다. 우리는 그 사람과 있으면 즐겁기 때문에 만나고, 그 사람과 내가 서로 도움을 줄 수 있으니까 만나고, 서로 물질적, 지적 요구를 충족시키고 이득을 가져다주니까 만난다. 과거에 같이 함께 할 수밖에 없었던 학연이나 지연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 과거에 함께 했던 일이 하나도 없어도 괜찮고, 그 사람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여도 괜찮다. 다만 위에서 말한 세 가지 이유는 반드시 충족되어야 한다. 우리는 마음 속에서 우리가 만나고 싶어서 만나는 사람과의 관계를 앞서 말한 세 가지 기준으로 저울질한다. 그리고 자연적으로, 우리 자신도 모르게 그 사람을 더 만나고 싶기도 하고 그 사람과 그만 만나고 싶기도 한다. 동아리에서 서로 생전 못 보던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서 '우리 친구하자!' 라고 해놓은 다음 그들 둘이 꾸준히 만날 것인지 여부는 그러한 기준이 충족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소개팅에서 만난 이성과의 만남도 마찬가지다.


  과거에 우리들 중 어느 두 사람이 서로 같은 집단이나 일에 소속해서 꾸준히 마주치거나 혹은 같은 고향에서 자라서 마주치지 않았다면, 그들의 만남의 초기 단계에서는 두 사람 모두 엄청난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안 만나도 되지 뭐. 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의 만남의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 계속 즐거움과 도움과 이득을 주어야 관계가 유지된다. 이러한 관계는 냉정한 Give & Take의 관계와 같이 보일 수 있겠지만 사람은 누구나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쉽게 자신의 참모습을 건네주지 않고 약간의 냉정한 태도를 취한다는 점에 비추어 보아 만남의 초반에는 이러한 냉정한 내적 판단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오히려 상대방의 냉정한 판단을 염려하면서 끊임없이 그 사람에게 즐거움과 도움과 이득을 주기 위해 자기를 갈고 닦은 다음 상대방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상대방은 그 사람에게 기쁨에 찬 표정으로 자신의 마음을 줄 것이다. 그리고 나서 그 사람과의 훗날의 만남을 기약할 것이다.


  인간이란 속으로는 이렇게 냉정하기 때문에 우리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 닦아야 한다. 그래야 단순한 우연을 지속적인 만남으로 이어갈 수 있다. 우리들은 나이를 먹고 넓은 사회로 나갈수록 오랜 환경적 요인에 따라 형성된 관계보다는 호감과 능력과 '나를 도와줄 수 있는 마음'을 분석해서 형성한 관계를 더욱 많이 갖게 된다. 그만큼 타인이나 외부 환경에 의해 만들어진 관계가 아닌 나 자신이 스스로 결정해서 만드는 관계가 많아진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자기 관리와 자기 쇄신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당신이 넓은 세계에 나와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엄청 많을지라도 그 사람들은 당신과 예전에 한번도 만나지 못했던 '남'이라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길 바란다. 그리고 서로 남이었다가 친구나 애인 사이로 바꾸는 과정에 즐거움과 도움과 이득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선행된다는 것도 염두에 두길 바란다. 이것은 결코 슬픈 사실이 아니다. 우리가 삶 속에서 끊임없이 발전해 나가야만 하는 이유를 제시해주는 고마운 사실이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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