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몸살이 나 아프거나, 과도한 공부로 정신이 지쳤을 때 평소보다 일찍 잔다. 그리고 일찍 잔 사람은 평소보다 오랜 시간을 깊은 수면으로 보낸다. 수면은 너무나도 깊어서 우리는 평소 접하지도 못했던 꿈을 경험하게 된다. 이것은 어제의 경험을 통한 나의 추측이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았을 때 전에 있었던 숙면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생각났다.


어제 드디어 홍대 드럼스테이션에 등록을 했다. 일주일에 2번, 한번 할 때 최대 2시간 연습할 수 있는 1달짜리 회원권을 구매한 것이다. 우선 열심히 드럼을 쳐보고 3월에도 계속 나의 운동과 취미를 위해 드럼을 계속할 것인지 결정해 보겠다. 엄마와 이야기를 해 보았는데 나중에 밴드에 가입할 때에는 매우 중대한 문제를 다루듯 신중해야겠다고 다짐했고, 따라서 지금의 드럼 연습은 일단은 개인적인 측면에만 한정된다.


문제는 어제 낮에 1시간동안 드럼을 쳤는데 그것이 기폭제가 되어 그전 3박4일간의 교회 수련회가 가져온 피로를 증폭시켜 나에게 안겨주었다는 것이다. 교회 수련회가 끝난 뒤, 나는 그다지 졸리지 않아 평소처럼 컴퓨터로 인터넷을 둘러보고, 위닝을 하고, 프랑스어 책을 읽었다. 그때까지 괜찮았던 나는 어제까지 열심히 못하던 공부를 했다. 그러나 피로와 그것이 유발하는 몸살기는 소리없이 찾아오는 법이다. 드럼 연습을 무진장 해서 입고 있던 스웨터 속에 땀을 조금 흘리고 그 상태 그대로 지하철을 한 시간 동안 타고 왔다. 약간 힘들어하는 나의 몸 속에 면역체계가 조금 방심하고 있던 사이 몸살기가 온몸에 퍼진 것으로 짐작된다.


그래서 결국 어제 10시에 일찍 잤다. 그후 현실 세계에 무엇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나는 나의 행동과 언변이 아무런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터져 나오는 꿈의 세계로 들어갔다. 내용은 대략 이렇다. 강남의 한 백화점에서 나를 도와준 아주머니를 만나고 어두컴컴한 밤에 헤어졌는데 나의 소중한 지갑이 없어졌다. 다음날 나는 친척에게 받은 명품 지갑을 잃어버리고 처음에는 그 아주머니를 의심했다. 하지만 아주머니는 이미 떠난 상태고, 아주머니의 연락을 취할 수 없어서 카드 분실 신고나 하고 있다가 마침 전화가 왔다. 아주머니의 전화였다. 자기네 집으로 와서 자녀 둘의 공부를 도와달라는 것이다. 그래서 약 한 시간 동안 아들과 딸의 공부를 봐주고 다시 지갑을 찾으러 백화점으로 떠났다. 백화점에서 나의 모습을 본 한 안내원이 내 지갑을 주면서 '여기 주민등록증의 사진을 보니까 손님 것 같은데 맞으시나요?' 하고 말했다. 아주머니를 괜히 의심한 나에게 조금은 죄책감을 느낀 순간이었다.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난 나는 허둥지둥 내 지갑부터 확인했다. 지갑이 그 자리에 있어서 신기할 정도로 꿈은 현실적이었다. 장면과 장면 사이의 연결이 잘 되고 나름대로 합리적인 설명이 가능한 꿈이었지만 이것이 결국은 '개꿈'이고 아무런 의미를 갖고 있지 못한다고 나는 확신한다. 지갑은 왜 없어졌는가, 아주머니는 왜 내가 백화점에 있을 때 물건 구입을 도와주었는가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현실의 상황을 끌어와보아도 아무런 실마리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나의 확신은 뒤집어질 수 있다.


몸살이라는 것은 사람의 육체를 힘들게 하지만, 평소에 잠자고 있던 정신을 깨워준다. 아픈 사람은 다른 운동에 다시 참여하기는 힘들지만 영적으로 성숙해지기 위한 기도를 하거나 심오한 학문에 대한 공부를 할 때 더 열의를 갖는다. 육체가 굴복하여 일찍 잠들면 활발한 정신이 활동을 시작하여 꿈의 세계로 사람을 인도한다. 이세상에는 현실이라고 부르는 것들로만 작동되지 않고 설명되지 않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 아직 학문적인 탐구에 자신이 없는 나는 나의 믿음을 통해 초월자 하나님에게 이러한 모든 일의 통치권이 달려 있다고 확신할 것이다.


2007.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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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07년 5월에 나는 지갑을 진짜로 소매치기 당했다.
이제 와서 이 글을 읽으니 섬뜩한 기운이 온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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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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