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2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중간에 조금씩 쉬어가면서 작년 6월 있었던 우리 고등학교 축제 동영상을 편집하였다. Ulead VideoStudio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금방 동영상을 만들 수 있다고 1394 하드웨어를 비롯한 여러가지를 산지는 3년도 더 되었지만, 실제로 그 도구들을 가지고 동영상을 제작해본 적은 없다. 고등학교 공부도 있기 때문에 제작까지 많은 노력과 시간이 요구되는 영상편집은 계속 미루어 왔지만, 이제 시간이 많아서 1월 안에는 꼭 민족제 동영상을 편집하여 DVD로 굽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나는 초보적이고 단순한 홈 비디오 식의 동영상은 만들기 싫었다. 흔히 많은 사람들은 좋은 캠코더를 사서 서투른 촬영 솜씨로 중요한 행사를 촬영하고, 나중에 친척들이나 친구들에게 그 촬영 테이프를 아무런 터치 없이 그대로 보여준다. 중간에 불필요한 영상도 있고 아무래도 현장에서 직접 촬영한 초본이기 때문에 가지런하지가 못할텐데 사람들은 편집을 하지 않는다. 기억에 오래 간직할 소중한 영상은 정성들여 편집하여 영원히 보관하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나는 결국 이번에 나의 욕망을 분출했다.


내가 사용한 프로그램은 너무나 기본적인 기능만 가지고 있고, 공중파 다큐멘터리 수준의 영상을 만들기에는 미흡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따로 다른 프로그램을 열거나 스스로 프로그램이 지원하지 못하는 계산 작업을 해야만 했다. 특히 자막을 삽입하고 육성과 싱크를 맞추는 작업에서는 밀리세컨드 단위까지의 수많은 시간 계산이 동원되었다.


나의 노력을 최소화하면서 최대한 프로다운 영상을 만들기 위해 나는 미니멀리즘의 가치관을 영상편집에 투영했다. 초보자용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에서 지원하는 화면 전환 효과, 화려한 글씨 등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은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지만 전문성이 떨어져 결국 쉽게 질린다. 그래서 나는 부족한 실력으로 차라리 단순한 구성으로 영상에 자막이나 음악 등을 덧씌우기로 애초에 작정을 했다. DVD까지 다 구운 다음에 생각해 보면 참 잘한 일이라고 본다.


민족제 동영상은 나의 누나가 학교 체육관에서 캠코더로 찍어준 50분 분량의 영상이다. 이것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영상의 두 가지 주제인 '스포츠댄스 공연'과 '민족가요제 밴드공연'으로 영상의 테마를 좁혀나갔다. 미스민족과 같은 다른 행사도 고려하였고, 최대한 나와 나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기분좋은 영상만 뽑아서 37분으로 정리했다. 오프닝 음악도 넣어주었고, 마지막의 엔딩크레딧도 삽입하여서 한 편의 '인간극장' 같은 동영상이 만들어졌다.


이번 동영상은 나와 비슷한 행사에 참여해 활동하고도 멋진 동영상을 갖지 못한 이들을 위해 만들어졌고, 나와 친구들 모두가 공유하는 고등학교의 추억을 상징한다. 민족제의 스포츠댄스팀과 밴드팀에 속한 사람들은 이 동영상이 최고의 선물로 다가올 것으로 나는 확신한다. 나에게도 이 동영상은 예상을 넘어선 희열을 안겨주었으니 틀림없다. 곧 2월 9일이 찾아와 나는 2월에 신학기를 시작하는 친구들을 찾아간다. 그때 친구들에게 이 DVD를 건네주고 친구들을 모아 함께 영상을 보면 지금 그보다 즐거운 일이 없을 것이다.


2007. 1. 30.

'Cafe Macchiato > 주인의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깔끔해지는 서울  (0) 2008.07.27
푹 쉬면 꼭 이상한 꿈을 꾼다  (0) 2008.07.27
오늘은 고독한 날이다  (0) 2008.07.27
아로마테라피  (0) 2008.07.26
초봄이 아닌 한창일 때의 봄  (0) 2008.07.26
Posted by 마키아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