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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자가 한 말 중에 '내가 나비 꿈을 꾸었는데, 내가 나비가 되어 천하를 날아다닌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현실 속의 내가 나비 꿈을 꾼 것인지 분간할 수 없다.' 는 말이 있다. 이 유명한 구절을 장자의 '호접지몽' 이라고 한다. 처음에 이 말을 배웠을 때 나는 이건 철학자의 정신 나간 궤변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젯밤 나의 꿈을 통해서 나는 이런 현실과 꿈 세계의 혼동이 실제로 있다고 믿게 되었다. 어제 나의 꿈 내용은 대략 이렇다.
 
  오늘은 기말고사 시험날. 8시에 1교시 컴퓨터 시험이 있고 그 다음 2교시 수학 시험이 있다. 중간 때 잘 본 컴퓨터 시험이라 이번에도 잘 볼 수 있겠다는 희망을 안고 어제 잠을 청했다. 그런데 어제 너무 과로한 탓인지 오늘 8시 10분에 일어나 버렸다. 다행히 시험장은 우리 층 복도 끝에 있는 공동강의실이어서 침대에서 내려오자마자 바로 뛰어갔다. (실제로 우리 방에서 공동강의실까지는 뛰어서 7초도 안 걸린다.) 공동강의실에 들어가자 나를 제외한 모든 친구들이 시험을 보고 있었다. 시험 감독 선생님(김창환 선생님인 것 같다.)은 나를 Late for school로 법정에 보낸다고 하셨다. 그깟 벌점 2점 쯤이야. 하고 나는 제발 시험만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속으로 빌었다. 결국 나는 시험을 볼 수 있었다. 시험지와 답안지를 받고 시험을 시작했다. 나의 시험 시작 20분이 지나자 나는 갑자기 전자사전을 꺼내서 두드렸다. (왜 전자사전을 꺼냈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일단 내 꿈 얘기를 들어보자.) 시험감독 선생님은 이걸 보고 나에게 시험 부정행위를 했으니 여기서 나가라고 하셨다. 나는 나갈 수밖에 없었다. 중간 때 잘 본 컴퓨터 과목이 이번엔 부정행위로 추락해 버렸다.

  이 대목에서 나는 잠을 깼다. 비몽사몽간이었다. 내가 잠을 깨자 나는 순간 내가 방금 컴퓨터 시험장을 나온 것처럼 느꼈다. 즉 내가 부정행위를 해서 공동강의실에서 쫓겨나온 것처럼 느꼈다. 정말 현실같았다. 정말로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였다. 어떻게 꿈이 이렇게 사실적일 수 있는가? 꿈을 깨고 현실의 물건을 만지고 현실을 지각한 다음에도 나는 내가 시험 부정행위를 한 것 처럼 느꼈다. 정말로 꿈 속에 또다른 가상 현실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웃긴 것은 꿈 속에서의 사건의 전개과정이 정말 웃기다는 것이다. 꿈 속에서는 사건 전개가 불연속적이다. 꿈속에서 일어난 여러가지 사건을 맞추어 보면 정말 말도 안된다. 하지만 적어도 꿈 속에 있을 동안은 그것이 말도 안된다는 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 정말 신기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결국 그런 불안감에 휩싸이다가 다시 꿈을 꾸고 다시 일어나서 침대를 내려왔다. 그리고 아직 시험이 8일이나 남았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꿈을 꾸고 있을 때에는 정말 내가 꿈 속의 세계에서 활동을 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즉 내가 꿈 속의 나비가 되어 천하를 날아다닌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경험은 정말 신비롭고 짜릿한 경험이었다.

2005. 12. 4.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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