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시간 동안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소강당에서 드럼 연습을 했다. 아무도 없는 불 꺼진 소강당에서 혼자 드럼을 쳤다.
오늘의 목표는 내가 악보를 딴 Incognito의 Smiling Face의 중간 드럼 솔로 부분을 연주 하는 것.

그런데 생각보다 잘 안 쳐졌다. 그게 내 머리 속에서 드럼을 치면 뭐든지 쉬운 듯 한데 실제로 하면 잘 안 쳐지는 것이다. 역시 드럼은 생각(리듬을 만드는 능력) 만이 아니라 기계적인 움직임이 따라 주어야 하는 것일까.

자꾸만 안 쳐지니까 성질이 나서 그만 갈까 했는데 전에 내가 본 드럼 치는 교회 형을 떠올렸다. 그 형은 연습할 때 엄청 큰 헤드폰을 끼고 음악에 맞춰서 드럼을 치는데, 정말 그렇게 하면서 드럼을 치면 더 잘 쳐진다. 나는 mp3를 꺼내서 쉬운 것부터 들으면서 혼자 취하기 시작했다.

조금 있으니까 정말 박자감각도 살아나고 뭔가 그루브가 사는 것 같았다.

그리고 오늘의 성과는

언제나 나의 골칫거리였던 내맘대로 안 움직이는 왼발을 드디어 컨트롤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왼발이란 어쩔 때에는 하이 햇을 Close시키고 Open하는 역할을 하고, 어쩔 때에는 Bass Drum을 쳐주는 역할을 하는 아이다. 오늘 발견한 사실은 Hi-hat close를 해놓고 칠때 왼발에는 힘이 앞꿈치에 실려 있어야 하고 뒤꿈치는 지면에서 떠야 한다는 것이다. 즉 오른발 치는 것처럼 왼발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왼발은 금속 물질을 누르고, 오른 발은 좀 유연한 물질을 다루다 보니 두 발의 느낌이 다르지만, 그래도 다리 전체를 이용해서 페달을 밟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 오늘 내가 치다 보니 스스로 Groove한 비트도 만들어내서 연습한 보람이 있다. 내가 왜 이렇게 주말마다 한가하면 드럼을 치는지 아는가? 원래 나는 학교 밴드에 지원하려고 했지만 선배님의 조언으로 밴드는 바쁘다는 소리를 듣고 포기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밴드는 일도 아닌 것이다. 전혀 바쁘지 않다. 아, 내가 그때 조금만 열심히 드럼을 쳤더라면 지금쯤 공연 연습을 하고 있을텐데, 아깝다. 하지만 관대하게 생각해 보면 전혀 아깝지 않다. 왜냐하면 나의 최종적인 목적은 대학교 때 밴드에서 드럼을 치면서 주일에는 교회에서 드럼을 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치던 피아노도 그만 두지 않고 열심히 치면서 말이다.

2005.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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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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