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드디어 민족사관고등학교에서 주최하는 제 3회 민족사랑음악회가 열리는 날이다.

나는 우리 학교 4기 때부터 내려온 동아리 '사무침' 에서 장구를 치고 있다.

한 달 전부터 본격적으로 공연 준비를 해 왔으며, 저번 일주일 동안에는 거의 매일 1시간씩 연습하다시피 했다. 많은 CR의 물결 속에서 우리는 우리들만의 흥과 리듬의 물결을 타고 있었다.


오늘의 민족사랑음악회는 저번 때처럼 서울 광진구의 리틀엔젤스회관에서 열렸다.

작년에 12월 말에 했나? 아무튼 예비교육을 갓 마치고 그 공연을 봤을 때 나의 마음은 정말 설레였다. 우리 학교의 선배님들이 이렇게 멋진 공연을 하는구나. 이렇게 멋진 끼를 공부 외에도 가지고 있구나.. 이런 생각. 올해의 말에는 우리 10기가 2학년이 되는 문턱에 서 있다. 불행하게도 이번엔 11기들이 거의 일부분만 공연을 보러 왔지만, 그 몇몇 온 친구들도 우리들의 공연에 감동받았을 것이다.


사무침은 내가 소속된 우리 학교 사물놀이 동아리다. 아침 8시 반에 장구와 징과 북과 대북과 기타 악기들을 트럭에 싣고 9시 반에 공연하는 학생들(사무침, 오케스트라, 대취타, 그리고 그중 몇몇이 모인 '한')은 2대의 민사고 회색 버스를 타고 리틀엔젤스회관으로 향했다. 리틀엔젤스회관 무대에서 리허설을 했는데 우리 사무침은 한 번밖에 못했다. 외부 합창단과 합주단의 연습 때문이었으리라. 또 사무침은 연습할 장소를 제대로 구하지 못하는 이유가 악기의 시끄러움 때문이었으리라. KMLA 오케스트라는 무대 옆 세미나실(?) 에서 잘 연습 했는데 우리는 장소도 못 구하고 3시 반 쯤에 밖에 나와서 한 번 쳐보고 들어왔다.


5시 반 쯤에는 정말 할 게 없어서 옆에 오케스트라 연습하는거 구경하면서 시간을 때웠다. 솔직히 우리에게는 너무 많은 준비시간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공연 시작 시간인 7시가 가까워올수록 우리의 마음은 초조해졌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했다. 대취타가 먼저 멋진 공연을 했다. 사무침 남자들은 저고리와 바지를 그들에게 빌려줘서 대취타가 끝나고 돌려받기로 되어 있었는데 대취타가 옷을 빨리 안 줘서 속을 태우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에는 옷도 제 시각에 다 입고 - 사무침 옷을 입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그 이유는 고무줄이나 스냅이 아닌 죄다 끈으로만 옷을 입게 되어 있기도 하며 또 삼색 띠를 둘러메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 약간 긴장하는 마음으로 무대에 섰다. 리허설을 한번(밖에서 한 건 리허설이 아니다) 밖에 안 해서 연습하던 실력이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처음에 장구 칠때 틀리면 어쩌나, 이런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앞의 좌석을 가득 메운 관객이 없다고 생각하고 평소에 연습 할 때 우리가 장단을 즐기던 기억을 되살리며 공연을 펼치니 긴장은 싹 사라지고 오히려 얼굴에 웃음이 피어났다. 나는 오늘 무대에서 공연하는 동안 종일 행복했다. 이런 행복이 예술인들을 사람들 앞에서 공연하게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인사 장단을 치고 터지는 박수가 얼마나 나를 기쁘게 하였는지 모른다.

사무침 공연이 끝나고 즐겁게 단체사진을 찍었다. 우리 공연이 음악회의 1부 마지막 순서였는데 2부부터는 모두 민족사랑 합창단, 외부 합주단 뭐 이런 별로 재미가 없는 것들이 몰려 있어서 그냥 2부는 보지 않고 사무침 옷을 예복으로 갈아입고 집으로 왔다. 오늘 정말 재미있었고 보람되었다. 다음 주에 꼭 회식 가는 거다!!

2005. 11. 25.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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