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늘 기도모임에서는 사람이 살면서 어느 것때문에 힘들어하는거에 대해 말해보았다.

한명씩 돌아가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인상 깊은 위기감이나 절망감 같은 것을 진부하지 않게 재밌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으로서는 시험 성적이나 공부가 가장 힘들다. 요즘 잘 안 풀리는 수능 모의고사 점수가 그것이다. 아무리 풀어도 점수가 늘지 않는 언어, 계산 하나 틀려서 다 틀리는 수리가 그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지금 현재 나에게 영향을 주는 시험이나 공부 때문에 힘든 것 외에도 다른 이유 때문에 힘든 것이 있다.

  다시 되돌릴 수 없는 힘든 것은 바로 올해 3월 7일에 담관암이라는 병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이다.

나는 민사고에 들어간 모습을 아버지에게 보여주어서 아버지에게 작은 행복을 선사해 드렸다. 그래서 지금 나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고 인생에서 즐거움을 찾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우리 가족은 지금 모두 따로 떨어져 살고 있다. 누나도 춘천교대에 다니기 때문에 하숙집에서 한 살 많은 누나 2명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우리 집에는 어머니가 계신다. 학교 생활이 워낙 바빠서인지 이제는 아빠를 생각해도 별로 슬프지 않다. 아빠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동안의 시련을 극복한 우리 가족이 자랑스러워서다. 아빠 생각을 해도 슬프지 않은 이유가 내가 공부에 전념하고 가족들과 떨어져 있어서 가족에 대한 관심이 수그러든 것인지, 아니면 나의 성격이 로보트처럼 차가워져 버린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우리 가족 없이는 단 1초도 살 수 없다.

  이번 기도모임을 통해서 나는 지난 3월의 기억을 되돌렸고 나에게는 다른 어떤 민사고 친구들이나 선배님들보다 큰 상처를 안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상처가 나에게 득이 될지 해가 될지는 자명하다. 나는 이미 상처를 가족들과 함께 이겨냈고, 지금은 우리 가족 모두 행복한 주님 안에서의 삶을 살고 있다. 아버지를 통해 나는 한층 성숙해졌고, 인생의 깨달음이 무엇인지 얼핏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시련은 내가 힘들 때마다 생각나서 나를 더욱 열심히 공부하게 해 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나는 힘들 때마다 주님을 만나고, 아빠가 계시는 우리 가족을 만난다. 민사고에서 나에게 삶의 가치에 대한 확신을 주는 원천은 바로 나의 가족이다.

  앞에 끊임없이 펼쳐진 광활한 인생의 들판을 달리게 될 나이고 그 들판을 나 혼자 달리지는 않을 것이다. 주님이 지켜보는 들판에서 가족과 함께 달릴 것이다.


2005. 11. 18.
-----------------------
지금 이 글을 읽으면 가슴 속에서 눈물이 난다.

'Cafe Macchiato > 좋은 시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성간 1대1 튜터링은 금지되어야 하는가  (0) 2008.07.26
미술 project_명화 각색하기  (0) 2008.07.20
삼겹살 Lunch  (0) 2008.07.20
나의 본모습을 찾는 일  (1) 2008.07.20
자신감 있게 살자.  (0) 2008.07.20
Posted by 마키아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