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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4.24 벨기에.

 벨기에에 대한 콩고인들의 인식은 아직도 좋다. 보두앙 1세와 레오폴드 2세의 식민지배는 가혹했지만 그들이 남기고 간 프로테스탄트 기독교, 서양식 식사예절, 주거 형태, 의복, 파티 문화 등은 아직도 건재하고 콩고 상류사회의 코드로 남아있다. 독립 이후 잔류한 벨기에인들의 조차지였던 UTEXAFRICA는 지금까지 주로 백인인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주택단지로 남아있다.


 EUSEC은 MONUSCO의 보조기관으로서 북동부 KIVU 지역의 치안 유지를 담당하고 있는데, EU 수도가 브뤼셀인 만큼 벨기에의 영향이 큰 정부기관이다.


 우리 회사 직원들의 가족 중에는 벨기에에 사는 사람들이 많다. 벨기에는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의 사람들을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관대하게 받아들이며 이를 20세기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 차원으로 정부가 제도로 정착시켰다. 브뤼셀 안에는 마통게(Matonge)라는 콩고인 밀집지역이 있으며 도심에 위치해 있어 도쿄의 신오쿠보를 연상케 한다. 킨샤사 안에도 마통게 라는 quartier(한국의 洞) 가 있다.


 콩고민주공화국이 자이르가 되기 전까지, 즉 벨기에령 콩고로 남아있을 때는 네덜란드어를 사용하는 국민이 최대 20만명에 달했다고 한다. 원래 쓰던 링갈라어와 스와힐리어를 쓰면서도 유럽의 문물을 받아들이기 위해 공식 언어인 프랑스어를 건너뛰고 네덜란드어를 배운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안트베르펜(앙베르, Antwerp)은 전통적인 다이아몬드 유통의 중심지이다. 여기서 유통되는 다이아몬드가 콩고민주공화국 북동부와 남동부 그리고 다른 서아프리카 국가들(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시에라리온을 포함) 에서 채굴되는 것들이다.


 땡땡(틴틴, Tintin) 만화 중에 Tintin au Congo 편이 있는데 그 책을 보면 벨기에가 콩고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대로 느껴진다. Monsieur를 Messie라고 말하고, 프랑스어 맞춤법이 틀린 미개한 흑인이 사는 곳에 백인이 자연다큐멘터리 취재를 위해 도착하고, 그 백인은 고장난 증기기관차를 고쳐주고 엽총의 사용법을 가르쳐주고 그에 따라 존경을 받는 존재가 된다. 흑인이 국가 건설의 주체가 되어 독립을 이룩하기 전에 나온 만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스토리다. 그런데 독립 후에도 콩고민주공화국은 독립 이전의 캐릭터를 수용하고 복제하고 나와 같은 외국인에게 나무 조각품을 판매함으로써 벨기에에 대한 호의를 전파한다. 분명 일제강점기에도 만화가 있었을 것이고 경성에 여행을 하며 황국신민들의 존경을 받는 일본인 캐릭터가 있을 것인데, 독립한 대한민국은 그러한 캐릭터를 철저히 무시하고 은폐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 것이다. 대한민국과 콩고민주공화국의 태도는 여기서 갈린다.


 하지만 콩고 사람들이 비판을 제기하는 벨기에의 유산이 있다. 벨기에 식민 지배자들은 광신적인 기독교 교회가 번창하는 것을 방치하였다. 기독교를 들여온 사람은 벨기에인이고, 흑인 유대교(Lasalien 이라고 하는 흑인들이 유지해 온 종교)와 차별화되는 기독교는 벨기에의 식민지배 수단이었다. 전통 신앙인 주술을 미개한 것으로 간주하고 그를 비판하는 종교로서 기독교를 정착시켰는데 기독교 교회의 콩고인 목사가 과도한 헌금을 걷고 국민들의 일요일 생활을 교회에서 보내는 시간으로 바치게 하여도 벨기에는 이를 비판하고 교정하지 않았다.


 결국 벨기에는 병 주고 약 준, 콩고민주공화국을 유럽과 연결시키는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킨샤사에는 땡땡 나무 조각품으로 장식한 많은 레스토랑이 있다. 그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 VILLA TRICANA로, 포르투갈과 콩고 요리를 파는 곳인데 레스토랑 제일 안쪽에 야외 바와 연못이 있다. 직선으로 쭉쭉 뻗는 조명이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탁 트인 수영장이 아니라 은은한 백열등을 간접조명으로 비춰주는 사방의 벽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연못. 이곳의 종업원들은 대사관 직원들을 주된 고객으로 받아서 그런지 시사 문제에 관심이 많고 유럽과 동아시아 선진국의 소식도 잘 알고 있었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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