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일본인 친구 2명을 만났다. 한명은 내가 대학교에서 한중일 교류 포럼을 할 때 알게 된 게이오대 친구와 같이 학원 과외를 하면서 친해진 아이고, 다른 한명은 그 아이의 대학교 후배였다. 아프리카 땅에서 외국인을 인연을 가지고 만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쉽고 어떻게 보면 어려운 것 같다. 친구의 친구로서 만나는 것과 예전에 알던 친구로서 만나는 것은 쉽지만 이곳에서 처음 보는 외국인에게 대뜸 만나서 놀거나 사업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어렵다.


  어제 만난 친구와는 라인으로 조금씩 이야기를 하다가 한번 전화를 하고 만났다.


  저녁 7시에 오 뽀에따라는 피자 레스토랑에서 보기로 했다. 오 뽀에따는 화덕 피자와 포르투갈식 고기 요리를 주 메뉴로 하고, 안에 홀 형태의 건물과 수영장 옆의 야외 테이블 형태의 공간이 나뉘어 있다. 곰베(한국으로 치면 광화문+강남역 주변) 지역에 피자 배달도 하는데 이를 위해서 배달만 전문으로 하는 오 뽀에따 2호점을 만들어놓았다. 


 처음에는 빠리바게뜨 까페같은 빵집인 빠따슈(레바논 사람이 운영하는)에 가자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저녁을 위한 곳은 아니라서 주위의 추천을 받고 장소를 바꾸었다. 나는 이곳에 온 뒤로 레스토랑에 잘 가지 않아서 위치를 잘 몰라 구글 지도를 보고 찾아갔다. 6시에 리메떼 공단 15번가를 나와 루뭄바 대로를 시원하게 달리면 좋을텐데 퇴근 시간이라 차가 엄청 막혔다. 경찰은 교차로에서 교통정리를 잘 하고 있다가 갑자기 한 컨테이너 트럭이 무지막지하게 좌회전을 해대는 바람에 교차로가 꼬여 옆길의 차들을 정리하러 갔다. 그래서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는 좌회전 차량과 직진 차량이 얽혀 그 교차로에서만 10분이 지체되었다. 


 처음 보는 건데 늦으면 안 되겠다 생각하여 교차로를 빠져나간 뒤 차가 하나도 없는 대로를 시속 110km로 달렸다. 내 차가 제일 앞에 있어서 시원하게 달렸다. 87.9MHz의 콩고 음악방송을 들으며, 서쪽의 커다란 해가 지는 모습을 보며 곰베로 향했다. 가는 길에는 마트가 있어서 계속 찾아다니던 탁상용 램프가 있는지 보았다. 드디어 내가 원하던 골동품 느낌의 램프를 찾아서 바로 샀다.


 7시가 되기 전에 오 뽀에따에 가기 위해 구글 지도의 GPS를 켜보았다. 와이파이나 3G가 없어도 킨샤사에서 GPS가 잘 되었다. 킨샤사 지도는 내가 지리를 익히기 위해 틈날 때마다 지도 앱을 켜서 보았기 때문에 모두 오프라인으로 저장되어 있었고, 그래서 문제없이 잘 쓸 수 있었다. 내가 오 뽀에따에 도착해서 직원에게 혹시 아시아 사람 2명 안 왔냐고 물어보니까 안 왔다고 했다. 낌새가 이상해서 친구에게 전화를 해보니까 내가 온 데는 곰베 중심가에서 멀리 떨어진 배달 위주의 2호점이고 1호점은 다른 데라 했다. 그래서 급히 차를 돌려 1호점 근처의 마트에 가서 만났다. 그 마트가 있는 교차로를 지나면 집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만난 뒤 길을 안내받기로 했다.


 시간을 잘 맞추어 잘 만났다. 내가 2명을 태워주고 오 뽀에따 1호점으로 갔다. 금요일이라 차가 많아서 주변 건물의 빈 주차장 근처에 차를 대야 했다. 그때 이 친구 H군이 링갈라어로 경찰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프랑스어만 하고 링갈라어는 못 하는데 이 친구는 반대였다. 링갈라어를 하는 일본인,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선진국 그룹에서 웅크리고 벗어나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이 아니라 현지를 적극 포용하려는 모습, 나도 추구하는 그 모습이었다.


 수영장 옆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H군은 게이오대 환경과학과 4학년을 마치고 미쓰비시상사 본사에 4월부터 일할 예정이다. 킨샤사 거주 경험은 다 합쳐서 2년. 대학교 생활 중 2012년에 킨샤사로 가서 스스로 프리즈비 스포츠 육성을 위해 NGO를 만들어서 현지인과 연락하고 킨샤사, 바콩고, 반둔두 3개 도시에 거점을 두어 프리즈비 국가대표 만들기에 힘썼다. 콩고민주공화국 정부도 이러한 스포츠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어서 지원을 해주었고, 국제대회의 실적에 따라 지원 자금의 수준을 차등 지급한다고 한다. 3개 도시를 오가며 정부 공무원을 만나며 스폰서를 얻기 위해 미팅을 하며 주된 활동을 하고, 부수적으로는 ISC GOMBE 대학교의 일본어 섹션(과보다 작은 단위)에서 과외를 했다. 링갈라어는 이때 배웠고, 일본에 돌아와서 2014년 봄에 취업 활동을 할 때 미쓰비시상사 면접에서 링갈라어로 자기소개를 했다고 한다. 


 다른 친구이자 H군의 과 후배인 Y군은 가족이 운영하고 있는 도쿄 내 소바 체인점의 경영직을 물려받아 졸업 후 외식경영을 할 예정이다. 그와 관련하여 2달 간 소바를 만들기 위한 메밀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재배하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Y군은 게이오대 여자 교수님의 세미나 차 왔는데, 이곳 ISC GOMBE의 교수가 게이오대에서도 교수직을 수행한 경험이 인연이 되어 교수님이 학생들을 이끌고 콩고민주공화국으로 함께 왔다. 게이오와 JAICA 간의 협력 프로그램도 있어서 그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도 만나면서 지내고 있다. 병원에서 명함을 주고 자기소개를 한 Y군은 그 의사의 남편이 일하는 회사로부터 스폰서를 받고 있다. 

 

 이러한 20대 젊은이들, 내 또래의 해외 체류 이야기를 듣고 나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아시아인으로서의 유대감을 느꼈다. 하는 일의 종류는 다르지만 어쨌든 각자의 고국에서 바라보았을 때에는 신기한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니까 말이다.


 토요일인 오늘부터 이 친구들은 JAICA의 차를 타고 다른 일본인 친구들과 8명이서 바콩고 지역의 종고 (ZONGO) 로 1박2일 여행을 간다. 나도 처음 듣는 곳이라 구글로 찾아봤는데 멋진 폭포와 절벽 위에서 바라보는 멋진 숲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검색결과) 파리에 있을 때 내가 파리의 골목 구석구석과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를 찾아다니는 데 주력하여 프랑스의 전원적인 마을이나 중세 성 같은 곳에는 안 가본 것처럼, 이곳 킨샤사에서도 킨샤사 도시 안의 보물들을 찾는 데 매진하자 다짐했는데 그 다짐에 고집을 부릴 필요도 없겠구나 생각했다. 내가 가루이자와 (軽井沢) 같은 곳이냐고 물어보니까 그렇다고 했다.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려 4시간이나 걸리지만 이들에게는 가평 청평 같은 곳이다. 나도 나중에 꼭 가야지, 한국 사람들 모아서. 아니면 양국 혼합으로 가도 좋을까?


 저녁 식사를 맛있게 하고 나서 2차는 곰베 6월 30일 대로변에 있는 5층 건물 옥상의 바에 가서 야외 좌석에 앉았다. 이름은 스카이라운지 킨샤사. 내가 레스토랑, 바, 클럽 정보 사이트인 voila.cd 에서 처음으로 발견해서 나중에 가보자 생각했던 곳인데 드디어 왔다. 가니까 크기는 아담한데 옥상에 소파가 있고 옆에 바가 있고 그 위에 2층으로 올려놓은 곳에 실내 좌석이 있어서 내 취향에 잘 맞았다. 이 바를 운영하는 남자는 벨기에 사람인 것 같았고, 웨이터인 벨기에 여자분이 우리들에게 아시아 사람들은 노래방을 좋아하지 않느냐고, 매주 토요일에 여기서 노래방을 하니까 놀러오라고 했다.


 잘 되던 트위터가 다시 안 돼서 어제의 즐거운 기억을 사라지기 전에 빨리 글로 남기기 위해 블로그를 다시 썼다. 앞으로는 블로그에 글을 써서 트위터로 자동 발행되도록 해서 트위터 팔로워들이 내 글을 볼 수 있게 해야겠다. 

Posted by 마키아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