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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겨울방학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왔다.

  어제 11기 아이들이 왔다. 원래 오늘 오는 거였는데 계획이 바뀌었나 보다.

  아직 학교가 어떤지 잘 몰라 하는 것 같다. 우리 학교에서는 인사가 참 중요한데, 아직 공손하게 인사를 하는 법을 잘 몰라서 그런가보다. 중학생 티를 벗지 못해서일까, 가끔 옆에서 관찰하는 선배의 입장에서 보면 못마땅한 말과 행동을 하는 친구들이 몇명 있었다. 이 아이들은 우리 학교의 전통인 선후배 문화 중 '혼정실에서의 1시간'을 과연 알고 있을까? 2월 말 쯤에 있을 것 같은데, 그 후로는 11기 후배들이 인사를 잘 했으면 한다. 10기처럼 여러 번 혼나고 난 후에야 겨우 고개를 숙이는 억지의 인사가 아닌, 예전의 다정한 선후배 문화를 재구성할 시초가 될 수 있는 그런 인사를 원한다.

  이번에 2학년이 된 선배로서의 나는 두 가지 다짐을 한다. 첫째로 공부에 전념하는 것이다. 오늘 지광현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이렇게 세게 공부해야 실력이 느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다' 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6단위가 다소 부담스러우나 항상 희망을 가지고,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을 해 나가면 모든 일은 저절로 잘 풀리게 될 것이다. 한편 방학 때 논술 실력을 다져 놓은 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처음에는 안 하려던 논술을 결국 했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둘째로 선도부로서의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솔직히 내가 1학년 때 선도부로서 모범적인 행실을 갖추지는 않았다. 나는 두상의 접선의 수직 방향으로 솟구치는 직모가 싫어서 웨이브펌을 두 번이나 한 사람이니까. 이제 2학년이 된 나는 그러한 마음 깊은 곳에 뿌리박힌 잘못된 태도를 고치고 후배들과 동기들에게 모범이 되는 학교 생활을 하려 한다. 내 생각에도 나는 선배들을 선배로 대하지 못한 것 같다. 한국과 일본 등에 산재해 있는 딱딱한 선후배 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이 나의 행실을 규정했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선배들에게 '나쁘게' 대하지는 않고 좋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그러나 이 학교, 내가 발 디디고 있는 이 학교에서 그러한 노력은 후배의 진심이 아니라 예의를 지키지 못하는 태도로 비춰진다. 나는 1년동안 체득한 이러한 경험을 되살려 후배들에게 전해주려 한다. 여기는 엄격한 선후배 관계가 존재하는 학교이고, 너희들은 학교의 엄한 규칙에 순응해야 한다고.

  꼭 1년 전에 예비교육 할 때로 되돌아간 것만 같다. 학교에 온다는 사실에 괜히 마음이 설레이고, 불안하고, 사소한 것에 걱정하게 된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이런 것들은 모두 기우(杞憂)이다. 2월은 3월을 준비하는 달이다. 2주간 수학여행으로 인해 3월을 준비할 시간은 남은 반쪽인 2주밖에 없지만 놀 땐 놀고, 공부할 땐 공부하는 태도로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가겠다.


2006. 2. 3.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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