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4

귀신 간첩 할머니




출처: OhMyNews



  어른들이 어린이들처럼 행동하고, 바로 옆 화면의 어린이들과 비교해도 하나 다를 것이 없는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어린이와 어른 사이의 시간이 하나로 합쳐지는 현상이다. 작가는 자신의 유년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의 동네는 솔직한 감정표현을 하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주체적으로 정착하며 살던 곳이고, 그 때 어린이였던 작가는 그 기억을 현재에 그대로 가져오고자 한다. 시간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것이 귀신이다. 자신이 존재하고 싶은 곳에서, 자신을 기억해주는 현재의 사람이 있는 곳에 머문다. 따라서 <궤도상의 재연>은 이번 전시의 주제인 ‘귀신, 간첩, 할머니’의 ‘귀신’에 해당하며 주위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현실의 복잡한 고려사항으로부터 탈피한 자유롭고 순수한 귀신을 관람객들에게 선사해주고 있다.

  어른들은 사회인으로서 가지는 조직과 직책, 예의범절과 지위 고하, 그리고 자신을 포장하는 복장과 화장을 버린 채 아무 물건도 위치하지 않는 검은 공간에 빙 둘러앉아 장난을 친다. 표정은 시종일관 아무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오로지 공간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아무런 이해관계도 따지지 않는 표정이다. 바로 옆 화면의 아이들의 모습을 보았을 때 차이를 느낄 수 없다. 아이들의 혼이 어른들에게 그대로 주입되는 느낌이다. 그 동일해진 혼을 명확히 증명하는 것이 두 집단이 입고 있는 옷이다. 모두들 상반신 혹은 하반신을 탈의하고 있는데 이는 보통 어른들의 모임에서는 절대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아이들이라면 자연스럽다고 이해할 수 있다. 관객은 어느새 어른들을 신들린 미친 존재들이 아닌 자연스러운 존재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바로 옆에 비교할 수 있는 어린이들이 같은 모습으로 뛰어놀고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모여서 하는 일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남자의 배변 훈련이다. 두 살짜리 아기에게 부모가 하는 일을 영상에서는 주위의 친구들이 하고 있다. 남자는 처음에는 한사코 거부하지만 결국 천진난만하게 주위의 남자와 여자 친구들의 말을 듣고 웃으면서 배변 훈련에 성공한다. 둘째는 여자의 월경이다. 생리혈을 떨어뜨리는 나이는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접어들 때지만, 영상 속의 여자는 정신적 성숙이 요구된다기보다는 본의 아니게 신체가 조숙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배변하는 남자와 월경하는 여자를 둘러싼 친구들의 공통점은, 그들이 목적을 달성했을 때 원없이 박수를 쳐주며 축하해준다는 점이다. 마지막 활동은 베개를 놓고 두 명의 여자가 격렬하게 몸싸움을 하는 것이다. 몸싸움을 지켜보는 친구들은 마치 씨름 경기를 보는 관객들처럼 신나 있다. 직업인으로서의 생산 활동과는 거리가 멀고, 다 성장한 욕구를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막 피어나는 욕구를 있는 힘껏 분출하는 이러한 활동들은 현대인 성인이라면 감히 집단생활 속에서 할 수 없는 일들이므로 영상 속 공간은 현실을 벗어난 공간이 된다. 어두운 방 안에서 이 영상을 보는 관객들 역시 왼쪽 화면의 어른들과 오른쪽 화면의 아이들 사이의 차이를 느낄 수 없어 자신들도 아이들이 된 듯한 느낌을 받고 천진난만한 웃음을 띠게 된다.

 부끄러운 행동을 주변인이 전혀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웃으면서 축하해주고 응원해주는 것은 현대인들이 속으로 진심으로 바라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경쟁을 의식하고 눈치를 보는 집단문화에 익숙한 한국이나 일본에 살고 있는 어른이라면 이를 더 뼈저리게 느낄지 모른다. 비록 현실 밖의 영상 속 귀신의 활약이지만, 그 귀신은 진심어린 웃음을 되찾아주었고 집단의 평화를 가져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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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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