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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세련되었다고 믿고 시간이 지날수록 내면적으로 성장하는 자신의 모습에 감탄하며 매일을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모든 일에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직업과 관련된 일에서는 다른 누구보다 꼼꼼한 솜씨로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그들에게 동정의 눈빛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그들을 우러러보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과 경쟁하지 않는 다른 수많은 사람들일 것이고, 그들을 굉장히 질투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과 경쟁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이들은 남의 도움을 전혀 요청하지 않고 야무지게 자신들의 일을 처리한다. 서로 도와주면서 쌓을 수 있는 인간관계의 혜택은 그들과는 먼 이야기이다. 그러나 혼자서만 살다가는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의 한계에 부딪친다. 그렇기에 사람은 주변 사람과 손을 잡아야 한다.

  그중 서로 약점을 드러내고 서로 약점을 감싸주기 위해 부조하며 살아가는 것은 남을 도와주고 남에게 도움을 받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인간 사회'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그 사람과 더욱 가까워졌다는 뿌듯함이 대부분이다. 조선 시대에 특히 발달했던 상부상조의 전통은 한 마을 안의 사람들이 같이 모여 살아가도록 해 주었고, 서로가 서로의 부족한 자리를 채워주도록 하는 일종의 제도로 작용했다. 법과 도덕의 중간 성질을 가지고 있는 '禮'로써 따뜻한 인간관계를 유도해냈다는 점에서 상부상조의 전통은 단순히 도덕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행복을 증진하는 데에도 기여했다. 지금의 많은 TV 드라마, 그중 여러 가족들의 삶을 깊게 다룬 드라마를 보면 극에 출연하는 사람들은 서로 의지하고 살아간다. 힘든 일이 있으면 자신의 부모님이나 형제들,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으며 자신들의 약점을 다른 인물들과 드라마의 시청자들에게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곧 어려움에 빠졌던 인물은 다른 인물의 도움을 받아 기쁜 웃음을 지으며 어려움을 극복한다. 그 인물을 도와주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랑의 감정을 키워나가는 멋진 남자 주인공이 있는가 하면, 약점이 드러난 인물에게 까탈스럽게 굴던 여자 주인공이 진심으로 화해를 청하기도 한다. 지금의 삶도 이와 다르지 않아서 특히 인정을 중요시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로 도와주며 서로 가까워진다.


  하지만 최근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개인주의를 본격적으로 받아들이고 가구 단위, 혹은 개인 단위의 경제력을 늘리기 전까지는 사람들이 대부분 어려움을 마음 속에 지니고 살았다. 가족 중에 누가 아프거나, 먹을 양식이 부족하거나 하여 사람들은 서로 도와주기 위해 뭉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점차 개인 혹은 핵가족 한 가구 단위의 인간들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이 중요해짐에 따라 서로 도와주면서 느끼는 따뜻한 인정을 잃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급속히 증가했다. 그들은 우선 자신에게서 약점을 찾지 못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남들의 능력과 비교해 보았을 때 그들에게는 조금도 열등한 능력이 없다. 그들이 남들보다 열등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그들이 전혀 신경쓰지 않거나 혹은 필요로 하지 않는 일에 관련된 능력이다. 또한 그들은 당장 그들이 맡은 일에 대해 너무나도 완벽을 꾀한다. 자신이 혼자의 힘으로는 끝내기 힘든 일이 있다면 그들은 온 힘을 다해 노력하여 남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고 일을 완수한다. 어려움이 있을 때 남에게 도움을 청하는 융통성보다 자신이 이번 기회에 스스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자존심이 더 우세하게 된 셈이다.


  자신이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원칙처럼 고수하는 사람들은 따라서 남에게 도움을 받으며 쌓아가는 인간관계에 대해 무지하다. 뛰어난 능력으로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는 있겠지만, 자신의 약점을 다른 사람에게 전혀 드러내지 않으므로 자신이 도움을 받지는 않는다. '완벽한 사람'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그 사람은 남들에게 도움을 받는 일 전혀 없이 자기보다 부족한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기만 한다. 완벽한 그에게 도움을 받는 사람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같은 회사나 같은 학교에 소속해 있어 그와 동등한 위치에 서 있다. 이 상황에서 도움을 받기만 하고 도움 줄 여지를 찾을 수 없는 사람들은 자존심이 무너지는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남을 도와주려는 호의가 다른 사람에게는 굴욕으로 다가올 가능성도 있다.


  인간들이 서로 도와주며 살아가려면 둘 이상의 인간들이 모두 자신들의 약점을 다른 사람에게 공개해야 한다. 약점이 없다고 자신하는 사람의 말은 거짓이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려움을 한번쯤 느끼게 되고, 그것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며 사람들은 부족하지 않은 삶을 보내게 된다. 자신을 일부러 '완벽한 사람'으로 못박아버리려는 마음은 남에게 도움을 받지 않게 되는 결과로 인하여 자신의 인간관계를 빈약하게 만들 수 있다. 같은 사회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끼리는 열등감과 우월감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그런데 '완벽한 사람'이 자신 혼자 알아서 일을 처리하기 위해 애를 쓴다면 그때부터 열등감과 우월감이 조금씩 생긴다. 약점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그대로 드러내야 솔직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다가온다. 그렇게 인정을 쌓아가며 서로 도와주는 삶이 가식 없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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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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