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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인의 사랑을 받는 사람은 한 명의 열정적인 사랑을 받을 수 없는 걸까? 나는 고등학교 생활을 하면서 어떤 특정한 한 사람에게만 나의 마음을 표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런 적이 몇 번 있었지만, 나의 진짜 속마음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기를 원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래서 공연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공연이 노래든 스포츠댄스든 밴드공연이든 어느 형태에 상관없이 모든 공연은 만인의 사랑을 끌어모으는 데 좋은 구실을 한다. 내가 공연을 했을 때 사람들의 호응, 그 호응이 바로 만인의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공적인 자리, 그러니까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관심을 받으면 그것이 곧 나의 행복이 된다.

  그런데 나는 사적인 자리 즉 나와 내가 관심을 가진 한 사람 이렇게 두 사람만 있는 자리에서는 공적인 자리에 있을 때와 꼭 같게 행동한다. 나의 이런 태도 때문에 내가 자칫하면 싱거운 사람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다. 무릇 남자라면 공적인 자리와 사적인 자리에서의 모습이 같으면 안 되고 확연히 달라야 매력이 있다.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할 수 없는 온갖 둘만의 비밀의 속삭임은 둘만이 있는 자리에서만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속삭임이 있을 때 두 사람의 관계는 점점 가까워진다. 어떻게 보면 광장과 밀실이라는 두 공간으로 나의 생각을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광장에서 실현하지 못하는 열정적인 사랑이 밀실에서만 실현되는 것처럼 남자가 공과 사에서 이중적인 모습을 여자에게 보여준다면 그 남자는 분명 멋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나는 둘만의 비밀을 자연스레 만들어낼 사람이 되지 못한다. 나는 언제까지나 공적인 자리에만 머물러 있다. 밀실로 들어가지 못하고 광장에서만 활동하는, 어떻게 보면 슬픈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다.

  솔직히 나도 고등학교 때 한 번쯤은 여자를 사귀어보고 싶다. 이성교제라고 무조건 비판하면 안 된다. 단순히 학업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이성교제를 금지한다면 인생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랑' 을 어떻게 깊게 성취할 수 있을까. 인간의 생애에서 가장 사랑하고 싶은 욕망이 샘솟는 이 고등학교 시기를, 과거로부터 계속 전해 내려온 사회 규범에 의해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에게는 가장 큰 핸디캡이 있다. 단 둘이서만 있을 때의 사랑을 하지 못한다. 이 일이 가능해야 여자를 사귈 수 있는데 말이다. 사적인 밀실에서의 사랑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내가 아직 남자도 아닌 여자를 대하는 데 있어 약간의 겁을 먹거나 뜻하지 않은 곤경을 초래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나의 부족한 자기 신념 때문인가.
  한 여자만 사귀어 그 여자하고만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그 여자 외의 사람들과는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단순한 대화만을 주고받는 것을 나는 원하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공적인 자리에서 많은 여자들을 만나고 그들과 의사소통하면서 자연스러운 즐거움을 얻는 게 나에게 있어 더 편하고 즐겁다. 만인의 사랑을 받는 것이 더 좋다. 하지만 그러한 나의 성격은 결국 고등학생 때 아니면 겪을 수 없는 중요한 경험을 놓치도록 한다. 양자택일의 문제에 다다른 나, 그렇지만 한 쪽으로만 나의 성향이 자꾸 기운다. 두 가지 길 중에 어느 길이 더 좋은 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2006.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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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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