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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여인상에 대해서 이곳 나의 블로그에 줄기차게 늘어놓는 일은 예전부터 계획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마음이 앞섰던 그 때에는 내가 진정 원하는 여인상이 무엇인지 확실하지 않았고, 이성의 외면적 특질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던 때였다. 이제는 나의 생각이 조금 더 깊어졌고, 나와 내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몇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며 그들에게 충고도 받았다. 나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지만, 또한 지금의 미성숙한 시기에 벌써 이상형을 확정지어서 생기는 의식의 협소함에 대해 경계하지만 일단 나의 깊은 곳으로부터 글을 쏟아볼까 한다.

  남자들이 여자의 외모를 가장 먼저 고려한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외모 외의 성격을 먼저 본다는 사람은 남성의 본능을 거역하고 이성을 동성과 별반 다를 바 없게 취급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본능에 충실하되 순리를 따르자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나는 어쩔 수 없이 외모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내가 TV나 영화에 출연하는 연예인을 이상형으로 꼽지는 않는다. 그저 나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모습,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 않는 모습이면 좋겠다. 지금 나의 머리 속에는 평소에 지우고 다시 그리기를 반복한 이상형의 스케치가 있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하나만 엄선해서 묘사해보자면 이렇다.

  우선 긴 생머리가 아니다. 많은 남성들이 긴 생머리에 대한 일종의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나는 검고 빛나는 긴 생머리보다는 어깨까지 내려오면서 약간 웨이브를 가한 머리가 좋다. 비단결같이 곱다기보다는 약간 헝클어져서 너무나도 조용하고 순수한 이미지를 풍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청순함은 나에게는 내숭이며 페르소나로 보인다. 덧붙이자면 평소에 공부와 같이 비활동적인 일을 할 때에 뒤의 머리를 틀어올려 포니테일이 아니라 삼국 시대 여인의 헤어스타일을 만들고 있으면 참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비녀를 비스듬히 꽂는 약간 헝클어진 머리가 참 좋았고 지금도 좋다. 난 얼굴의 모습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겠다. 그리고 나의 이상형은 세상 뭐 있어 하며 한바탕 실없이 웃지 않고 다만 웃음을 절제할 줄 안다. 즉 사소한 일을 가지고 과장된 웃음을 터트리지 않고 좋은 일이 있을 때에도 자신감 있는 미소만을 짓고 넘어간다. 입가를 살짝 움직이는 웃음에는 항상 대상을 향한 깊은 눈맞춤이 전제된 눈웃음이 같이 따라온다. 그 사랑스러운 눈웃음을 아끼고 나한테만 해준다면 그때 나의 마음은 하늘을 날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럴지도 모른다.

  나의 이상형인 내가 사랑하는 그녀는 때에 따라서 옷의 스타일을 잘 조절한다. 언제나 조신한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항상 모직 양장만을 걸치고 빛나는 검은 구두를 신고 다니는 사람은 여러 가지 다양한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겉만 맴도는 듯하다. 젊은 나이에는 젊은 나이에 맞게 적극적인 활동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동아리나 학급이나 과에서 단체 행사가 있어서 밖으로 나가야 할 경우가 생겼을 때 돌아다니기 편한 복장을 하고 (대부분 밝은 색 계열일 것이다) 아침에 모두들 모이는 장소에 나타난다면 그렇게 호감을 갖게 만들 수가 없다. 그녀는 운동을 해야 할 경우에는 썬크림을 바르고 Cap을 쓴 다음 적극적으로 참여할 줄 알고, 얼굴이 타는 것을 두려워하여 저쪽 그늘에 앉아 소심하게 앉아 있지 않는다. 그녀는 한국의 전통적인 여성상에 굴복하여 남자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일을 증오하지 않으며 오히려 필요할 때에는 즐긴다. 그리고 나 또한 적극적인 그녀의 모습을 보며 기뻐할 것이다.

  잠이 많으면 미인이 된다고 다들 말하지만, 평소에까지도 저쪽 구석의 책상에 엎어져 자고 있으면 나는 절대 그 사람과 마주치고 싶지 않다. 그리고 공적 자리에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조리 있게 말하지 않고 공개된 자리에서는 버벅대고 말을 삼가는 한편, 친한 여자친구들과 모여서 수다를 떨 때에는 온 세상이 떠나가라 남의 뒤끝을 밟아대는 여자는 절대로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할 수 있다. 내가 사랑하는 그녀는 불평을 최대한 삼가되 불평을 할 때에는 공적인 자리에서 현재의 상황이 왜 불리한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여 불평을 제공한 사람을 굴복시킬 줄 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소속한 단체에서 누구에게 좋은 일이 있을 때에는 축하의 말에 누구보다 앞장선다. 좋은 일에는 한없이 좋아해주고, 나쁜 일에는 담담하거나 혹은 평화적인 방법(언어)으로 저항한다.

  또한 그녀는 매우 솔직하다. 싫으면 싫다고 말할 줄 알고, 좋으면 좋다고 말할 줄 안다. 다만 싫은 내색과 좋은 내색이 '언어 외적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인상을 쓴다던가 즐거워 마냥 웃는다던가 하는 일은 없다. 그리고 그녀는 주위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함에 있어서도 매우 솔직하고 가식이 없다. 친구라고 부르고 평소에 같이 담소를 나누던 사람과는 어떤 상황에서도 친구이고, 주위의 사람과 그리 친하지도 않으면서 억지로 친한 척 하고 호의적으로 대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가 나와 대화를 할 때에는 나에게 눈을 맞추고, 그 때 내가 그녀의 눈 속을 들여다보았을 때 동공이 한없이 커진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다. Eye Contact는 상당히 중요한 인간관계의 덕목인데 한국인들이 이를 기피해서 문제다. 그녀는 내가 유머를 의도하여 말을 하면 그것을 잘 알고 웃어주어 기대에 부응해준다. 단 이때 나의 유머는 충분히 어느 사람이라도 웃게 만드는 유머임을 내가 자신하고 있어야 하겠다.

  그녀는 나와 같이 보내는 시간 또한 가지고 있지만, 나에게 너무나 의존적이고 자신의 삶을 온통 나로 채워버려 나를 피곤하게 만들지 않는다. 나의 이상형의 여인은 자신만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고 자신의 사상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그리고 일상에서의 체험과 자기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느낌을 섬세한 글로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안다. 단 그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나의 생각이 조화를 이루는 방향을 추구한다. 나와 서로 의견이 대립할 때에는 정과 반의 논리가 있을 때 '합'을 찾으려 먼저 적극적으로 나선다. 그녀는 나에게 너무 쉽게 대해주지 않으며, 항상 나에게 자신을 더 알고 싶어하게 만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허황된 망상에 빠져 유치하게 허우적대지 않고, 영리한 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만하지 않는다. 그녀는 여유를 가지고 있기에 나에게 당근을 부드러운 손길로 내밀다 이내 미소를 지으며 잡아뗀다. 이런 '당기기'에 능숙한 그녀도 항상 나를 끌어당기지는 않으며, 내가 상당히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줄 때 곧 모든 것을 포용하는 너그러운 사람으로 바뀐다. 그리고 그때 나와 그녀의 본격적인 친밀함은 서서히 그 불꽃을 키워나갈 것이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이상형의 모습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내가 남들과 다르게 이성을 어떻게 보는가이며, 나의 특별한 이상을 구별짓는 과정을 통해 나의 자아를 알아가는 일이다. 위에서 언급한 내가 사랑하는 그녀의 모습 외에도 이상형에 대해 말할 내용은 아주 많다. 다만 당장은 생각이 나지 않을 뿐이다. 이 정도만 언급해도 나의 이상형에 대한 가장 충실한 묘사에 성공한 듯싶다. 지금 와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상형을 이야기할 때에는 최대한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허황된 망상은 아무 것도 남기지 않는다는 사실이 바로 지금 나에게 적용된다. 나의 사랑을 현실 속에서 찾고, 항상 환상의 추구 속에서 냉철한 기조를 내재하고 있는 내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는 내 눈 앞에 곧 이상형의 그녀가 나타나기를 깊은 곳에서 내심 바라고 있다.

2006.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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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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