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프랭클린 플래너를 쓰다가 항상 느끼는 점은, 내가 세워놓은 계획이 항상 분에 넘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내가 쉽게 제어할 수가 없는 것이며, 나의 계획적인 삶을 향한 욕망이 과다한 것은 마치 자연스러운 듯하다. 하지만 계획이 과다하다고 그것을 모두 실현할 수 있지 않기 때문에 분에 넘치는 계획은 아무런 가치를 갖지 못한다. 또한 나의 계획에 있어서 문제가 되는 점은 내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해 독서하는 시간과 학교가 요구하는 공부를 하는 시간의 균형을 맞추지 못하여 결국 내 의무에 소홀해지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자신이 소속하여 움직이는 시간이 어떤 시간인지를 명확히 하고, 의무를 이행하고 자신의 개인적인 발전에 힘쓰고 그에 따른 피로는 말끔히 풀기 위하여 우리가 보내는 시간을 성격에 따라 분류하는 작업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을 분류하여 내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파악한 다음에는 나의 일을 수행하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을 산출함으로써 수치화하여 실천 가능성을 높이는 작업이 뒤따르게 되었다.
시간 분류
그래서 여느때와 같이 어떻게 하면 현실적으로 계획을 세울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한 가지 방법을 고안했다. 바로 나의 삶과 함께 운행하는 24시간 속에서 내가 속해 있는 일의 종류에 따라 시간을 분류하는 방법이다. 모든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의무를 이행하는 시간, 자신을 발전시키는 시간, 쉬고 놀고 자고 자신의 컨디션과 주변 환경을 돌아보는 시간, 의식주와 같은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는 시간, 그리고 특별한 일에 참여하는 시간 이렇게 5가지로 크게 분류할 수 있는 시간 속을 통과한다고 전제하였다.
사소하여 하루의 계획을 세울 때 리스트에 올릴 이유가 없는 일들은 여기서의 논의에서 제외하도록 한다. 그러한 일들이 특별히 프랭클린 플래너에 의해 조직될 필요가 없는 이유는 그 일들을 하면서 다른 일들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는 데 중대한 방해를 끼치지 않기 때문이다. 사소한 일들은 우리가 계획을 할 때 넉넉히 남겨둔 시간을 채워넣도록 작용한다.
1 의무이행
학교에서 공부하는 시간 / 학교가 주는 과제를 수행하는 시간 /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여 활동하는 시간 / 종교활동을 하는 시간 / 혼정과 아침운동 같이 학교에 소속됨으로써 고정된 시각에 보내는 시간 / 청소검사에 대비하여 청소하는 시간
이 시간 속에서 우선순위 A에 해당하는 일을 하라.
나와 같은 고등학생에게 의무로 주어진 일은 공부이고, 그렇다고 이 공부가 모두 의무는 아니다. 나의 개인적인 발전을 위해 신문을 읽을 수 있고 책을 볼 수 있으며 연습삼아 글을 써 볼수도 있다. 이런 모든 일은 다 공부에 속하지만 내가 속한 기관인 학교에서 필수로 요구하는 일은 아니다. 직장인에게는 회사의 업무가 의무이며, 의무를 이행하는 일은 자신의 하루 계획을 세우는 데 있어 가장 우선적으로 중요한 일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의무, 그리고 그 의무를 이행하는 시간을 우리의 삶에서의 다섯 가지 조각 중 하나로 명명하였다.
자신이 공식적으로 소속된 기관에서 하는 일을 할 때에 우리는 일종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 그래서 동아리 활동을 하는 시간도 의무 이행에 포함되며, 심지어 교회나 절 등 종교활동에 참가하는 것도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의무 이행이라고 보아야 한다. 결국 의무 이행에 해당하는 시간은 항상 그 요일 혹은 한 달 안의 그 날에 고정되어 있고,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이 항목에 딸린 시간이 24시간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하루의 계획을 세워서 의무 이행에 해당하는 시간만 충실히 보내도 당신은 그 날을 성공적으로 보냈다는 말을 할 수 있고, 할 일을 하지 않아서 생기는 불안감과 불이익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단 특별히 자기발전 항목에 소속되지 않는 시간이 있는데, 그것은 학교에서 읽으라고 요구한 책을 읽는 시간, 학교 공부를 위해 결정적으로 도움이 되는 책을 읽는 시간 등이다. 나의 경우 학교가 특별히 언급을 하지 않아도 학교의 공부를 위해 꼭 보아야 하는 학습 자료를 읽는 일은 자기 발전을 위한 일로 분류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고쳐야 할 일이다.
의무를 이행하는 일은 중장기 목표설정에 포함되기 적절한 일이다. 열심히 일한 자가 목표 달성의 열매를 얻을 수 있다. 그 열매가 눈에 명확하게 보인다는 것은 곧 그 열매의 가치가 널리 사람들에게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열매의 가치를 널리 인정받게 하는 일은 자신이 개인적으로 설정한 자기 발전 관련 일이 아닌 자신이 소속한 학교 혹은 직장에서 일정한 목표를 달성하는 일이다.
2 자기발전
독서(책, 성경, 신문, 블로그 포스트 등 모든 종류의 글)하는 시간 / 음악 감상을 비롯하여 모든 종류의 예술을 감상하는 시간 / 친구들과 모여서 또는 혼자 운동하는 시간 / 블로그에 글을 쓰는 시간 /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는 시간 / 남에게 도움을 주는 시간
이 시간 속에서 우선순위 B에 해당하는 일을 하라.
자기발전을 위한 시간에 소속한 일들은 불규칙적으로 발생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프랭클린 플래너가 지시하는 바와 같이 신체적, 사회/감정적, 정신적, 영적 심신단련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러한 시간은 마음이 정결한 인간이라면 이 시간으로 최대한 하루를 많이 채우고 싶은 욕구가 의당 들게 만드는 시간인데, 그 때 주의할 점은 하루 24시간을 편성할 때 하루의 의무를 이행하는 데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자기발전에 해당하는 일은 '반드시 몇 달 안에 이루어 내겠다' 라는 식으로의 중장기 목표설정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의 의무가 너무나도 무겁기 때문에 자기발전을 위한 중장기목표를 완벽히 실현하려 하면 자칫 의무를 모두 이행하는데 소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달에는 조정래의 '태백산맥' 을 1권에서 4권까지 읽겠다는 다짐을 할 때에는 상당히 조심해야 하며, 이러한 목표의 성공은 모든 날에서 내가 열심히 책을 읽어야만 가능하다. 즉 목표의 성공을 보장하는 때는 한 주 혹은 한 달의 말일이고, 하루 안에 목표의 성공 여부를 단정지을 수 없다. 책을 읽겠다며 자신이 해야 할 학교 업무에 소홀해진다면 그것은 곧 독서계획이 잘못되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단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어떤 종류의 자기발전 관련 일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해 나갈 것인가는 중장기 목표설정으로 적절하다. 예를 들어 팔굽혀펴기를 이달에는 매일 30회, 다음달에는 매일 50회 등으로 늘려나가겠다는 계획은 충분한 실천 가능성이 있고 무엇보다 하루 안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종합하자면 자기발전을 위한 시간은 언제든 신축적으로 바뀔 수 있는 시간이며 불규칙적이고, 목표달성의 여부는 하루 안에 알 수 있다.
3 정리휴식
친구들과 게임을 하는 시간 / 책꽂이와 책상과 주변 환경을 정리하는 시간 / 컴퓨터 파일과 폴더를 정리하고 유지보수하는 시간 / 밀려오는 피로를 이기기 위해 잠시 수면을 취하는 시간 / 지식의 축적이나 인생의 깨달음이 목적이 아닌, 단지 재미와 안락을 위한 독서 혹은 영화감상
이 시간의 대부분에서 우선순위 C에 해당하는 일을 할 것이다.
하루를 살아가는데 의무를 이행하고 자신의 발전을 이루는 일은 매우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인간은 유희적 동물이라는 말도 있듯이 인간은 기본적으로 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또한 인간에게는 피로라는 괴물이 늘 붙어다녀 이것을 조절하기 위한 시간 또한 필요하다. 따라서 만든 카테고리가 하루 24시간을 구성하는 다섯 개의 조각 중 하나인 '자신의 컨디션과 주변 환경을 정리하고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다. 특히 가장 중요한 일은 피로를 풀기 위해 수면을 취하는 시간이며, 보통 20~30분이 적당하다.
4 기본욕구
샤워, 목욕, 세수하는 시간 / 식사하는 시간 / 화장실에서 보내는 시간 / 낮잠이 아닌 규칙적으로 수면을 취하는 시간
때로는 기본욕구를 충족하는 것을 A로 정해 놓을 때가 생기는데, 그 경우는 대부분 꼭 한 끼 식사를 챙겨야 할 때이다.
5 특별행사
A 학교 공식행사를 진행하는 시간 / 외부에서 긴급한 요청에 의하여 발령을 받고 일하는 시간
B 아는 사람의 권유로 안 가면 안되는 영화관, 극장, 콘서트 등에서 보내는 시간
C 나에게 매우 큰 즐거움을 줄 수 있으나 가도 되고 안 가도 되는 행사
특별행사는 위에서 말한 4가지 시간을 명백히 침해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특별행사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우리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우리를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매우 불규칙적이고 또 매우 의미가 큰 이러한 행사들은 필요하다. 그리고 특별행사가 있는 날에는 대개 의무 이행과 자기 발전에 해당하는 일의 비중은 특별히 내가 신경을 쓰지 않아도 자연스레 작아지기 마련이다.
수치화 작업
시간 분류가 끝났으면 이제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을 수치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1 가용 시간 산출
위에서 말한 시간이 모두 프랭클린 플래너의 task list에 어떤 '할 일' 로서 기록되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 말한 시간은 우리 삶을 구성하는 모든 시간으로서의 시간이다. 우리는 프랭클린 플래너를 효과적인 시간 관리의 도구로 사용하기 위해 그 목적에 맞게 시간 관리가 요구되는 시간만 task list에 올리면 된다. 수치화 작업을 설명하기 위해 나를 견본 모델로 삼아 알기 쉽게 하였다.
수치화의 단위는 시간의 단위이므로 시간(hour)가 적당하다. 30분의 경우 0.5로 표기하면 되고, 30분 이하로 소요되는 일은 따로 수치화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실천해 낼 수 있다. 그래도 실천 가능성에 의심을 품는다면 0.5↓ 로 표시하는 등 다른 방법이 있다.
보통 평일에는 내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가용 시간'이 일정한 값으로 고정되어 있다. 평일에는 뜻밖의 일이 생겨 내가 수월하게 행해 나가기로 계획해 놓은 일을 망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계획이 안정적이다. 하지만 주말에는 의무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고 여가를 즐기고, 무언가 특별한 일을 경험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가용 시간이 매우 가변적이다. 따라서 나는 평일에 해당하는 가용 시간 산출을 설명할 것이고, 주말에 해당하는 가용 시간은 자주 바뀌므로 설명하지 않는다.
우선 내가 프랭클린 플래너를 사용하기 위해 task list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시간을 24시간 중에서 추출해 내어야 한다. (A,B,C로 명명된 작업을 수행하는 시간이 곧 가용 시간.)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매일 고정되어 있는 시간을 제외하고, 내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시간만을 남겨 두어야 한다. Study Planner와 같은 다른 플래너에서도 이러한 시간 값을 산출하는 일을 매우 중요시하지만 그 값을 산출하기 위한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내가 그 과정을 나를 모델로 설명해보려 한다.
24시간에서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제외한다. 수면 시간은 모든 사람마다 다른데, 나의 경우 12시에서 다음날 아침 6시 30분이므로 6시간 반이다. 나중에는 조금 더 길어질 수 있겠으나 아무튼 가장 중요한 사실은 수면 시간은 매일 고정되어 있어야 한다. (고정은 시간대의 고정과 소요 시간의 고정을 뜻한다.) 24-6.5 = 17.5
이제 항상 고정되어 있는 시간을 마구 제외한다. 06:30~08:00 는 내가 아침 운동을 하고 아침 식사를 하고 샤워를 하고 등교하기까지의 시간이므로 제외한다. 17.5 - 1.5 = 16
08:00~08:30은 어드바이저 타임으로서 (월요일은 제외하고) 내가 이 자투리 시간에 무언가를(의무 이행이 대부분. 예를 들어 단어 외우기) 할 수 있으므로 가용 시간에 포함한다. 오전 수업은 08:30~12:20인데, 이 중 쉬는 시간이 총 40분 있지만 오전 수업의 쉬는 시간에는 내가 보통 편히 쉬므로 결국 4시간에 해당하는 값을 제한다. 16 - 4 = 12
12:20에 기숙사로 올라와 점심식사를 30분 동안 한다. 12 - 0.5 = 11.5 그럼 1시다. 13:00~13:30은 오후 수업을 준비하고 부족한 수면을 채우는 시간이므로 가용 시간에서 제외한다. 11.5 - 0.5 = 11
13:30~17:30이 오후 수업 시간이다. 11 - 4 = 7 그러나 오후 수업의 쉬는 시간에는 내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할 수 있으므로 가용 시간을 인정한다. 7 + 0.5 = 7.5 그리고 화요일 7,8교시, 수요일 8교시, 금요일 7,8교시는 내가 자습시간으로 쓰는 IR 시간이므로 화,수,금요일에는 가용 시간을 1시간 더한다. 지금은 일단 7.5로 값을 정하자.
17:30~18:00에 저녁식사를 30분 동안 한다. 7.5 - 0.5 = 7
그럼 이제부터 시간이 남는다. 저녁 식사 후 내가 자는 일은 없다. 하지만 이 때 나는 의무 이행에 관한 일보다는 자기 발전과 정리 휴식에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19:00~21:00는 1자습 시간으로 내가 열심히 공부하는 시간이다.
21:00~22:00는 혼정과 12층에서의 휴식과 기도모임이 있는 시간이므로 가용 시간에서 제한다. 7 - 1 = 6
22:00~24:00는 2자습 시간으로 내가 또 열심히 공부하는 시간이다.
여기서 현실성을 높이기 위한 보너스 여유분을 마련한다. 1시간을 가용 시간에서 제하는데, 이 1시간의 의미는 나의 능력이 부족할 때/일의 예상 소요시간을 실제 소요시간이 초과했을 때/순간적으로 밀려오는 피로에 인해 행위 능력이 없을 때를 대비하여 넉넉하게 준비해 둔 시간이다. 그렇다면 결국 평일의 가용 시간은 6 - 1 = 5시간이다. 나는 5시간 안에 A,B,C에 해당하는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구체적인 계산 과정으로 5라는 값을 산출해 보니 그동안 내가 얼마나 비현실적으로 계획을 세웠는지 알았다. 내가 보통 하루에 계획한 일의 총 소요시간은 6~7시간이기 때문이다.
2 task list에 있는 모든 일의 개별적인 소요시간 예상
이 작업은 자신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정말 중요한 작업이다. 내가 그 일을 완벽하게 끝내기 위해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한지 잘 예상하여야 한다. 하지만 그 예상시간은 나를 압박하기보다는 나에게 넉넉한 여유를 주도록 설정하는 것이 현실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task의 내용을 한 칸에 기입한 다음 오른쪽에 예상소요시간을 적어놓는다.
결론
가용 시간을 활용하는 것, 곧 프랭클린 플래너를 활용하는 것은 내가 속한 기관, 그리고 나의 특성에 의해 그 성향과 스타일이 결정된다. 모두 다 다른 모습으로 가용 시간을 산출하고 플래너에 할 일을 기록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사실은 프랭클린 플래너로 우리의 삶을 조금 더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짧고, 짧기 때문에 계획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