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통한 정치 참여가 길거리의 오프라인 서명운동보다 익숙한 세대의 비중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이들은 투표권 행사에만 국한된 정치적 행동에서 벗어나고 있다. 스스로 나서서 정치인들과 교류하고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정치인들의 행동을 감시하며, 나아가 선거 기간뿐만 아니라 일상적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직접 참가하고자 한다[1]. 선거 때 표를 얻어 국회의원으로 다시 선출되는 것이 현 국회의원과 그들이 소속한 정당의 가장 중요한 숙제이자 임무이므로 이를 향후 10년 혹은 20년 간에도 지속적으로 수행하여 득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정치 효능감을 부여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연구하여 일상화시켜야 한다. 기존 세대에게 재선에 대한 기대를 갖기 위해 국회의원이 한 일은 지역구민들이 만든 단체에 국회의원이 물질적 지원을 하거나 지역구 전체의 경제 발전이나 고질적인 문제 해결을 이룬 뒤 결과를 발표하는 일이었다. 디지털 네이티브 이전 세대에게는 이처럼 정치 행위의 결과와 성과가 중요했다. 하지만 지금 세대의 유권자에게는 금전적인 보상이 없이 정치과정에 함께 참여하고, 따라서 금전적인 보상을 결과로 받음으로써 얻는 정치적 효능감보다 정치과정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현재 일하고 있는 의원이 잘 듣고 있다는 과정을 확인함으로써 얻는 정치적 효능감이 더 크다.

             비금전적 동기에 의존할 때, 다양한 수준의 참여가 이루어진 관용적 시스템을 만들 가능성이 높아진다.[2] 기존에 다수당이 많은 자금을 바탕으로 유력한 소수 민간 행위자에게 큰 단위의 정치자금을 기부받으며 의견 종합보다는 정책 실행 및 조정 단계에 초점이 맞추어졌던 과거의 비관용적 시스템과 비교해보았을 때 지금은 소수정당이 보다 힘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즉 소수정당이 다수의 시민들에게 참여를 받고, 다수의 시민들에게 작은 단위의 정치자금을 기부받아 영향력 확대를 위한 재원으로 사용하고, 의정활동을 인터넷과 기존 매체를 이용해 충분히 공개하고 소통함으로써 자신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고 있음을 투명하게 확인하려는 시민들을 만족시켜줄 수 있게 되었다. 정당 또한 정보기술의 발달에 따라 시민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비용도 줄어들어 비금전적 동기에 의존하는 시민들에게 적은 비용으로 다가감으로써 서로 비용을 덜 쓰는 균형을 맞출 수 있게 되었다.

             단 이렇게 기존의 정당과 시민단체의 의견 형성이 중요한 대의민주주의에서 보다 정보의 공개가 활발해지고 투명해진 대의민주주의로 이행했을 때 이익을 보는 쪽이 아무런 추가적 노력 없이 이익을 보지는 않는다. 이 이행은 정보기술의 이용이라는 기술 발달에 힘입은 것이기 때문에, 그에 따라 기술을 이해하고 정치 행위자를 교육하고 활용 방법을 연구할 비용이 추가로 지출된다. 디지털 네이티브가 주도하는 정치에서 소셜네트워킹서비스가 사회 내 존재하는 갈등을 빨리 잡아내어 밖으로 표출하게 하고 사람들의 팔로잉/팔로워 네트워크를 통해서 정책결정자에게 전달되게 한다는 주장은 전달을 담당하는 전담 팀이 구성되어있음을 전제로 한다. 정책결정자가 열심히 트위터 활동을 한다 해도 수만 명의 국민들이 서로 격앙된 목소리로 토론하는 한 가지 주제의 흐름을 잡아내는 데는 일반 대중 모두를 대상으로 분석하는 별도의 빅데이터 연구가 필요하다. 정치인 개인의 트위터 소통은 개인화된 시민 사용자와의 일대일 대화는 가능하게 해주지만 빅데이터 연구가 가지는 기술을 이용한 가상의 결사체 형성은 단순히 트위터 타임라인만 가지고는 실행에 옮길 수 없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술의 변화에 직면한 정당정치를 단순히 포기할 것이 아니라 팀을 구성하여 사람들의 의견 형성을 분석함으로써 새로운 정치참여 과정에 대응하는 새로운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체계론에서 말하는 두번째 단계인 의견 집약은 이제 정당 내 당원들이 모인 회의에서 가결하는 것이 아니라, 혹은 시민단체의 정기적인 회의에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범위의 제약 없이 여러 번 인터넷으로 수행해야 하는 단계가 되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 게시판과 소셜 미디어의 활용 능력이 중요해지고, 그에 따라 인터넷의 기술적인 부분을 도맡는 산업군과 정치가 비로소 연결되는 새로운 현상이 보편적으로 자리잡게 된다. 인쇄업자와 로비스트는 점차 설 자리를 좁혀가는 대신 IT 전문가들이 정치인과 정당과 손을 잡는 시대가 자연스럽게 올 것이다.

             정치과정에서 이제는 정당정치의 지속을 꾀하기 위해서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하는 핵심의 위치 조정이 필요하다. 현재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정치에 참여하는 전체 세대에서 약한 소수자 부분에 속해있지만 점차 이 상황이 반전되면서 비금전적 동기에 따라 반응하는 이들을 위해 과정에 초점을 맞출 필요성은 점차 증대할 것이다.



[1] Tapscott, Don. 2008. Grown Up Digital: How the Next Generation Is Changing Your World. McGraw-Hill. 이진원 역. 2009. 『디지털 네이티브』. 서울: 비즈니스북스: 460-461.

[2] Shirky, Clay. 2008. Here Comes Everybody. Brockman. 송연석 역. 2008.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 서울: 갤리온: 142-146.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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