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의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연결망으로서의 권력 정의를 따르면, 정책 결정자는 인터넷으로 나타난 민심을 파악한 뒤 자신이 부서에서 생각한 정책을 실행에 옮길지 여부를 결정한다. 인터넷의 권력 투쟁에 참가하는 개인들은 각자가 친하게 지내는 주변 사람들, 인터넷에서 만난 자신의 의견 동조자들을 중심으로 미시적인 전술을 구사한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나 지방정부의 정책 결정자는 얼마만큼 자신들에 찬성하고 반대하는지를 파악한 다음 자신들의 권력의 존재감을 깨닫는다. 사이버 공간에서 권력이 드러나는 21세기에는 따라서 지배자의 말과 행동에 말없이 순종하는 대중의 수가 급감하고, 그에 따라 대중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여지는 많아진다.
Human Rights Watch와 Amnesty International. 이중 비정부기구 Amnesty International은 뛰어난 인지 인터페이스를 바탕으로 같은 컨텐츠를 다양한 언어로 제작한 뒤 전세계의 참여와 후원을 용이하게 받고 있다. 여기서 주제는 인권 보호, 무기 거래 감시, 다국적기업의 횡포 방지 등 매우 명확하게 설정되어 있어서 탄원서를 보낼 경우 사람 수만큼 탄원 대상자가 편지를 받게 되는 간단한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NGO는 이슈화의 주체이며 의견 형성을 이미 해놓고 단지 네티즌들의 서명만을 받는다. 이는 오프라인에서 그들이 그간 전개해왔던 활동과 다르지 않으며 다만 온라인의 도구를 활용하여 보다 그 효율성과 효과성이 증대된 형태이다. 다중이 여러 가지 다른 의견을 사이버 공간에서 나누며 소통하여 가장 좋은 의견으로 수렴해가는 과정은 NGO의 효과적인 인터넷 이용에 비하면 너무나도 힘든 과정이며 아직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전자정부가 사람들의 참여를 요구하며 여러 정부 부처마다 시민들의 의견을 받는 창구를 열어놓았지만 사람들은 새로운 의견을 개진하는 것을 힘들어한다. 대신 사람들은 이전에 있는 정책을 비판하는 것에는 매우 익숙하고, 특히 페이스북과 같은 폐쇄적인 매체를 이용하여 아는 사람들끼리 비판 성격의 내용을 공유하는 데 익숙하다. 트위터 계정도 비판적인 의견을 아는 사람들끼리만 공유하기 원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계정을 비공개로 설정해놓는다.
정보 혁명은 국제정치에서 네트워크 안의 개인, 관료제 안의 개인 간의 커뮤니케이션 통로의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켜줌으로써 complex interdependence의 패턴을 변형한다고 했는데 정작 네트워크 안의 개인과 관료제 안의 개인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통로의 수는 고정되어 있지는 않은가 생각된다. 즉, 네트워크 안의 개인 간의 커뮤니케이션 통로인 트위터와 오늘의유머, 일간베스트, 디씨인사이드, 다음 아고라, 그리고 관료제 안의 개인 간의 커뮤니케이션 통로인 페이스북, 블로그, 전자정부, 공공기관 내 메신저, 인트라넷 사이에는 연결 통로가 매우 좁다.
소프트 파워가 조금 더 설득력 있게 느껴지기 위해서, 상대를 조금 더 잘 매혹시키기 위해서는 무료 정보가 더 많이 퍼져 있어야 한다는 점을 Keohane과 Nye는 강조하고 있는데, 이점에서 공유의 문화와 관습이 다른 나라보다 우수한 한국은 소프트 파워를 행사하기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소프트 파워를 넘어서 행위 권력과 자원 권력 모두에서도 21세기의 정보기술을 가지고 있는 한국이 중요한 권력을 가질 것은 매우 유력하다.
한국 정부가 국민들이 생성하는 친정부적 의견을 타 국가를 상대로도 잘 드러내면 그만큼 한국 정부의 위상이 높아지고 타국 정부도 한국 정부를 이해하면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게 될 것이다. 이 점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외교통상부의 변하지 않는 독도 관련 입장과, 독도 관련 입장을 지지하는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를 비롯한 여러 인사들의 활동을 예로 들 수 있다. 정부의 입장이 시민과 그중 참여의 정도가 강한 시민들과 한데 어우러져 정부의 권력을 강화시키고, 미국과 같이 일본 외의 다른 나라에게 충분히 어필하면서 한국 정부의 외교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사이버 공격에 대응할 능력이 부족한 것은 전 정부기관 및 기업 그리고 가정의 정보화로 자원이 많아졌음에도 오히려 그 많은 자원 때문에 취약성이 증대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중국, 북한, 인도 등 미국과 같은 안보 노선을 걷고 있는 한국을 위협하는 국가가 건재하며, 이들 또한 뛰어난 정보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정리하자면 한국은 소프트 파워에 강하지만 하드 파워에 약한 국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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