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FTA는 중국이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생각되어 논의가 시작되었고, 한국과 일본의 대 중국 무역 상호의존도가 높은 현 상황에서 삼국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생각되었다. 하지만 일본의 TPP 교섭 참가는 미국의 안보 전략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일본의 모습을 보여주고 중국과의 협력 균열이 예상되게 했다. 손열 교수는 한중일 FTA의 부진한 원인을 일본 국내 정치 문제로 돌린 바 있고 그 근거로 1년마다 바뀌는 불안정한 총리 및 내각을 언급하였다. 하지만 이 원인이 진단된 때는 2012년이며, 2013년 현재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예전의 잦은 교체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높고, 무엇보다 그의 양적 완화를 위한 경기부양이 한중일 FTA 논의와도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점은 오히려 일본이 양적 완화로 인한 추가적 이득을 얻기 위해, 혹은 자국 경제발전에 따른 주변국의 피해에 책임을 지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일본의 한중일 FTA 참가가 TPP 교섭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을 막는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중국의 참가가 일본의 TPP 참가를 지연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한국은 그 중심에서 단순한 교역 이익을 위해 참가했다. 현재는 협상이 진행중인데 이것이 TPP의 진도를 의식하면서 이루어진다면 중국과 일본 양국은 한중일 FTA 자체의 성사 결과를 아예 생각하고 있지 않다. 중국의 목적이 일본이 TPP에 참여하지 않는 단순한 것이라면 한중일 FTA의 의미는 더욱 무색해진다.


  하지만 한중일 FTA는 분명 중국에게 이득이다. 국내의 사회주의 경제체제가 갖는 제약조건 하에 자유무역은 자유무역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과 분야에 한정되어 그 효과가 발휘된다. FTA는 중국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하고 중국 내 산업 중 국제경제에 적극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산업군이 정해지게 하여 중국 내부의 경제성장을 촉진한다. 최근에는 아이슬란드가 유럽 국가 중 최초로 중국과 FTA를 체결하는 등 중국이 기존의 미국이나 한국이 추구해온 자유무역협정 대상국과는 다른 종류의 시장에 진출하려는 움직임도 관찰된다. 그렇다 하여도 지역협력을 틀어쥐고 현재 수출 비중이 낮은 한국과 일본에 대한 비중을 확대함으로써 또다른 경제성장 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은 다른 지역과의 자유무역 확대 못지않게 중요하다.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은 생산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중국에 직접투자를 진행했고 중국에 부품, 자재, 생산설비의 수출가공기지를 구축하였기 때문에 비교우위가 중국에 몰리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점도 중국의 이득을 증대시킨다.


       아울러 한국이 주변 양국과 같은 협상자의 지위를 가진 나라임을 고려한다면 협상 과정을 한국 주도로 가져올 수 있다. 중국과 일본이 서로 갈등한다고 해도 한국과의 양자 관계는 모두 양호하다. 한국이 일자리 창출, 복지, 주변의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책임성을 주장하며 협상을 진전시켜나갈 조건을 까다롭게 하면 중국과 일본은 적극 협상에 가담할 것이다. 한국은 주도적으로 무엇이 중국과 일본 모두에게 득이 되는 조건인지를 제시하여 삼국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중재자로서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이 이 권력을 극대화하여 한국의 제안이 일본의 TPP 참가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다면 한중일 FTA는 한국 주도의 무역협정으로 비준을 마무리할 수 있다. 경제적 이득이 가장 큰 중국이 시작한 자유무역협정이므로 중국이 계속 주도해야 한다는 생각은 충분히 바뀔 수 있다. 한중 FTA에서 중국은 한국의 입장을 생각하고 민감품목을 만들었으며 상품, 서비스, 투자 면에서 세부사항에 대한 모달리티 합의가 이루어져야 2차 협상으로 넘어가겠다는 암묵적인 합의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한국 입장에는 TPP가 주는 조건과 비교하면서 합의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중국이 일본의 TPP 참가를 안보 차원에서 그렇게 걱정한다면,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닌 한중일 FTA와 TPP에 대해 한국이 둘 모두의 양립이 가능하도록 협상 범위를 줄이는 데 일조하는 것이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이다. 원하는 만큼의 높은 수준의 자유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협상 결과의 범위가 좁다 하더라도 일단은 일본이 미국과의 TPP와 한중일 FTA에 모두 참가하는 것을 확정된 결과로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중국의 TPP 참가 여부는 그 확정된 결과에 뒤이어 결정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한중일 FTA의 추진과정에서 한국은 그러한 추후 결정에 신경쓸 필요가 없다. 한국은 한중일 FTA와 TPP 모두 가입이 가능함을 주지한 상태에서 높은 수준의 자유화와 특정 지역 내의 파트너십이 모두 가능한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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