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잊었나요?
언니네 이발관
꿈의 팝송 (2002)


* 원곡이 Fade out 하기 때문에 EBS 공감 2004년 언니네이발관 편의 라이브를 뒤에 붙였습니다. 능룡님의 기타도 다 채보하였으니 많이많이 받아가서 즐겁게 연주하세요.
* Guitar Pro 5.2로 제작했습니다.
* 원곡의 기타 트랙은 트릭맨님의 악보창고 자료실에 올려놓은 파일을 기초로 만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다른 곳에 올리실 때에는 출처를 꼭 밝혀주세요.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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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이발관 ['가장 보통의 존재' 발매기념 콘서트]
2008. 08. 29 금 @ 백암아트홀


  처음에는 '아, 정말 우울해서 못 봐주겠네.' 하다가도 가만히 말없이 빠져들다보면 어느새 나는 그들과 같은 생각에 잠겨 함께 있는 느낌,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편안해지는 느낌은 언니네이발관의 '가장 보통의 존재' 발매기념 콘서트에서도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리뷰는 가장 보통의 존재들 중 1인이 쓰는 리뷰라 그런지 다른 글 쓸 때보다 더 단어를 써나갈 때 신중해지는 것 같아요. 3년간 앨범 작업하신 언니네이발관 분들의 기분도 이런 기분이었겠죠? 사실 민트페이퍼에 올리는 리뷰는 이번이 첫 번째에요. 처음부터 저를 긴장하게 만든 언니네이발관의 이 전율.. 그래서 최대한 풍부한 내용을 쓰려고 공연장에서도 리포트 패드 위에 계속 메모를 하면서 봤어요. 덕분에 저 또한 그들처럼 편집증적으로 파고들었던 감명 깊은 공연이 되었습니다.

  공연장소였던 백암아트홀은 그랜드민트페스티벌 2008의 준비운동 3종세트인 언니네이발관(8월 29일), 페퍼톤스(30일), 이지형(31일) 세 아티스트의 공연이 있는 곳입니다. 저는 친구랑 같이 갔는데 좌석이 왼쪽 구석에 있어서 (K열 1번, 2번) 처음에는 언니네 형들이 안 보일까봐 걱정했어요. 하지만 공연장이 가로로 길고 세로로 짧은 작은 공연장이라 제 자리에서도 부담없이 공연이 주는 모든 즐거움을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후에 백암아트홀에서 좋은 공연 많이 있을 예정이니 보러 가실 분들은 참고해주세요.
  백암아트홀은 조금 삼성역에서 먼 감도 있었고, 여기가 처음인 저에게는 '왜 공연장이 이런 곳에 있지?' 하는 느낌도 들었지만 안쪽으로 들어와 보이는 백암아트홀의 풍경은 한국전력과 LG25 사이를 걸을 때엔 상상할 수 없었던 사뭇 다른 편안한 도심 속 이미지였습니다. 평범하고 찌질하고 우울하다가 이내 모든 것들을 아름답게 바라보며 편안해지는 기분, 가는 길조차 언니네이발관의 곡 분위기와 맞아 떨어졌습니다.

  공연장 안에는 쌈넷에서 마련한 예쁜 판매대가 있었습니다. (사진을 보세요) 언니네이발관 3집 테이프, CD, 4집과 5집 CD를 팔고 있었습니다. 보너스로 1000원짜리 아대도 팔았는데, 이건 아직도 이유가 알쏭달쏭 합니다. :P 저는 이곳에서 5집 CD를 사고 언니네이발관의 대외 홍보 기사가 담긴 Press Kit을 받았습니다.
  관객 중에는 혼자 온 사람도 많았고 같이 온 사람들은 대부분 동성끼리 왔습니다. '사랑도 금물'이라 커플들은 잘 안 보이더라구요. :P 하지만 이번 공연에는 커플들이 좋아할 감미로운 가사의 곡들도 많이 선보여 주었습니다. 공연장에 30분 일찍 들어와 waiting 음악을 듣고 있는데 주로 언니네이발관 초창기 시대 좋아하던 메탈이 많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오프닝게스트로는 브로콜리너마저 분들이 나와 주셨습니다. 선곡이 편안한 Irish Rock 분위기라 언니네이발관 이번 앨범과 자연스러게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베이스 분!! 어눌한 멘트 정말로 귀여우셨어요. 덕분에 처음부터 차분하고 어눌한 분위기로 공연과 잘 어우러지며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첫곡인 '어떤날'은 높게 조옮김을 하고 이한철의 '이상한 꿈' 분위기 물씬 나게 해주는 전자 피아노 음색을 기타로 대신하여 연주해서 앨범과 다른 분위기를 내 주었습니다. 첫 곡도 뜬금없이 시작한 언니네이발관, 그리고 뜬금없는 첫 멘트.
"박수 안 쳐요?" "계속 노래할게요." 그리고 다음 곡을 불러제껴드렸더랬습니다. 다음곡인 '생일 기분'에서는 1집의 날생선 같은 인디 느낌의 기타 음색을 5집답게 부드럽게 바꾸어 연주했습니다. '꿈의 팝송'은 2집의 느린 곡으로 연주하면서 이석원의 솔로를 화려하게 많이 집어넣었습니다. 저는 솔직히 4집의 신나는 기타가 돋보이는 '꿈의 팝송'이 좋았는데 이 곡은 약간 허무하게 끝난 감이 없지 않아 섭섭했어요.
  1부는 멘트를 절제하고 아주~아주 우울하게 전개되었습니다. 작년 겨울에 앨범 없는 앨범발매 공연을 했다면서 약속 어긴 점을 사과한다면서 거의 울먹이다시피 한 석원 형은 관객들도 우울하게 만들어 주었어요. 그리고 1부는 언니네이발관의 과거를 회상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새 앨범에 있는 노래 많이 하면 심심하죠?" 라고 물어보기도 했어요. 그래서 관객들은 "아니요~"라고 화답했지만 말이죠.^^
  기타를 맡은 이능룡 군의 멘트도 기억이 많이 나네요. "저번에 쌈지 공연장에서 준비도 안했는데 말이 막 풀리는 거에요. 지금도 잘 풀리나? 석원이형은 전에 이렇게 말했어요. '말 잘하는 건 팀의 발전에 도움이 안돼.' "그러니까 옆에서 "잘 하진 않았죠. 평소에 어벙한 것보다는 잘했다는 뜻.."이라고 핀잔이 들어오더라구요. 이런 모습 하나하나에서 솔직하고 따뜻한 형제애(?)가 느껴져서 관객으로서는 참 좋았습니다. 그 다음으로 '표정' '2002년의 시간들' '유리' 그리고 12년 전 녹음한 '쥐는 너야'를 끝으로 1부를 마쳤습니다.

  1부가 끝나고 무대 조명이 켜지길래 사람들이 인터미션인줄 알고 공연장을 잠시 빠져나왔는데 갑자기 게스트 공연이 시작했어요. 언니네이발관에서 멋진 키보드를 맡아주시는 유일한 여자분인 임주연씨가 두 곡을 불러주셨구요, 그 다음으로 Vanessa Carlton 스타일의 피아노 터치와 타루를 닮은 목소리의 양양씨가 한 곡을 불러주셨습니다. 갑자기 시작만 안 했다면 신인들을 적극 끌어주는 본연의 역할을 멋지게 해냈을텐데 2% 부족했습니다.

  2부는 확실히 분위기가 밝아지고 본격적으로 5집의 노래들을 불러주기 시작했습니다. 이석원씨의 옷은 언니네이발관 민트페이퍼 사진을 찍을 때 입었던 옷이었지요. '작은마음'에서 중간에 스윙으로 바뀌면서 멤버 소개를 할 때 참 좋았어요. 피아노가 경쾌해서 Ben Folds Five 느낌이 나면서 특유의 침잠하면서 편안한 기분이 더욱 반갑게 다가온 것 같아요. 드러머 정무진씨가 분위기에 따른 스트로크의 강약 조절을 기막히게 잘 해 주셨습니다. 그 다음 곡인 '무지개'는 음정이 높아 보컬이 상당히 어려웠을텐데 이석원씨의 열창으로 멋지게 끝냈습니다. 처음에 긴장하는 모습 다 봤어요. :D
  원곡보다는 조금 빠른 템포의 '인생은 금물'을 연주할 때에는 중간에 이석원씨가 "다시 소개하기 싫은데... 기타리스트 이능룡!" 한 다음에 옆에서 이능룡씨가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코러스로 '우~'하면서 손을 흔들 때 관중들이 한번 크게 웃었습니다. 이런 모습들이 언니네 이발관다운 전개이자 유머 감각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다음에 이석원씨가 들어오고 이능룡씨 혼자 '100년 동안의 진심'을 연주하려고 준비할 때 나온 멘트도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저 혼자 있으니까 무대가 나른해지네요." 하니까 옆에서 갑자기 어찌할 바를 몰라 침울한 표정으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이석원씨가 무대 옆에서 슬슬 걸어나오더니 "사람이 어떻게 말을 저렇게 못할 수가.."라고 하면서 관객들이 웃고 있을 때 "이 노래 웃으면서 하면 안되는 건데" 라고 핀잔 주는 모습까지도 팬의 입장에서는 정말로 정겹고 가까이 와닿는 모습이었습니다.

  같이 모여 단어 2개 만들다 철수하고, 남양주에서 열린 공연에서 5곡을 부르다 힘들어서 이석원씨가 '난 라이브 안해' 라고 할 때 옆에서 이능룡씨가 이렇게 말했다죠. '형 무대에서 삑사리 나본 적 있느냐. 형보다 노래 잘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많은데 무대에서 삑사리 나지 않느냐' 노래가 끝나고 이 이야기를 멘트로 들려주는데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중요한 얘기라면서 우리들이 다 조용할 때 한 얘기였거든요. 그리고 "어제 쉬지 않고 노래를 불렀는데, 이번에는 목이 쉴 때까지 터지도록 불러보겠습니다."라고 하며 바로 '태양 없이', '너는 악마가 되어가고 있는가?' 그리고 '아름다운 것'을 3곡을 이어서 불러주셨어요. 정말 멋지죠!! 마지막 '아름다운 것'에서 중간에 가사를 까먹기도 했지만 3곡을 열창했다는 것만으로도 팬들에게는 감동이었어요. 그 다음의 마지막 곡 '의외의 사실'은 제가 가지고 있던 셋리스트에도 없던 '의외의 곡'이자 트럼펫까지 등장한 빵빵한 마지막 곡이었습니다.
  앵콜곡으로는 '가장 보통의 존재'와 '나는'을 불러주었습니다. 이석원씨의 3곡 연속 열창이 너무나 열정적이어서일까요? '가장 보통의 존재'에서는 음정이 흐트러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관객들이 그에 따라 같이 노래를 불러주었고 그 광경은 눈물이 날 정도로 특별했습니다. 앵콜이 이 두 곡으로 끝난다면 이번 공연은 가장 아름답게 슬픈 마지막을 가진 공연이 되었을 것이고 또한 그렇게 끝나도 나름 괜찮았을 텐데, 관객들이 또 박수를 쳐서 나온 두 번째 앵콜곡으로 '어제 만난 슈팅스타'를 불러주어 결국 모두 즐겁게 뛰면서 끝났습니다. "역시 이곡이 빠지면 안돼"라는 멘트와 함께.. 마지막에 석원, 능룡 둘이서 피크 한뭉치를 관객들에게 던지고 일렉 기타 튜닝을 풀었다 조였다 했다가 나중에 던지는 퍼포먼스는 충분히 데카당스적이었습니다.

  아직 언니네이발관은 이렇게 좌석의 공연장에서 공연을 해도 스탠딩 라이브 클럽의 날것의 느낌을 절대 손에서 놓지 않는 영원한 인디의 심볼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공연 전체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저번 6월에 있었던 페퍼톤스의 공연처럼 화려한 비쥬얼 아트를 사용하지도 않고 오직 작은 목소리와 생생한 기타 한 대만을 앞에 두고 노래를 했기에, 언제나 최소한의 음색으로 최대의 느낌을 만들어내려 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언니네이발관은 우리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 수 있고, '가장 보통의 존재'로서 서로를 어루만져줄 수 있으며, 우리가 쓸쓸히 혼자 버스에 앉아 차창을 바라보거나 터벅터벅 집으로 걸어가는 순간도 '꿈의 팝송'과 같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공연을 다 보고 친구와 함께 백암아트홀을 나와 서늘해진 밤 공기를 맞았을 때부터 일상은 전보다 조금 더 아름다워져 있었습니다.

SET LIST

오프닝 게스트: 브로콜리 너마저


앵콜요청금지

1부
어떤날
생일 기분
산책 끝 추격전
꿈의 팝송
표정
2002년의 시간들
유리
쥐는 너야

게스트
비둘기 (임주연)
속삭여주오 (임주연)
이정도 (양양)

2부
작은마음
무지개 (조규찬)
알리바이
인생은 금물
100년 동안의 진심
산들산들
태양 없이
너는 악마가 되어가고 있는가?
아름다운 것
의외의 사실

앵콜곡
가장 보통의 존재
나는
어제 만난 슈팅스타


* 이 글은 민트페이퍼 Live Paraid - Review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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