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오전 11시 21분.

어제 친구들과 한참 떠들다 4시에 자서 11시에 일어났다.

완전히 시차적응을 하는 기분이다. 방 안에서는 12시에 자고 7시에 일어난 것 같은데

시계를 보면 11시였기 때문이다.

어제 우리 학교에도 사랑의 물결이 일파만파로 퍼졌다. 크리스마스 이브의 끝이 가까워오자 새로운 커플들이 몇몇 탄생했고(축하한다 짜식), 원래 있던 한 쌍들은 더 그들의 사랑을 결속시킨 듯 하였다. 나는 그냥 혼자 있다가 밤에 친구들과 모여서 명목상 솔로들의 파티라고 모임의 이름을 지어놓고 카드게임(6Take.. 정말 재밌다) 을 하면서 놀았다. 진 사람이 진실을 털어놓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나는 처음에는 잘하다가 한 5판쯤 되면서 완전 고꾸라졌다. 한번 크게 진 적이 있어서 내가 진실을 말하게 되었다. 이건 상식이지만, 친구들이 원하는 그런 얘기라는 게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것을 말해서 친구들을 즐겁게 해 줘야 한다. 결국 나는 힘들게 얘기를 꺼내려고 하는데 잠깐, "얘들아, 이거 얘기하면 분위기 따운될지도 몰라. 너무 센티하거든."

아이들은 센티해도 상관없단다. 그래서 내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한 문장 한 문장 힘들게 얘기했다. 친구들이 예상대로 우울해졌다. 나도 내 이야기를 하면서 왜 이렇게 속으로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다. 다 내가 용기 없는 고등학생이어서 생긴 일이라고 나는 속으로 되뇌였다. 나는 솔직히 고등학교 시절에 꼭 여자친구를 사귀어 보겠다는 굳은 다짐 같은 건 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들이 모두 이런 얘기를 꺼내고 다른 친구들이 어땠냐는 둥 그런 레파토리로 계속 모임의 흐름을 이끌어가니 내가 왕따가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여러가지 얘기를 들어본 다음 결론을 내렸다. 여자에게 환상을 심어줄 수 있는 남자는 같은 남자가 보잘것없다고 평가해도 여자 관계와는 상관없다는 것, 솔직하고 순수하면 매력있는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 뭐 이런 것들이 우리 학교 친구들의 전반적인 얘기를 들어본 다음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다. 내가 어리다는 것도 깨달았다. 나는 순수하고 솔직하고 진지한 게 좋은데, 여자들은 그걸 혐오하는 듯 하다. 꼭 나쁜 남자 짓을 해야 여자를 만들 수 있는 걸까?


  주일은 주님과 함께 보내자는 심정으로 우울한 마음을 가라앉혔다. 나는 지금 외로움을 타는데, 이 기분도 꽤 괜찮다. 쉬는 마음으로 책 좀 보고 경건하게 교회에서 예배드리면서 크리스마스를 보낸다면 나에게는 최고의 크리스마스이다. 


2005.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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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 그땐 참 쓸쓸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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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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