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주기만 한 사람, 헌신적으로 계속해서 매달린 사람, 그에게 곧 들이닥칠 무서운 기분은 자존심의 상처와 무기력한 자아의 체험이다. 하지만 그 기분이 피부에 와닿도록 하는 원인에는 자신에 기인한 것보다 주위 사람들 또는 환경이 주는 외부 시선의 요인이 더 크다. 남의 눈치를 보는 순간 그래도 이만큼 주었으니 이제는 받을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보상심리가 싹트고 그에 따라 왜 나에게 문자나 편지가 오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남의 눈치에 신경쓰지 않으면 보상심리 또한 작동하지 않는다. 눈치를 보지 않게 만듦으로써 자존심의 상처는 상당량 줄일 수 있고 그에 따라 나의 일에 방해받지 않고 집중할 수 있다.

  남의 눈치에 신경쓰지 않고 헌신적으로 사랑을 가꾸어 나가기 위해서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숨겨야 하고 되도록 화제로 꺼내서는 안 된다. 현재 내가 좋아하거나 작업 중인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까지는 괜찮지만 내가 쌓고 있는 공적의 세부적인내용을 설명하게 된다면 그 때부터는 불필요한 말이 된다. 그 사람이 나에게 사랑을 보답해주고 열정적으로 응답하여 그 사람이 남들 앞에서 자랑거리가 되고 내 자부심도 높여주기 전까지는 금물이다. 나의 사랑 가꾸기와 헌신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들은 사람이 나의 헌신을 방해하지 않고 그저 옆에서 듣고만 있는 경우에도 그러한 경청은 나를 방해한다. 나 자신이 타인의 경청을 인지한 다음 스스로에게 헌신을 주저하라고 명령하기 때문이다. 공든 탑은 혼자 쌓아야 한다.


Posted by 마키아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