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무리 그날 좋은 일이 있어도, 대대에 도움이 되는 일을 했어도, 평소보다 목소리를 크게 해도 경례를 받아주는 선임들의 60%는 무표정이거나 우울하고, 때로는 적대적인 얼굴로 경례를 받아주게 된다. 경례가 너무나도 기본적인 습관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에 이 보통의 의례가 경례자와 수례자 두 사람의 기분과 태도 그리고 속마음에까지 영향을 주기는 힘들다. 선임이 나를 안 좋게 생각하거나 둘 사이에 사고가 터져서 사이가 멀어졌다면 경례가 아닌 비일상적인 행동을 통해 그리고 진지한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수례자의 표정이 언짢아보이면 당장은 그 상황을 개선할 어떤 방법도 없음을 알고 일단 경례를 마무리하여 원래의 마음과 행동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불필요한 정신적 동요를 일으키지 않는다.

  그리고 원래 평소의 표정이 밝지 않아서 후임들에게 오해를 사는 선임들도 꽤나 있다. 그들은 나에 의해 직접적인 악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후임의 입장에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표정이 밝지 않은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습관조차 지켜주지 않는다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선임의 평소 어두운 표정은 내가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그 자신 또는 후임 외의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아 고칠 수밖에 없다.

  정리하자면 경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자신감이다. 불필요하게 주눅들지 않고 내가 먼저 목소리를 크게 하고 눈빛을 온화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신감의 태도에서 상대방의 태도와 표정은 중요하지 않으며, 경례 중에는 무시해도 상관없을 정도이다. 자신감 있게 경례하는 후임에게 뭐라 하는 사람은 없으며, 그렇다고 경례 하나로 평소의 잘못이 용서된다거나 평가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경례는 기본일 뿐 그 이상이 될 수 없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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