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envoye-special.france2.fr/les-reportages-en-video/k-pop-la-deferlante-coreenne-08-novembre-2012-4657.html


 France 2가 K-POP에 대한 특파원 리포트 영상을 방영했다. Envoyé Spécial은 한국의 '추적 60분' 'PD수첩' 같은 프로그램으로 종종 비판적인 입장을 쉽게 취하는 시사교양 다큐멘터리다. 프랑스 언론은 가장 한류에 호의적인 동남아시아, 다음으로 중국, 미국, 일본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데 이 다큐멘터리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나는 아직 한국에서 온지 얼마 되지 않아 토종 한국인의 시각으로 이 다큐멘터리를 봐서 기분이 살짝 나빠질 정도였는데 막상 프랑스의 건전한 비판의 자세를 익숙하게 받아온 사람들은 전혀 감정이 상하지 않으며 방송을 받아들였다.


 우선 우리는 미디어에서 한국인들 사이에 브릿팝이 덮쳐오는 현상을 부정적으로 취재 보도한 적이 한번도 없다. 한국의 대중음악과 소비계층이 겹치지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한국에서 연예기획사들의 네거티브 언론플레이는 앞으로도 없을 것으로 본다. 외국에서의 포지티브(?) 언론플레이만 있을 뿐이다. 프랑스는 다르다. 한국 팝 음악이 프랑스의 10대 소비계층을 장악하면 당장 그들이 한국의 앨범을 구매하지 않을지라도 일단 대부분의 시간을 한국 음악을 듣는데 소비하기 때문에 프랑스의 음악 시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프랑스 현지 연예 산업도 엄연히 존재할 것이다. 그들이 언론플레이를 한다면 결과가 이번 다큐멘터리가 된다. 최대한 프랑스 본토에 한류라는 괴물이 덮쳐오기 시작한다라는 느낌을 주는 일... 이유는 단순하다. 한국의 연예기획사는 경쟁 기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음악을 소비할 시간과 돈은 한정되어 있다.













 난 왜 그렇게 프랑스 언론들이 한국 가수들을 '인형'이라고 말하면 그렇게 폄하하는 것처럼 들리는지 모르겠다. 나레이션에 나오는 '이 청년들은 스타가 되기 위해 계획되었다.' 라는 문장도 기분 나쁘다. 아이돌 양성 시스템 자체에 대한 거부감인가? 하지만 그들이 AKB48에 대해서 그다지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그것은 일본의 독특한 문화라고 규정짓고 넘어가는 것을 보면 문제는 정부의 과도한 한류 마케팅 부채질에 있다고 보고 있음이 확실하다. 다큐멘터리는 문화체육관광부를 전세계의 각국 K-POP 팬을 한명씩 서울로 초청하여 한류 콘서트에서 특별 무대에 내세우고 그 무대의 품질에 사활을 거는 불쌍한 존재로 바라보고 있는데, 한국인인 나의 입장으로는 그 나라 정부가 그 나라 문화 수출을 위해 노력하는 게 당연한 게 여겨질 뿐이다. 일본의 경우 '쿨 재팬'의 일환으로 '카와이이 홍보대사'를 각 문화산업 분야에서 1명씩 선정하고 홍보 활동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한국과 일본의 차이는 그 나라 국민이 아닌 사람을 홍보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는지 여부에 달려있는데, 외국인이 한국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고용된 것이 곱게 보이지 않는 정당한 이유는 아직 생각이 나지 않는다. 사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2010-2011년에 삼성전자 홍보관에 외국인들(유럽의 경우 프랑스인들이 꽤나 있었고 나는 이들이 쓴 삼성전자 홍보용 블로그 글도 읽어보았다)을 부른 적이 있다. 그건 아주 평범한 마케팅이다. 정부라고 다를 게 있을까.


 아울러 티아라가 파리에 갔다면 분명 사회적 물의를 빚기 전의 일일텐데 그게 매우 오래 전의 일이므로 이 다큐멘터리의 제작기간은 4개월을 넘는다고 짐작할 수 있다. 긴 제작기간이 드러나면 한국인에게 끼칠 시사성은 떨어진다. 또한 다큐멘터리 끝부분에서 시크릿을 시스타로 잘못 소개하는 작은 실수는 프랑스인들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겠지만 나름 공을 들인 다큐멘터리에서 옥의 티로 남는다.


 예쁘고 잘생기고 젊은 사람을 다양한 상품의 광고에 사용하는 한류 마케팅을 나는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 정도가 비슷한 일본의 광고 컨셉 그리고 광고 효과에 따른 사람들의 구매 행태도 나에게는 좋게 보인다. 하지만 나를 포함하여 퍼퓸(일본의 일렉트로닉 팝 아이돌)을 좋아하는 일본 사람들이 편의점에서 기린 효케츠 과실주를 사먹는 그런 행동이 서양에는 절대로 곱게 보이지 않나보다. 서양은 외면적 아름다움만을 가지고 사랑을 내주거나 제품을 사주는 상황을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듯하다. 거슬러 올라가면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같은 나라에서는 포스터 광고에서 화장품이나 옷을 제외하고는 예쁘고 잘생긴 사람을 모델로 쓰지 않는다. 모델들은 광고를 보는 일반 대중들과 비슷하게 생겼다. 단일민족 국가가 아니고 다국적기업이 많은 탓도 한몫을 한다. 

 반대로 한국과 그 외의 아시아 국가에서 미국 출신의 연예인이 출연한 광고를 보고 끌려서 구매를 하게 된 경우는 2000년 전후반을 돌이켜보면 굉장히 많다. 미국에서도 연예인을 이용한 한정판매 전략을 각종 상품 분야에서 사용해왔다. 프랑스가 미국에 대해서도 지금의 한국처럼 같은 비판을 했는지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상황을 이어 생각해보면 싸이는 성형수술을 안 했다는게 너무나도 분명해서, 그리고 10대만을 대상층으로 하지 않아서 지금의 서양에 먹혔다. 유튜브에 올린 영상이 따라하기 재미있어서 먹힌 것도 있지만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 그렇다.


연예인 성형 문제는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지적하는 성형외과 의사

매우 일반적인 외모의 모델을 기용한 ZTE(중국 핸드폰 기업) 광고


 프랑스의 날카로운 비판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 이제는 인디 락 음악과 포크 음악의 한류를 소개할 차례라고 생각한다. 한국 관광으로 오는 산업은 키울 수 없겠지만 현재의 비판의 핵심적인 내용은 모두 비껴가는 행보가 가능해진다. 성형수술이나 기획사 주도의 고된 연습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 자유로운 아티스트들을 광고모델로 기꺼이 써줄 한국 기업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니 한국에 그들이 광고모델인 상품도 없을 것이고, 외국인들이 쇼핑 관광을 올 필요도 없을 것이다.


 11월 1일부터 3일까지 서울에서 열렸던 뮤콘 서울 2012 (MU:CON SEOUL 2012)에서는 아이돌 일변도를 깨야 한다는 인식의 일환으로 글로벌 음악 산업의 핵심 주자들을 초청한 뒤 인디 락 음악과 포크 음악을 대표하는 뛰어난 한국의 아티스트들이 그들의 눈에 노출되게 하여 미디어와 음악 관련사를 통해 세계로 다시 전파되기를 꾀했다. 한류의 초기 진출에는 조금이라도 인지도가 높은 분야에 집중하는 일이 어쩔 수 없었지만 이제 그 초기 단계의 충격이 주변의 비판을 받고 흔들리고 사그라드는 때에 이르렀으므로 안정화를 시키기 위한 작업을 수행한 것이다. 시대의 흐름을 파악한 적확한 행사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런던이나 글래스고 내의 음악 클럽 밀집 지역은 영국 음악을 사랑하는 전세계 음악인과 일반인들에게 관광지로 이미 자리잡았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 경기장을 찾는 것만으로도 벅찬 감격을 느끼는 것처럼 음악 클럽은 그날 어떤 음악의 공연을 하든 상관없이 들른 사람들에게 기쁨을 준다. 홍대 클럽들과 민트페이퍼 같은 네트워크를 대상으로 한국관광공사가 물밑 접촉을 하는 그런 슬픈 상황을 조성하지 말고 그냥 자연스럽고 우아하게 '소개 책자'만 다국어와 예쁜 디자인으로 온/오프라인에 출판하면 어떨까. 명동, 동대문, 강남을 가지 않고 외국인들이 다른 곳으로 가면 어디를 갈 것인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중랑천 옆의 공터에서 음악축제를 많이 열어서 이곳을 기반으로 한 밴드가 탄생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Canal Saint-Martin 옆 공원에서 공연하는 재즈 밴드들과 비슷한 전개..







Posted by 마키아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