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이 있는 파리 15구 바로 옆에는 Japan Foundation에서 관리하는 파리일본문화회관이 있다. 표기는 문화회관이라고 하지만 역할이 문화원과 같다. 하지만 문화원이라고 하기에는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현대식 건물이다. 이곳에 처음 들어오면 놀랍도록 깨끗하고 웅장한 건물에 감탄할 것이다. 이곳의 입지도 기가 막히게 좋다. 투명 유리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때 바로 창밖에 에펠탑이 크게 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국제공항의 출국수속을 하는 듯한 불편함도 느낄 것이다.
0층에서는 일본 관련 물품과 서적을 판매하는데 가격이 비싸지만 품질과 디자인이 뛰어난 물건만 엄선하여 팔고 있다. 인상에 남았던 물건은 포켓 불화-화불사전 (6x8cm 정도로 작은 크기로 표지가 코팅되어 있다. 32유로), 프랑스인이 도쿄의 외면과 사고방식에 대해 쓴 일러스트와 에세이(28유로), 꽃무늬 보자기(25유로).
나는 이곳 도서관에서 매주 화요일마다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40유로를 내고 굳이 책을 빌려보기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파리일본문화회관 회원등록비가 대학생 기준으로 40유로다.) 도서관에는 70석 정도의 좌석이 있으며 모든 좌석에서 노트북 전원을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도서관에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는 점은 아쉽다.
주상복합 건물의 한 층밖에 사용하지 않는 파리한국문화원과 비교해보았을 때 이곳을 바라보면 일본이 유럽에 기여하고자 하는 열성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0층 구석에는 파리일본문화회관 건물 공사에 기여한 기업의 목록이 있는데,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일본 대기업이 모두 써 있었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 군생활의 끝무렵부터 주한프랑스문화원 미디어도서관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공부하곤 했다. 미래를 위한 마음과 머리의 준비였다. 이제 이곳 파리에서 나는 내년을 위한 준비를 한다. 나에게 일본은 내년의 나의 삶에 깊이 관여할 나라로 자리하고 있다. 한중일 대학생 포럼도 계속 하면서 일본의 친구들과의 인연을 끊지 않을 것이고, 프랑스에서 본 '정제된 일본'의 높은 품질을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지 확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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