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프랑스 한류 성공 가능성
오늘 학교 프랑스어 시간에 내가 한 발표는 K-POP에 대한 것이었다. 우선 나는 파리에서의 K-POP의 현주소, 내가 Paris Manga & Sci-fi Show에서 본 실제 K-POP 팬들의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 다음으로는 성공을 예감할 수 있는 두 가지 요소인 미래의 소비계층으로서의 청소년과 독일에서의 성공 사례를 말했고, 이후로는 성공을 제약하는 점으로 일본에 종속적인 파리 내의 한국 대중문화의 한계와 문화적 성향의 소득 수준별 분리 현상을 들었다.
내가 지난 9월 15일의 행사에서 본 K-POP 팬들은 젊은 고등학생들이 대부분이고 아키하바라의 오타쿠와 비슷한 열정을 보이고 있다.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소득을 벌어 문화산업에 소비하기보다는 다른 친구들에게 K-POP을 전파하고 인터넷으로 계속해서 음악과 연예계 소식을 접하여 관심이 깊어지면 안무를 배워 친구들과 모여 연습하고 플래시몹을 여는 등의 참여를 한다. 그러나 K-POP 가수가 방문하여 공연을 할 때는 기꺼이 그동안 모아둔 돈을 아낌없이 티켓 구매에 사용하여 공연을 보러 갈 수 있는 소비력도 가지고 있다. 이들이 20대가 되어 소득을 가진 경제활동인구로 들어갔을 때 10대 때 좋아했던 가수들이 또 다시 공연을 하러 프랑스로 오거나 또다른 앨범을 내면 그때는 자신의 소득으로 서슴없이 자연스럽게 구입을 할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 한국에서 중학생 때부터 신화를 좋아한 여자분들이 취업을 한 뒤에도 신화의 국내 콘서트에 가는 것처럼 프랑스에서도 그러한 장기적인 팬덤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파리에는 재팬 엑스포와 재팬타운(1구 오페라, 피라미드 근처)이 있지만 코리아 엑스포와 코리아타운은 없다. 그리고 고품질의 굿즈를 제작하여 유통하며 희소성이 주는 가치를 유지하여 팬을 지속적인 소비자로 묶어두는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는 이미지 및 로고의 도용이 심하여 출처를 모르는 한류 관련 상품이 난무한다는 점이 큰 걸림돌이다. 내가 갔던 행사 내의 부스에서도 정갈하게 제작되어 구매욕을 부추기는 상품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으며 마치 노트르담 성당이나 몽마르트르 언덕에 있는 싸구려 기념품 가게를 생각나게 했다. 이는 한국인에게 크나큰 불명예이며 나는 파리에서도 이 저품질의 복제품이 버젓이 진열되어있음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내가 사귀게 된 어린 프랑스 친구들에게도 저런 상품은 사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를 했다.
K-POP의 파리 진출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문화적 취향의 분리와 고소득자 및 저소득자 사이의 간극이다. 파리와 외곽 지역을 포함했을 때 이미 사람들 사이에 침투한 문화가 여러 가지로 존재하며 문화 관련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거기에 더하여 저연령, 저소득, 비백인 위주로 전파된 K-POP이 다른 곳으로 확장되지 못하고 그대로 머물러서 수익을 올리지 않는 문제가 있다. 나는 이 한류 팬들을 만나고 온 견문과 감상을 우리 학교의 친구들에게 이야기해주었는데 열의 아홉이 내가 촬영한 동영상을 본 후 인상을 찡그리며 구역질이 나니 저리 치우라는 인상을 주었다. 심지어 한국으로 교환학생 파견을 갔다와서 한국과 한류를 좋아할 것이라 생각했던 백인 여학생도 마찬가지의 반응을 보였다. 7구 랄프로렌 패션쇼의 초대장을 받은 사람들이 늘어선 줄에서 아시아인과 흑인을 한명도 보지 못한 것처럼 우리 학교의 학생들은 프랑스 학생과 교환학생을 모두 포함하여 거의 이 팬 계층을 대면할 일이 없을 듯하다. 이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아비투스의 문제가 가장 크다.
결론을 내리자면 한류의 성공을 '실제 물품 및 공연에 대한 구매에 따른 수익 증가'로 정의한 뒤 일본과 차별화할 수 있는 다양하고 품질 좋은 상품을 계속해서 생산해내야 현재의 팬층이 다른 연령층과 소득 계층으로 확장될 것이다.
이 발표를 12분 정도 한 뒤 프랑스어 선생님이 질문을 했다. 선생님은 50대 초반의 순수 백인 프랑스인(우리가 골족이라고 부르는 눈 가장자리가 약간 처지고 눈이 약간 들어가고 코가 높은 인종)이며 20대 자녀를 둔 아버지이기도 하다. 선생님의 말은 한국에서 들어본 적도 없고 고등학생 팬 친구들에게도 들어보지 못한 비판적 소견이었다.
첫째로 내가 K-POP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간략하게 설명할 때 글자 그대로 'Korean Popular Music'이라고 설명하고 그 뒤에 한류 콘서트 등으로 점차 이 음악 장르가 대중화(populaire)되었다고 말하자 그것에 큰 반박을 제기했다. 현재 대중적인 음악이라 하면 모든 사람들이 딱히 음악을 특별히 좋아하지 않아도 라디오나 텔레비전 그리고 인터넷과 길거리에서 자연스레 들을 수 있고 적은 돈으로 구입하며 감상할 수 있는 음악이어야 하는데 현재 파리에서는 티켓값이 67유로부터 시작하는 등 절대 접근이 쉬운 음악이 아니라는 점이다. 선생님은 프랑스인으로서 K-POP을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대중적인 음악'이라고 인정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했고 티켓값이 비싼 것에 대하여 굉장히 비판적이었다. 자녀가 부모에게 돈을 받아 이런 공연을 보는 데 쓴다는 걸 참을 수 없다는 생각이다. 독일을 기준으로 가장 비싼 티켓값인 120유로는 프랑스에서 오페라 한 편 혹은 물랑루즈 공연 한 편을 보는 값이라며 K-POP은 그보다는 저렴한 문화니 당연히 가격이 낮아야 합당하다는 말을 했다. 그래서 나는 이 '대중화'라는 형용사는 대중적이게 될 목적으로 만들어진 음악이라는 뜻으로 사용되었으며 공연 가격은 점차 낮아져서 현재 대중적인 음악으로도 K-POP이 인정받을 수 있도록 시간을 조금 기다려보지 않겠냐고 말했다.
둘째는 음악과 문화의 선후관계에 대한 논쟁이었다. 선생님의 의견으로는 사람은 문화를 알아야 음악을 알지 음악부터 알면 문화를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음악이 문화의 부분으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부분만을 라디오와 텔레비전으로 접하면 그것만으로 한국문화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나는 그에 대해 강남스타일 등의 뮤직비디오는 서울의 풍경을 넣고 가사에 부유층을 풍자하기도 해서 실제 현재 서울의 문화를 전파하는 수단으로 쓰였으며 여기서는 문화가 음악 안에 담겨있다고 반박했다. 현재 K-POP도 미국을 따라하는 방식의 특별한 한국 문화가 담기지 않은 뮤직비디오 및 공연 컨셉을 벗어나 한국적인 요소를 소개하는 역할을 띠게 되면 일본 문화와 차별화되는 한국 문화가 팬들 사이에 자리하게 될 것이다.
선생님은 내가 지적한 프랑스인들의 일본 만화 사랑에는 동의하였으며 이는 프랑스산 만화인 BD(Bande Dessinée)에 대한 관심에서 변화되어 나온 것이라 했다. 맞는 말이다. 내가 특별히 짚고 넘어간 아비투스의 문제에도 동의했으며 다소 엘리트주의적 시각을 가질 수 있는 우리 학교 학생들이라면 충분히 그러할 수 있다면서 나에게 프랑스적인 고품질의 문화를 찾아 소개시켜줄 수 있으면 그리 해달라고 부탁했다.
마지막으로 내가 K-POP을 미국식으로 발음하니 선생님이 프랑스 사람이 알아듣게 하려면 꺄-뽑 이라고 발음해야 한다면서 처음에는 케밥인 줄 알았다고 해서 크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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