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내가 연세대학교 안에 참여하고 있는 연세-게이오-릿쿄-푸단 리더십포럼과 이번 중일 협조체제와 동아시아 내 전자민주주의 가능성을 같이 묶어서 본다면 이 단체의 발전방향에 대한 많은 시사점을 던질 수 있다. 구성주의적 관점에서 조재욱과 전재성의 두 논문은 세 국가 간의 관념, 규범, 정체성에서 겹치는 것이 거의 없다고 했다. 이는 국가를 구성하는 일반 대중의 다수가 띠는 모습을 바탕으로 한 판단이다. 화해와 협력을 위해서는 양보하고 민족주의를 억제하고 국익을 내세우기 전에 지역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논문의 주장이고 현재 논문은 그것이 잘 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시민사회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대학이 정치연구원의 후원을 받아 20대의 젊은 한중일 3국 대학생들이 모여 공통의 겹치는 관념, 규범, 정체성을 형성하는 작업을 도와주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젊은 시절 이렇게 동아시아 협력을 목표로 훈련된 학생들이 국가의 결정자가 되었을 때 실제로 동아시아 지역 통합을 논의할 수 있게 만든다.


  무역협정, 경제동반자협정과 같은 경제적 이익이나 동맹과 같은 안보적 이익을 위해서는 사전에 두 국가 이상이 왜 그러한 이익을 서로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분을 만들어야 하고, 그 명분은 국가, 기업, 시민사회 모두에서 교류를 통해 만들어지며, 모든 영역에서 명분이 만들어져야 국제정치에서 비판 없이 이익 공유의 실행 단계로 이행할 수 있다. 일본은 중국 중심의 ASEAN+3에 대해 방관적인 태도를 보이고, 중국은 타 아시아 국가들에게 패권국가로 자리하지 않을 것임을 충분히 설득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의 태도를 결정한 행위자는 현재 각국의 외교부 지도자들이고, 그들의 개인적인 관념, 규범, 정체성이 형성되는 시기는 대개 냉전의 최후반기와 탈냉전기 초기이다. 반면 지금 한중일 대학생 리더십포럼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이러한 냉전 질서나 과거의 일본 제국주의 시기를 경험하지 않았고 지금의 외교부 지도자들처럼 그 때의 교육과 경험을 바탕으로 국정운영에 참가하지 않는 대신, 과거의 역사와 영토분쟁에 대해 최대한 양보하고 시장의 가치를 옹호하여 삼국 간 포기하고 얻을 항목을 논의를 통해 정한다. 행사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전반적인 정체성이 각국의 학생이기 이전에 동아시아의 학생이라는 정체성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담론은 최대한의 협력과 신뢰로 이어진다.


   구성주의를 따른 동아시아 지역협력은 정체성의 구성이 시민사회의 극히 일부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므로 현재는 활발하지 않다. 교환학생 제도와 국제교류 프로그램이 대학 내에 도입되어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국가 사이에서도 대규모로 이루어진 지는 25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동아시아 지역주의의 역사로 본다면 일본이 APEC을 주창하기 시작한 이래로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교환학생이 시작하였다. 중국과 한국의 교환학생으로 본다면 한중수교 이후부터일 것이다. 세계적으로 동의하는 담론이 한중일 삼국 모두에 형성되기 이전과 달리 시장경제와 무역 자유화라는 신자유주의 담론이 형성된 후부터는 과거의 국민국가 중심적이고 권력과 이익 중심적인 지역구성을 벗어나 정체성의 유사성을 기반으로 경제적 이득의 배분을 토의하는 방식으로 국민들의 의식이 전환되었다. 물론 모든 국민들이 이러한 협력의 의식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니며, 시민사회에 참여하는 일부 국민들 특히 외국인과의 접촉과 대화로 상호 이해를 강화한 엘리트 계층에 한정되어 의식 전환이 이루어졌다. 


   한중일 삼국의 대학생들이 모두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사용에 익숙하고 온라인으로 의견을 표출하여 여론을 형성할 수 있을 정도의 지적인 수준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동아시아 내의 전자민주주의 또는 전자공론장의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이는 연세-게이오-릿쿄-푸단 리더십포럼의 현재 모습과 향후 계획에 매우 적절히 들어맞는다. 중국 샹하이 푸단대학 학생들의 경우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접속을 우회하는 방법을 모두 알고 있고, 한국과 일본 학생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이미 익숙해져 있으며 정부를 비판하는 일에도 자유롭다. 행사에 같이 참가하는 학생들이 세 국가에 나뉘어 있다보니 토의를 하는 공간은 자연스럽게 스마트폰 메신저 애플리케이션과 공식 웹사이트가 되었다. 민족주의의 성향을 가진 학생이 한 명도 없고, 현재 아무도 현실 정치처럼 주변국 정부기관과 같은 이익 결정자의 영향을 받지 않는 상태이다 보니 지역정체성 형성을 위한 생산적 논의가 가능하다. 이는 NEAT와 같은 민간 시민사회 싱크탱크에서도 똑같이 진행되는 일이며 이 대학생 포럼은 그러한 시민사회의 영역을 벤치마킹하여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에 의존한 협의는 디지털 기기에 접근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협의의 결과를 알림받지 못하게끔 하고 그들 중 민족주의나 포퓰리즘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가 없다. 인터넷에서 논의된 내용을 출판하고 기존 정치 메커니즘을 통해 보고한 뒤에야 비로소 그들의 관심을 받게 된다면 정보기술의 발달이 만든 새로운 동아시아 정체성과 지역주의의 논의는 온전히 국가에 반영될 수 없게 된다. 


   지금의 정치는 한번도 대면한 적이 없는 외국인 상대에게도 전화하거나 메시지를 건네 대화를 시도할 수 있는 대중의 풍토에 기반한 정치이다. 과거에도 국제전화가 있었고 대사관 및 정부기관 사이의 연락 수단으로 쓰였지만 지역적인 협력에 대한 논의는 직접 만날 수 있는 여력을 갖춘 극소수의 엘리트에게만 한정된 담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지역 협력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논의를 생산할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범위는 정보기술의 풍토가 만들어지기 전과 비교했을 때 아주 약간 더 넓어졌을 뿐이다. 동아시아 지역협력 담론의 이러한 소수 독점은 쉽게 극복할 수 없는 한계다. 쉽게 생각한다면 대중의 의견 형성에 국가 정책결정자가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할 때 왕래가 자유로운 유럽의 경우는 대중의 지역통합 의견 형성이 강하여 국가간 지역통합 논의도 활발하게 전개되었고, 왕래가 비행기로 한정되어 힘든 동아시아의 경우는 대중의 지역통합 의견 형성도 약해서 지식질서가 소수의 전유물로 남아왔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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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사람들이 트위터를 많이 쓰고 미국에서 만든 트위터가 한국에서 만든 미투데이보다 더 많은 사용자 수를 가지고 있는데 비해, 중국은 정치적 환경의 특성 때문에 The Great Firewall(만리장성의 The Great Wall을 따 중국의 국가적 네트워크 제어 시스템을 지칭)에 의해 트위터와 유튜브에 접속을 할 수가 없는 탓에 자국 내에서 통용되는 마이크로블로깅 서비스를 운영하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Sina Weibo(新浪微博) 고등학교 한문 실력으로 옮겨보면 '새로운 물결이 있는데 작고도 넓다' 라는 뜻인 걸로 보아 마이크로블로깅임이 분명하다.

 이 SNS는 TIME에 의해 '중국의 트위터'로 소개되었다.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니 이것은 트위터보다는 미투데이와 더 유사함을 알 수 있었다. TIME은 Sina Weibo가 트위터를 모방했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미투데이를 모방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둘은 유사했다. 둘 다 내수 시장을 공략함으로써 다양하고 복잡한 기능을 자신있게 추가했다는 점이 무엇보다 서로 같다.

 나도 이러한 중국 내의 미투데이 같은 SNS가 있음을 얼마 전에 TIME 잡지를 통해 알게 되었고, 그만큼 중국에 대한 관심이 없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인터넷을 더 찾아보니 이 사이트의 규모는 한국의 기준으로 보면 굉장히 충격적일 정도로 달랐다. 관심이 더 생길 수밖에 없다. Wikipedia에 따르면 매일 Sina Weibo 사용자들이 백만 개의 글을 올리고 있고, 6만 개 이상의 공식 확인된 계정(verified account)이 있으며, 이 공식 확인된 유명인들 중 상위 100명은 도합 1억 8천만명의 follower를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기관의 인트라넷에서 이런 식으로 SNS를 만든다 하여도 3군통합을 하고 대기업끼리 인트라넷을 연동한다 하더라도 사람 수가 많지 않아 커질 수가 없다. 정보가 다양한 분야로 충분한 양이 공급될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의 재미가 떨어지고, 그에 따라 개발하는 사람들도 개발의 매력을 못 느끼게 된다. 그런데 중국은 아닌 것 같다. 인구가 많은 나라가 가질 수 있는 장점이다.

 중국어를 하나도 못 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의 SNS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한 나는 Sina Weibo에 회원가입을 하기로 결심하였다. 회원가입 버튼은 초록색으로 크게 위치해 있다.
 그런데 첫 페이지에서 내가 본 것은 이메일, 비밀번호, 자동가입 방지 코드 이렇게 3가지였다. 아니 이렇게 단순한 정보만 주면 회원이 될 수 있다고? 중국답지 않은데?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의외라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내 메일에서 confirm을 하란다. 그래서 메일로 가서 confirm 링크를 눌렀다.

 그 다음에는 3단계의 회원가입절차가 기다리고 있다. 맨 위의 항목은 성명이 아니라 ID다. (내가 착각을 했다.) 자신이 다니는 고등학교, 대학교, 직장 등은 기존에 Sina Weibo가 가지고 있는 DB에서 검색하여 고를 수 있다는 점이 조금 인상적이었다.


 그 다음 단계는 친구 추천 단계다. 가입할 때부터 유명인사를 소개해주니 유명인사의 follower가 저렇게 많을 수밖에 없다. 이건 UI의 특성으로 생긴 효과다. 왼쪽에는 영화배우, 가수, 스포츠스타, 기업인 등의 카테고리가 준비되어 있다. 나는 음악에 관심이 많으므로 '가수'를 눌러보았다. 프로필사진을 보니 한국 못지않은 미모의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2단계에서 초록색 +버튼을 누르면 following을 할 수 있다. 이제 마지막 3단계로 간다. 


 이제 가입이 다 끝났다. 바로 이렇게 메인 페이지가 떴다. 솔직히 나는 중국 사이트라길래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긴 가입절차를 생각했었다. TIME은 분명히 Sina Weibo의 모든 글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이 이루어지고 있고, 불순한 글이 올라올 시 관리자가 임의로 삭제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입절차로 보았을 때에는 한국의 미투데이와 비슷했다. 미투데이의 가입페이지도 이름과 생년월일을 요구하며 가입이 다 끝난 뒤에는 환경설정 페이지에 가서 소속 직장이나 대학을 선택할 수 있다.


 이것이 메인페이지의 모습이다. 미투데이와 마찬가지로 로그인을 해야만 볼 수 있다. 글을 쓰는 텍스트박스가 맨 위에 있고 표정, 사진, 동영상, 음악, 통계 등을 추가할 수 있다. 이런 식의 기능은 미투데이와 매우 비슷하다. 다만 세 개의 숫자가 나열되어 있는 모습은 트위터와 같다.(following, follower, tweets)
 좋아요/미투 버튼과 댓글을 다는 방식도 Sina Weibo는 미투데이와 같은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렇게 글 아래에 바로 달 수가 있고, 미투데이처럼 자신의 계정에도 함께 글을 올릴 수가 있다.

비교를 위해 미투데이 메인화면을 보자.


 Sina Weibo와 미투데이의 차이는 내가 보았을 때는 없는 것 같다. 물론 TIME은 미투데이를 모르니까 이 서비스를 중국의 트위터로 소개했지만, 나는 이것을 중국의 미투데이라고 말하고 싶다. 자국 내에서의 풍부한 소통을 추구하느냐, 전세계적으로 가벼운 소통을 추구하느냐는 기획자의 비전에 따른 선택에 달려있다. 그리고 그 선택에 따라 SNS 안에서 유통되는 정보의 내용과 종류가 결정된다. 
 
 그리고 이 사람들, 아무리 한류가 좋다 하지만 학교를사칭하다니!! 나는 혹시나 중국에서 이걸 쓰는 한국사람을 찾아보고자 했는데 누구세요?


  시간이 더 여유롭다면 미투데이를 쓰는 외국인의 통계, Sina Weibo를 쓰는 외국인의 통계를 내어 같이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그리고 facebook처럼 전세계에 퍼진 SNS 하나가 아니라 자국 수요에 기반 SNS끼리 연합하여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도 고민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다국적기업과 토착기업의 역할이 다르고 전국 대학생 커뮤니티와 연합동아리의 역할이 다른 것처럼 SNS도 하나의 집단으로 보면 어떨까.
 
참고문헌
http://en.wikipedia.org/wiki/Sina_Weibo
http://login.sina.com.cn/regagreement.html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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