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을 한다면 음식점 말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책 ⎡구별짓기⎦는 문화자본을 이용하여 돈을 버는 수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책을 읽다가 홍대와 삼청동과 가로수길이 생각나게 하는 대목이었다.


사치품이나 문화예술관계 상품을 취급하는 장인이나 상인, 기성복 '부띠끄'의 경영자, '유명 메이커' 옷을 싸게 파는 의류점, 이국적인 옷, 액세서리나 민예품을 파는 상인, 레코드점, 골동품점, 실내장식가, 디자이너, 사진가, 혹은 레스토랑 경영자나 '카페' 경영자, 지방의 도기상, (학교를 나온 뒤에도 학생생활의 특징인 오락과 일을 혼동하는 상태에서 전투적 태도militantisme와 도락적道樂的 태도dilettantisme를 계속 구별하지 못하는) 아방-가르드적 서적상 등 문화적 재화와 서비스 판매자들은 모두 성격이 애매한 직업을 (따라서 판매의 성공은 최소한 상품의 질이나 성격만큼이나 판매자와 상품의 미묘한 차별화에 좌우된다) 문화자본에 대한 최대 이익을 되돌려 받는 수단으로 이용한다. 따라서 문화자본에서는 기술적 능력보다는 지배계급 문화와의 친밀성이, 그리고 다른 사람과는 전혀 다른 훌륭한 취미를 가진 사실을 과시할 수 있는 기호(記號)나 표식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이처럼 집중적으로 문화적 투자를 하는 새로운 유형의 장인과 상인은 가족에 의해 직접 전승된 문화유산으로부터 이윤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에, 학교제도에서 배제된 지배계급의 자녀들에게 피난처로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서울 내의 번화가에는 위와 같은 거리가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위에서 언급한 취향과는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타겟으로 삼지 않으면 안 된다. 이미 위의 취향을 가진 사람들은 문화적이다라고 하는 상점들이 모여있는 지역이 곧 '장champ'임을 인식하고 있고 그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 인터넷을 통한 광고와 입소문은 장이 한 동네에만 머무르지 않고 널리 확산될 수 있게 하는 계기를 제공해주었는데, 문화자본을 이용하는 사업의 이윤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남기려면 지금의 적은 수요를 고려했을 때 더이상 문화자본 시장의 공급을 늘리기가 조심스럽다.


경쟁적으로 홍대와 삼청동과 가로수길의 옷가게, 레코드가게, 악기가게, 디자인샵, 골동품점이 2년마다 모습을 확 바꾸고 오랜 세월 같은 자리를 지키는 전통을 유지하지 못하는 걸 보면 한국에서는 문화자본을 이용한 산업이 많은 수요를 불러오지 못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지금 사람들의 수많은 돈은 아울렛으로, 인터넷 쇼핑몰로, 애플스토어로, LTE 통신비로, 쾌적한 시설의 노래방으로, 스크린골프장으로 몰리고 있다. 그 돈은 소수를 엄청나게 배부르게 하였으나 문화자본의 유용성을 매우 떨어뜨렸다.


도대체 구로, 노원, 관악, 강북, 은평 지역에 문화자본을 이용한 산업을 뿌리내리려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노원 지역에 사는 사람으로서 나는 언제나 이 고민을 해왔고, 임대료가 비싸고 수요도 포화되어 있을까 걱정이 태산인 홍대/삼청동/가로수길의 자영업과는 차별화되어 한곳에서 오래 정착하며 꾸준한 고객을 모으는 아이템이 무엇일지 생각했다.


그중 하나가 생각나서 적어본다.


외국인을 사로잡는 전통, 그중에서 고궁과 한옥 외의 전통적인 것이 무엇인가?

 외국인이 한국에서만 살 수 있는 물건을 최대 10만원, 가볍고 부피가 작아서 캐리어가방에 넣고 아무 고민 없이 귀국할 수 있는 것으로 판매하는 것은 어떨까. 삼청동은 비싸고 인사동은 뻔하다. 국립고궁박물관의 기념품점처럼 적절한 가격의 고품질이면서도 전통이 느껴지는 물건을 미소짓게 하는 인테리어와 직원들이 있는 곳에서 파는 엄청난 경쟁자도 있다.

 가장 쉽게 생각나는 것은 먹을 것이지만, 먹을 것은 워낙 농수산물 시장과 재래시장으로 물류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다. 특정 국가에서 온 식료품 상점은 특정 국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에 이미 자리하고 있을 정도로 서울은 이미 글로벌해졌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서울에서 탄생한 서울스러운 전통 문물에는 익숙하지만 전주, 경주만 가더라도 새로움을 느끼고 지역 특산품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 그 물건을 어디서 구입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잘 모를 것이다.

 마니악한 취향의 지역 특산품을 고품질로 엄선하여 주기적으로 서울 내의 부띠끄샵으로 배송하여 전시하고 그를 내국인과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건 어떨까. 그 지역으로 직접 가야만 살 수 있는 것을 사려면 교통비와 시간이 들어가는데 그것을 절약하게 해주는 것이다. 삼국시대 디자인이 녹아있는 액세서리라면 잘 팔리지 않을까 한다. 이를 위해 삼국시대에 관련된 역사를 배운 다음 그와 연관이 있는 인테리어로 부띠끄샵을 꾸미고, 진열된 상품들이 박물관처럼 정지해있지 않고 현대 여성들의 화장대와 소통하도록 한다면 상자와 쇼핑백으로 포장을 잘 해주고 선물용으로 구입했을 때 추가적인 장식을 해주고 이 액세서리를 드라마나 영화에 사용한 사례를 사진으로 알려주고 모델에게 요즘 옷과 삼국시대 사극에 나올 법한 옷을 모두 입혀주어야 한다. 

 우리가 영국이나 프랑스에 가서 도자기용품이나 수제 향수나 마카롱을 구입하고 오는 것은 그 나라의 전통이나 과거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의 기념품으로 과거의 흔적이 이어져온 물건을 구입하는 것은 여행이 과거의 흔적을 돌아보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한국 여행을 하는 목적에 따라 사람들을 나누어보면 어떤 사람들은 도시 안에서만 있으면서 1960년대 이후 경제발전의 산물인 서울만을 보고 쇼핑만 하고 놀고 먹고 돌아가지만, 다른 사람들은 한국의 과거가 어땠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유적과 박물관도 함께 둘러본다. 서울을 방문하는 목적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을 때 쇼핑과 유흥의 비중이 감소하고 문화유적 답사나 옛날 문화 체험의 비중이 늘어나면 그와 동시에 상품 부띠끄샵과 같은 자영업 매장의 수도 늘어날 것이다. 외국인들이 '후진 나라 그냥 싼맛에 놀고 만다' 라는 생각에서 그 나라의 이미지가 좋아서 이미지를 본국으로 가지고 돌아가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전환한다면 한국의 자영업은 외국인들의 그러한 마음으로 인해 한층 더 성장한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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