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물건을 살 때 갖는 규칙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하루에 내가 얼마나 그 물건을 활용하는가, 그 물건이 쓸모를 갖는 시간이 하루 중 몇%인가, 그리고 주기적으로 그 물건을 쓰게 되는가이다

  관심분야를 좁게 가진 사람은 구입한 물건을 대체로 자주 사용한다. 컴퓨터 매니아가 미니PC와 주변기기를 사고, 밴드의 기타리스트가 새 이펙터를 사고, 주로 하는 운동이 등산밖에 없는 사람이 캠핑 기구를 살 때 그들은 구입한 물건의 활용률을 매우 높게 유지한다. 가격이 만원이든 10만원이든 최고의 만족감을 가져다준다.
 
  나 또한 평소 하는 일과 여가의 범위가 좁고 깊어서 사는 물건들의 종류가 절대 다양하지 않다. 내가 얼마를 벌어서 얼마를 쓸 수 있느냐에 따라 라이프스타일의 다양성이 확장과 축소를 거듭하는데, 확장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나의 관심사도 주로 고정되어 있다. 나는 보다 저렴한 물건을 사서 몇천원을 아끼느니 보다 자주 쓸 물건을 선택해 구입하는 게 더 이익이라고 생각한다. 자주 안 쓸 물건은 아예 안 사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절대 구입하지 않을 물건들을 정해 나가면서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오히려 더 좁고 깊게 조형하고 압박해 나간다. 그렇게 하면 내 집에 있는 물건들은 모두 내 전문적인 영역에 관련된 물건이 되며 나의 비전문적인 영역에서의 활동은 모두 다른 사람들의 재화와 서비스에 대해 대가를 지불하면서 이루어지게 된다.

  스파를 무진장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호화로운 몇백만원짜리 스파 욕조를 집에 갖다놓는 것이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 정도로 매니아가 아닌 이상 스파는 이미 설치되어 있는 영업점을 찾아가 하는 것이 훨씬 더 경제적이다. 홈시어터, 스키용품,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가끔 이용할 바에야 다른 곳의 물건을 돈 주고 잠깐 빌려 쓰거나 대체재를 활용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 나는 활용률이 얼마 이하면 구매를 금지하도록 속으로 절제를 위한 규칙을 세워 놓는다.

  앞서 말한 논지를 이어나가면 자신이 관심 갖는 모든 일과 여가에 관련된 물건을 집에 갖다놓아 집 안에 불필요하게 전문적인 물건을 들여놓는 사람이나 취미가 다양하다고 그 취미에 필요한 물건을 모두 사유화하려는 사람은 집안에 물건을 썩혀두는 사치스러운 사람이다. 특히 장식 목적으로 책을 사놓는 사람이 나는 제일 혐오스럽다. 빌려 쓸 수 있는 가장 쉬운 재화가 책이 아닌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비판하는 한 단초가 바로 지나친 구매로 인한 필요 이상의 사유화와 그에 따른 수준 이하의 활용률, 사후 관리의 소홀, 그에 따라 파생되는 추가적 비용과 비용에 따른 국가적 GDP의 손실이다. 물건의 수명을 닳게 하는 정도가 미미한 이상 그 물건의 활용률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일은 많은 사람들의 만족감, 즉 총 효용을 최대화하기 위한 사전 단계 중 하나다. 그런 점에서 렌탈 업자와 공공시설, 벼룩시장, 그리고 카풀과 같은 사회적 약속은 물건의 활용률을 높여주어 낭비를 막는 선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나 또한 내 물건이 아닌 물건들을 삶 속에서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정말로 내 물건일 필요가 있는 물건에는 돈을 아낌없이 지불한다. 주위에서 비싸다고 핀잔 주는 물건들이 몇 개 있어도 나의 월 지출은 주위 사람들과 비슷하다. 나중에 나이가 들고 소득이 늘고 여가 시간이 늘어도 이러한 소비패턴을 나는 계속 유지해 나갈 것이다. 결국 작은 집, 작은 차, 적지만 값비싼 물건들이 들어가 있고 내가 소유한 물건들을 종류별로 모았을 때 묶음의 수가 서너 개를 넘지 않는 모습이 내가 꾸는 미래의 소비생활의 모습이다. 상당히 개인주의적이지만 공적 영역을 넓게 활용하기 때문에 중도 좌파 성향에 가깝다. (렌탈업자가 국유화된다면 완벽히 똑같다) 북유럽의 소비패턴을 따라가려 하는 것 같다. 남에게 미안한 마음 갖지 않으면서 비싸게 놀고 싶은 마음은 앞으로도 쭉 버릴 수 없을 것이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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