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은 단독공연 ‘겨울의 화(華)’
20081226 8PM @ Club 打


  아침에 병원에 갔다 와서 장이 놀랜 상태였는데 공연을 보러 간다 그래서 처음에는 올 스탠딩으로 공연을 봐야 될까봐 지레 겁먹었어요(타가 오손도손 앉는 곳인 줄 몰랐거든요). 하지만 오늘 공연장 뒤 계단에 앉아 편안히 보면서 여신님 덕분에 비록 미세먼지와 니코틴을 느낄 수 있었지만 아픈 것도 다 낫고 음반과 라디오에서는 절대로! 들을 수 없었던 밴드 사운드를 들을 수 있어서 너무나도 즐거운 하루가 되었습니다. 특히 2009년에 발매될 2집에 수록될 곡들을 많이 들려주셔서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은 꽤나 즐거운 마음 가지고 연말 큰 선물을 받았다 생각했을 거에요.

  관객들은 역시 인생을 깊게 음미하는 오지은의 가사에 어울리게 연령대가 조금 높으신 분들이었구요, 물론 저와 같이 어린 친구들도 간혹 있었습니다. 조용한 등장 후의 첫곡은 ‘Winter Night’으로, 비록 크리스마스는 지났지만 훈훈한 시작을 알리는 곡이었습니다. 앞에 모여 앉아있는 관객들은 마치 동화책을 읽어주는 마을 언니를 보러 온 아이들 같았어요. 그 다음으로는 ‘Love Song’, ‘부끄러워’ 그리고 ‘작은자유’ 이렇게 세 곡을 연달아..가 아니라 특유의 멈추지 않는 소상한 멘트와 함께 불러주었어요. 특이한 점은 이 세 곡이 모두 다 C키라는 점이었습니다. 예쁘장한 D키도 차분하게 밝은 A키도 아닌, 사람을 차분하게 만드는 묘한 힘을 가진 C키를 가진 이 차분함은 어쿠스틱 기타와 함께한 첫 6곡 이후의 신나는 사운드를 위한 초석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특히 ‘Love Song’이 나올 때에는 관객들이 숨소리 하나 내지 않아서 마치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의 캐롤을 듣는 느낌이었어요.

  1집 자켓 촬영 때 입은 빨간 색 옷과 협찬받은 신발 얘기를 하시면서 지은님께서 말을 꺼내셨습니다. 저번 GMF때는 “오지은? 오지은이 누구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흥 보여줄게’ 하는 식의 공격적 태도(?)로 공연을 하셨다가 오늘은 이렇게 추운 날씨에 홍대까지 찾아온 관객들을 따뜻하게 맞아주고 싶다고 하셔서 훈훈했어요. 원래는 7cm가 넘는 구두를 신고 공연을 하셨지만 오늘은 편한 마음으로 음악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운동화를 신고 나오셨답니다.

  C키의 세 곡 다음으로는 라이너스의 담요의 기타, 장기하와 얼굴들 그리고 이지형의 베이스 세션으로 참여하신 정중엽씨와 함께한 ‘길’과 ‘Wind Blows’가 이어졌습니다. 중간에 컨닝페이퍼와 보면대를 빼먹고 안 가져오셨는데요, 이 분주한 상황에서도 지은님의 끊이지 않는 멘트는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관객들을 위한 공감의 한마디, “근육을 움직이고 싶으신 분들은 이때까지밖에 기회가 없다는 거… 근데 뭐 앉아서 즐기셔도 좋을 것 같아요. 제가 관객이었을 때 앞에서 “일어나세요” 하면 저는 “아니 왜?” 이랬어요. 뭐 일어나야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멘트를 열심히 듣고 나서 오지은씨는 참 똑똑하고 배려심 많은 분이시구나, 하는 생각을 이번 공연을 통해 굳히고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어쿠스틱 6곡이 끝나고, 그 이후는 쭉 밴드 사운드가 함께해 주었는데요, 첫곡으로는 조용한 음악에 젖어 있었던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한 거대한 스네어 롤 소리로 ‘진공의 밤’을 시작하였습니다. 가죽자켓을 입고 나타나신 지은님께서는 저번(9월의 Milky Way) 민트페스타 때의 그 강한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셨답니다. 와우 페달과 훵크 리듬으로 화려하게 수놓은 ‘진공의 밤’은 Two Ton Shoe를 연상케 하는 멋진 곡이었구요, 다음으로 이어진 ‘24’는 1집에서 가장 신나는 곡이라고 생각하고 정말 따라하고 싶었는데 영어 가사라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 뒤로는 The Cardigans를 생각나게 하는 발랄한 팝 ‘인생론’과 ‘웨딩송’을 끝으로 달리는 2부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아참! 인생론 나올 때 저 뒤에서 낯익은 얼굴이 등장하였는데 임주연씨께서 같이 공연을 보러 오셨어요.

  그 다음으로는 2집의 첫번째 트랙이 되길 10개월째 바라고 있다는 ‘그대’, 10번째 트랙과 11번째 트랙으로 분위기가 이어지는 두 곡 ‘익숙한 새벽 3시’와 ‘두려워’가 이어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로만 만들어진 1집보다 조금 더 풍성한 사운드로 2집이 만들어졌으면, 오늘 공연한 그 사운드와 느낌 그대로 2집에 담아내었으면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지은님의 또다른 목소리인 부드러운 목소리는 부드러운 분위기의 알바곡(!) 두 곡에 녹아들어갔습니다. 영화 ‘순정만화’ 의 OST에도 수록되었던 ‘이게 바로 사랑일까’는 빠른 비트로 재해석하니까 가슴 뛰게 해서 좋았구요, 특히 잘게 쪼개는 하이햇을 들으면서 다시금 감탄했습니다. 마지막 곡들로는 밴드로 재편성해 더욱 멋진 이번 공연의 메인 ‘화’를 살쾡이 울음 같은 기타와 함께 들려주었구요,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로 차분한 끝맺음을 하였습니다. 앵콜곡으로는 너무 뻔하게도(?) ‘당신이 필요해요’를 앞선 순서와 같이 밴드 사운드로 연주해 주었습니다. 앵콜 요청할 때 기침하면서 ‘앵콜’ 하신 남자분께 한 수 배워야겠어요~

  처음 가본 클럽 ‘타’는 공연을 하는 사람과 공연을 보는 사람을 따뜻하게 연결시켜주는 분위기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편안하게 앉을 수 있어서일까요? 포스터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받은 오지은의 공연에 대한 첫 느낌과는 달리 비장하거나 과격하지 않은 정감 있는 공연이 기분 좋게 와 닿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 오지은씨 고마우신 분들과 밴드사운드 계속 멋지게 만들어 가세요!

1. Winter Night
2. Love Song
3. 부끄러워
4. 작은자유
5. 길
6. Wind Blows
7. 진공의 밤
8. 24
9. 인생론
10. 웨딩송
11. 그대
12. 익숙한 새벽 3시
13. 두려워
14. 이게 바로 사랑일까
15. 소리벽
16. 화
17.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
앵콜곡 당신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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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타 너무 좋다. 앉아서 공연 보기에는 이곳만큼 좋은 곳이 없는듯-!!
(여자친구랑 보러 오세요)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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