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비롯한 세계의 행정은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보다 경영학에서 발전시킨 마케팅 전략과 생산계획 및 통제 방법을 끌어오면서 정부와 민간 기관의 협력인 신공공관리(New Public Management, NPM)를 계속해서 들여오게 되었다. 그중 내가 주목한 것은 보다 수평화와 분권화가 진행된 정부조직과 Ad-hoc group 혹은 Task Force Team이 많이 등장하여 주된 정책 실행의 역할을 담당했다는 사실이다.
특정 주제에 관심이 있는 집단이라면 그것이 큰 기업이든 작은 기업이든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정부의 눈에 뜨이게 되었고 그에 따라 정부는 기업과 손을 잡고 거대한 일들을 하나씩 추진해 나갔다. 새로운 상권 개발은 물론이고 공공디자인, 환경정화, 그리고 교통시설과 문화시설에 대해 기업과 정부 간의 제휴가 많이 있었다. 집단은 고정된 위계질서 속에 있지 않고 필요에 따라 결성되고 해체되었다.
기업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아이디어 공모 형태의 참여는 더욱 두드러졌다. 2000년대 초반에 만들어진 희망제작소(www.makehope.org)가 지금은 천만상상오아시스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의 양과 질로 성장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지금은 대학생들도 공모전에 아이디어나 전략 기획안을 제출하는 것을 일상처럼 여기고 있고, 정부 또한 나서서 시민으로서의 대학생들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있다. 누구나 정부 안의 사람들과 간접적으로 소통이 가능해졌다. 반대를 하기 위한 코멘트가 아닌 발전을 위한 제안은 적어도 모두 받아들여졌다. 지금의 인터넷은 그러한 제안이 아주 쉽게 정부에게 전달될 수 있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나의 꿈은 오프라인에서만 움직이는 정부기관이 하나도 없게끔 하는 것이다. 그것은 정부 자료의 공개, 정부청사와 법원과 같은 여러 공공기관 안에서의 과정 절차에 대한 설명, 시민사회 안에서 미리 추려낸 의견을 보내면 정부에서 글로 응답해주는 소통 등이다. Human-Computer Interaction이 가지고 있는 통학문적 성격 때문에 사용자의 경험과 만족감을 위주로 하는 웹사이트 디자인 그리고 그 디자인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는 각 정부기관의 활동이 활발해지면 인터넷을 이용한 참여가 더 많아질 것이다. 아울러 주제별로 다양한 Task Force Team이 정부가 운영하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시민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구성되어 정부와 함께 일을 하면서 마치 Microsoft Office의 사용자들이 MS의 Beta Tester가 되는 것처럼 시민들 또한 통과된 법안에 대한 가상 정책 모델을 미리 접해보고 그에 따른 개선사항을 제안할 수 있다면 좋겠다. 이러한 활동이 한국에서 가장 정치에 관심이 많은 여러 젊은이들에 의해 계속 이루어진다면 지방자치로까지 이러한 새로운 관행을 확산시킬 수도 있고, 나아가 기존의 소수 중심의 회의가 위주인 정치 문화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을 통한 시민들의 참여는 기존의 기관 대 기관으로만 이루어지던 NPM의 다음 세대가 될 것으로 믿는다. 나는 그 때문에 IT를 내 길로 정했고 이중전공의 방향을 공대로 돌려놓았다. 후회는 없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더 멀리 볼 것을 생각하고만 있다. 블로그를 하면서 하나씩 알아낸 인터넷의 수많은 기능들은 예전에 논의조차 될 수 없었던 여러 가지 시민들의 참여 방법들을 가능하게 했다.
기술의 발전이 먼저 있으면 그에 따라 사회과학이 재편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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