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국어시간에 선생님께서 네 가지 '설'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이들을 꼭 숙지하라고 지도하셨다.
그 네 가지 '설'이란 차마설, 이옥설, 경설, 그리고 슬견설이다. 일상적인 소재를 가지고 그 소재에 메타포를 주입하여 교훈을 이끌어내는 예술을 우리 조상들은 알고 있었다.
차마설
사람이 말을 빌려 타는 이야기로, 느리고 야윈 말을 빌려 타면 내 자신이 그 말을 제어하려고 하기 보다는 그 말이 넘어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되며 뛰어난 駿馬준마를 빌려 타면 오히려 내 자신이 교만해져 그 말을 더욱 재촉하게 된다는 내용을 가지고 있다. 결국 이 이야기는 사람의 마음이 그 사람이 임시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물건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인간은 소유욕에서 벗어나 모든 물건을 빌린 물건으로 간주해야한다는 교훈을 이끌어낸다. 왕이 그의 왕권을 백성들에게 빌렸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그 왕은 교만해질 수밖에 없다. 루이 14세가 주창한 '왕권신수설'은 그 자신에게 왕의 절대권력의 절대성을 정당화시켰음은 물론이고 국민이 왕을 받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게 했다. 결국 프랑스 절대왕정은 루이 16세와 억울한 오스트리아 왕비 마리 앙뚜아네트의 처형으로 막을 내리지 않는가.
이옥설 : 사람에게 잘못한 것이 있으면 그것을 빨리 고쳐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경설 : 자신의 거울은 깨끗하게 하되 남이 보았을 때에는 그리 깨끗하지 않게 보이도록 하라는 교훈을 준다.
슬견설 : 자신의 주관적인 분별심을 버리라는 교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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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경설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경설의 주된 내용을 지금 나의 상황, 그리고 내 친구들의 상황에 적용해 본다면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공부를 많이 한다. 그러나 친구들에게 '나 어제 수능모의고사 언어 풀고 정석 13장 연습문제 다풀고 AP거시경제 16에서 18과까지 복습하고 잤더니 새벽 2시야.' 같은 말은 하지 않는다. 우리 학생들 개개인의 마음 속에 들어있는 '깨끗한 거울'이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우리들의 열심히 공부하는 마음가짐이다. 언젠가는 불가피하게 찾아오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우리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한다. 하지만 남들에게 보여지는 나의 모습은 약간 공부를 안 하는 모습이다. 이 모습은 우리들이 스스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지기를 원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우리들의 마음 자세가 도덕적으로 어긋나거나 비정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이 가져야 할 덕목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람은 마음 속 거울, 자기의 목표와 이상 같은 자신만의 절대적인 가치만큼은 누구의 그것보다 위대해야 한다. 하지만 그 가치를 다른 사람에게 쉽게 내보이게 된다면 나의 가치는 조금 혹은 많이 손상된다. 겸손한 사람은 마음 속 거울에서 반사되는 빛이 휘황찬란하며 장엄하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절대적 가치의 위상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고, 실제로 그 사람의 능력 또한 대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겸손하기 때문에 남에게는 그 능력을 쉽게 내보이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그의 마음 속 거울을 볼 때 흐릿하게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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