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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을 실천한 집'
브리트니 스피어스 집이라 사치스러운 풍경도 없지 않지만,
아름다움이 꼭 위의 그림 같은 건 아니다.
우리는 우리 주위에서 충분히 소박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낼 수 있다.
주위 환경을 아름답게 바꿀 수 있다.


  지난주 프랑스어 시간에 선생님께서 프랑스의 지방분권 체제를 주제로 다룬 일요스폐셜을 보여주셨다. 한 2년 전 쯤에 방송된 거라 우리는 KBS가 만든 VCD로 보았다. 수업시간 안에 다 못 봐서 아쉽기는 하다. 이 프로그램을 보고 나는 왜 한국은 진작부터 지방분권 체제를 도입하지 않아서 이렇게 서울과 지방 사이의 격차가 심할까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프로그램의 주제는 크게 3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스트라스부르로 옮겨간 원래에는 파리에 있었던 프랑스 국립행정학교(ENA), 다른 하나는 프랑스 북서부 해안가에 있는 부르타뉴 지방의 노인 복지 프로그램, 마지막 하나는 프랑스 전역의 대도시를 연결하는 고속철도와 이것이 가져온 지방분권화의 수월함이다.

  처음에는 스트라스부르의 이쁜 도시 풍경이 나오면서(정말 벽돌로만 이루어진 도시였으며 어떤 어색한 현대식 건물도 찾아볼 수 없었다. 카페에서 테이블에 앉아 쥬스를 마시고 Casse-croute를 먹는 스트라스부르 사람들이 마냥 부러웠다.) 프랑스의 최고의 정치인사들을 배출한 ENA를 소개했다. ENA의 멋진 수업환경은 나를 매료시켰는데, 그 이유는 다른 대학교와는 다르게 교실 내부가 세련되게 디자인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매끈하게 만들어진 책상과 군더더기 없는 벽에서 심플한 멋을 느낄 수 있었다. 참고로 내가 필기구 중 STAEDTLER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 회사 제품이 세련된 디자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만 읽고는 어떤 미학인지 알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나의 생각을 전하기 위해서 도움 자료로 그림을 찾아다녔는데 적합한 그림이 없었다.

  마지막에 나온 고속철과 리옹의 신도시에서도 나는 프랑스의 세련미를 느낄 수 있었다. 파리를 중심으로 다섯 방향으로 뿜어져 나오는 철길은 프랑스 전국으로 퍼지는데, 대도시를 꼭 지나게 되어 있다. 프랑스의 지방분권이 성공한 이유는 바로 이 고속전철을 이용하여 파리 시민들을 쉽게 지방으로 드나들게 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고속철을 소개하는데 참 깨끗하고 현대적인 아름다움이 물씬 풍겼다. 리옹이라고 파리에서 남쪽으로 고속철 타고 2시간 걸리는 도시가 있는데, 이 도시 또한 지방 자치를 하고 있었다. 주변에 남는 농지를 신도시로 바꾸어서 그곳에 첨단 기술 산업 단지와 개인 주택과 넓은 잔디구장과 편리한 대형 상점가를 만들었다. 그리고 현대 공학기술을 체험하는 놀이동산도 만들어서 파리 사람들이 하루 내에 관광할 수 있도록 고속철과 연결시키고 또 많은 재미있는 볼거리를 준비했다. 신도시 내의 큰 회사에 다니고 있는 사람이 자기의 집을 소개시켜 주었다. 신도시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평화로운 농경지 속에 자리잡은 집은 정말 아름다웠다. 수영장도 있었고, 푸른 잔디는 잘 깎여져 있었고, 집 뒤에 있는 과수원에는 체리가 흐드러지게 열렸다. 정말 서울 사람으로서 동경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역시 G7 국가이고 높은 국민소득을 만들어내는 나라라서 그런가, 전통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이 모두 발달해 있었다. 파리 중심부는 옛 건물들이 많고, 고전적인 느낌이 강하다. 따라서 그 곳을 흐르는 센 강가에는 보트 하우스가 다정하게 들어서 있고 광장에서는 거리의 예술가들이 노래를 부른다. 이것과 대조되는 파리의 바깥쪽에는 라 데팡스라고 완전 현대식 건축물로 이루어진 최고로 세련된 신도시가 있다. 지방에는 전통적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순박한 과수원 경영자들이 예전부터 내려오던 삶의 모습으로 지금도 계속 살아가고 있다. 작게 나누면 각 마을마다, 크게 보면 각 도시마다 하나의 통일된 Theme를 가지고 있다. 파리 중심부도, 라 데팡스도, 지방의 포도농장도 저희만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내가 규정하는 분위기라는 것은 특히 시각적 디자인과 관련이 깊다. 한 예로 파리의 거리에 있는 상점 간판을 들 수 있는데, 정부가 색을 정해주면 모든 간판이 그 색으로 이루어진 간판을 만들어서 미관을 아름답게 유지해야 한다. 맥도날드는 전 세계에 빨간 간판을 달고 영업을 하고 있지만 파리의 한 거리에서는 금색 간판을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금색 M 간판을 달았다.

  반면 한국의 풍경은 어떤가. 어설프게 들여온 서양, 특히 미국의 문명이 아름다운 서울의 풍경을 다 망쳐 놓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전통과 현대가 조화되는 순간 볼품이 없어진다. 서울의 어느 곳을 가도 어지러운 풍경만 눈에 들어온다.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서울에는 '그림'이 없다. 즉 디카로 찍고 싶을 만한 그런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옛 한양 주변의 아름다운 조선의 건축물을 제외하고 말이다.

  한국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시각적 미(美)를 실천하는 자세가 안 되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원래 서양의 문물이 한국의 고전적인 풍경과 시각적으로 조화되지 않는 것일까. 왜 프랑스처럼 전통과 현대를 명확히 구분하는 지역 발전을 하지 않는 걸까. 왜 일관된 Theme을 가지지 못하고 어설프고 볼품없게 mix된 지역만 많은 것일까.

  아름다움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주위 환경을 아름답게 하려는 한국 사람들의 의식 개혁이 필요하다고 나는 사고를 확장하고 싶다. 예전 70년대 새마을 운동과 그와 비슷한 사상을 가지고 급속한 경제 발전을 한 한국은 잘 먹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한국인들은 산을 생각없이 깎아버려서 벌거벗은 황토색 산을 만들어버리고 주위의 푸른 산의 경관까지 해치는가 하면, 동강 같은 아름다운 곳에 놀러가서 쓰레기를 막 버리기도 한다. 조선의 아름다움에 한껏 취할 수 있는 서울에 아름다움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네모난 원색의 콘테이너 모양의 집을 막 짓고, 엿장수 마음대로 간판 색깔을 정하여 거리의 간판은 보는 사람의 눈을 찌푸리게 만든다. 이제 한국의 거의 모든 곳에서는 순수하고 일관된 아름다움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게 나는 슬프다. 프랑스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나서는 더욱 그러하다. 


2005. 11. 19.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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