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역에서의 짧은 생각

  카페라떼를 마시면서 청담역의 승강장으로 내려왔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머릿속엔 오직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 뿐, 다른 생각은 없었다. 평소 승강장에 도착했을 때 지하철이 기다림을 요하지 않으며 바로 역으로 도착할 때 나는 그것을 작은 행복으로 여겼다. 승강장에 도착하고 10분이 넘도록 지하철이 오지 않을 때에는 작은 분노가 일기도 했다. 나는 재촉하는 일상 속에 살아 왔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같이 카페라떼 컵을 들고 있을 때에는 컵을 들고 지하철에 탑승했을 때 많이 불편하다. 다 먹은 음료수 컵을 30분 동안 들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정말 불편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보통 지하철 타는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책을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하철을 타기 전 커피를 다 마시고 미리 쓰레기통을 찾아 버린 다음 지하철을 탄다. 컵을 버릴 곳을 찾기 전, 혹은 커피를 다 마시기 전 열차가 도착하면 나는 타지 않고 다음 차를 탄다. 시간은 좀 더 지체할지라도 내가 더 편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제 시각에 맞춰 도착한 차를 보낸다는 일에는 씁쓸한 마음이 남기 마련.

  오늘은 전철이 내가 승강장에 도착한 후 5분 후에 도착했다. 그 5분은 평소에는 나의 피로를 가중시키는 골칫거리지만, 오늘의 5분은 나에게 커피를 다 마시고 컵을 버리는 여유로움을 허락해 주었다. 재촉하는 삶이 꼭 좋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었다.


2006. 1. 21.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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