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수신자와 발신자 사이의 관여 정도와 쌍방향성 그리고 대응도를 순서로 하여 현재 있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다. 높은 순서대로 나열한다면
전화
모바일 문자메시지(SMS/MMS)
모바일 메신저(카카오톡)
고 알림수준 소셜네트워크서비스(트위터, 페이스북)
저 알림수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미투데이, foursquare..)
SNS 연동 게시판 및 사이트 댓글
외부 사이트 게시판 및 사이트 댓글
이 될 것이다. 물론 현재의 푸시 메시징 서비스가 점차 사용 범위를 넓혀감에 따라 위의 척도가 낮은 서비스도 쌍방향성과 대응도를 높여가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대략 이렇다.
하지만 아무리 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이 상대의 즉각적인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빨간 색으로 표시를 하고 소리를 내고 깜빡이고 브라우저 새로고침을 시켜도 그 사람이 기기(데스크탑, 노트북PC, 태블릿, 스마트폰)에 접근하여 사용을 하지 않으면 발신자의 움직임과 외침은 전혀 전달되지 않는다. 전화를 제외한 나머지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 사용하는 모든 종류의 알림 수단은 그 수단이 언제 고안되어 기기에 적용되었는지와는 상관없이 알림에 이용자가 응답을 하지 않았을 때 받는 피해와 불편이 없다. 메인화면과 상태 표시줄에 자꾸 뜨는 빨간 동그라미와 푸시 메시지는 거슬리긴 하지만 당장 제거하지 않았다 하여 지금 현재 오프라인 세게에서 하고 있는 일에 불편을 겪지는 않는다.
전화는 다르다. 발신자는 계속해서 수신자의 핸드폰 벨을 울려대고 진동을 시킨다. 너무 잦은 전화는 사람을 귀찮게 하고 지치게 한다. 전화가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여 사무 업무시간 중에 무작위로 수시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일이 오프라인 미팅에 참가하는 것과 동일하게 중요하다면 전화는 아무런 거리낌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러한 업무 분야(주로 영업과 컨설팅에 해당)가 아닌 사람들이라면 전화는 아주 가끔, 말로 해야만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이며 그들은 전화 아래로 쌍방향성과 대응도가 낮은 수많은 다른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더 애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행태가 전화만 사용하는 무식한 방법보다 더 세련된 방법이고 그래서 더욱 더 사용을 촉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러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목록의 아래 항목으로 갈수록 서로가 주고받는 메시지는 일방성을 띤다. 일방성을 띠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전화를 대체하는 더 나은 수단으로서 받아들인 사람들은 일방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데 익숙해지게 되었다. 두 사람이 전화를 할 때 상대방이 5초 이상 응답이 없으면 '여보세요?' 혹은 '야.' 라는 말이 바로 들려와 즉각적으로 응답을 해야 하는 강요된 동기가 생기며, 즉각적으로 응답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은 '조금 이따 전화할게.' 라며 언제 응답을 할지에 대해 대충이라도 말을 해주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에서는 이와 다르게 메시지가 전달된 후로 얼마의 시간 이내에 답을 해야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없음을 규정하는 요소가 없다. 그리고 자신이 언제 메시지를 전달할지에 대해 예고할 필요도 없다. 내가 편한 시간에 메시지로 응답하기만 하면 된다. 따라서 이러한 부류의 이용자들은 전화를 정말 필요할 때만 쓰자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그에 따른 결과로 무료통화 용량은 작고 데이터 용량은 큰 스마트폰 요금제가 등장했으며, 전화를 거는 행위에 보다 예의와 신중을 기하여 상대방의 사생활에 최대한 적게 간섭하려 노력하기 시작했다.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장점인 기록 가능성에 매료된 사람은 '질문 및 답변 정리 - 공지 - 열람'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질문 발견 - 질문 - 답변'보다 선호한다. 만났을 때 수시로 질문을 던지는 사람에게 답변을 그때그때 하기를 귀찮아하는 것은 이러한 선호 때문이다. 인터넷, 모바일, 프로그래밍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 텔레마케터나 FMCG 영업사원처럼 친절하게 전화와 오프라인 만남에 응대도 같이 하는 경우는 주변에서 찾아보기 매우 힘들다. 대신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대부분의 커뮤니케이션을 기록이 가능한 비동기적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처리한다.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해지면서 직접 만나 하는 대화에서는 짧은 문장의 의문문이 줄어들고 긴 문장의 평서문이 많아진다.
이 모든 행동은 귀차니즘이 아니다. 조금 더 효율적이고 커뮤니케이션 시간을 단축할 방법을 찾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를 상대방이 이해해주느냐 이해하지 못하고 계속 면박을 주느냐는 상대방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해진 현대인을 이해하는지 여부에 달렸다. 여기서 말한 상대방에 해당하는 오늘날의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더 많이 사용하고 그에 따른 효율성을 체험하여 서로 만났을 때 나누는 대화 중에 불필요한 질문을 없애고 불필요한 전화 시간을 줄이면 다른 환경을 가진 사람들과의 사소한 말싸움 또한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 역시 남이 물어보았을 때 말로 즉각 답하는 일에 조금 더 의무감을 갖고 내가 편한 시간에 답하고 싶다는 편리성에서 유래한 마음을 잠시 접어두는 연습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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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블릿 이라는 말의 주인은 누구일까. 예전의 '펜 태블릿'일까 지금의 '태블릿 PC'일까. 주인을 잃어버린 그래픽 도구, 주인이 되려는 터치스크린 장비. 누가 정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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