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추운 겨울 온천이나 스파에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며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있다면 피로해지지 않고 오랜 시간동안 계속해서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점에서 이런 기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상상한 기기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기기에는 모니터와 키보드와 마우스 역할을 하는 장치만이 포함되어 있고 기기는 원격제어를 위해 Wi-fi 연결을 위한 칩셋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나의 작업 내용이 들어간 컴퓨터에 원격제어를 신청하고 키보드 및 마우스의 입력을 전달할 수 있는 데이터로 처리하고 컴퓨터의 화면 정보를 처리할 중앙처리장치만 있으면 기기의 구성이 끝난다. 이 기기를 온천이나 스파 안의 물이 닿지 않는 곳에 설치된 AP를 통해 나의 작업용 컴퓨터와 Wi-fi 연결한다. 기기는 방수 팩 혹은 공기를 불어넣은 튜브로 둘러싸여 있어서 기기 내부로 물이 스며들지 않고 튜브가 있다면 물 위에 둥둥 뜰 수도 있다.

 구글에 waterproof handheld monitor, screen, bath computer 등의 단어를 입력해 보았지만 원격제어만을 기능으로 가진 휴대용 방수 스크린은 없었다. 다만 
http://www.balboawatergroup.com/ 이라는 사이트를 발견했는데 이곳에서 목욕 관련 설비와 컴퓨터의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어느 정도 엿보였다. 10분간의 검색으로 상상한 기기의 모습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추운 겨울에는 여름보다 쉽게 피로가 쌓이고 수면 시간도 길어진다. 체온 유지를 위해서 몸이 쓰는 에너지가 많아지고, 두뇌와 근육의 원활한 활동을 위한 에너지가 체온 유지로 대부분 쓰여 쉽게 노곤해지고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있지 못한다. 집안, 사무실 안의 실내 온도를 아주 높게 26도 이상으로 하면 긴팔 긴바지를 따뜻하게 입고 실내에서 컴퓨터 작업을 오래 해도 쌩쌩하게 버틸 수가 있다. 하지만 만약 난방비 절약 차원에서 겨울철 권장 온도인 18~20도를 유지하면 운동을 하지 않고 컴퓨터 작업만 했을 때 으스스하게 춥고 졸릴 때가 많다. 

 나도 이번 1월에는 안드로이드, PHP, JSP에 대하여 여러 가지 프로젝트에 참가해느라 항상 컴퓨터 앞에 앉아 방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가뜩이나 추위를 많이 타는 마른 체형인데 집에서는 난방을 세게 틀지 않으니 금방 지칠 때가 많다. 바깥에 나갔다가 집에 오는 길에 지하철역에서 집까지 걸어오는 그 15분 동안 체온 유지를 위해 몸이 저절로 뜨거워지곤 하는데 상대적으로 따뜻한 집에 도착하면 긴장이 확 풀려 졸음이 쏟아질 때도 있다.

 최근에는 샤워를 좀 더 뜨거운 물로 평소보다 이른 시각에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하면서 체온 유지에 에너지를 덜 쓰고 몸을 뜨겁게 만들어 보다 늦은 시각까지 쌩쌩하게 작업을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샤워보다는 반신욕이 좋고, 반신욕보다는 온천과 스파가 더 좋다. 음식과 운동이 축적해놓은 에너지를 다른 데 낭비하지 않고 컴퓨터 작업의 두뇌활동에만 모두 쏟아서 효율성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게 웹 기획 및 개발자들에게 중요한데 온천과 스파라는 장소에 있으면 온전히 그것이 가능하다고 나는 가정해 본다.

 하지만 피로가 쌓이지 않는 장소인 온천과 스파에는 컴퓨터의 '전자'와는 상극인 '물'이 있다. 그리고 건조하지 않으며 습하다. 컴퓨터가 놓여있을법한 공부방이나 사무실과 완전히 정반대의 환경인 것이다. 이 정반대의 환경에서도 컴퓨터 작업이 가능하게 된다면 그로서 라이프스타일이 얼마나 변할지는 꽤나 재미있게 지켜볼 수 있을 것 같다. 피로가 조금씩 쌓이는 공간에서 피로가 조금씩 풀리는 공간까지 컴퓨터 작업의 흐름을 끊지 않을 수 있다면 일 욕심은 많은데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 사람에게 희소식이지 않을까?

 온천과 스파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기기, 그래서 자신의 컴퓨터를 온천과 스파로 가지고 들어가는 데 따른 위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리모컨으로서의 단순화된 기기는 높은 단가와 낮은 수요 때문에 시장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인터넷의 디자인 상품몰이나 gadget을 전문적으로 파는 스토어에 한번 나와주었으면 좋겠다. 일주일 내내 자연환경에 둘러싸인 온천 안에서 Wi-fi로 컴퓨터에 원격제어를 하여 작업을 할 수 있다면 적어도 나는 굉장히 행복할 것 같다.

 * 오랜만에 블로그 글을 쓰는데 그동안 트윗만 써 와서 문장 간 접속, 문단의 유기적 연결에 대한 글쓰기 능력이 퇴화함을 느낀다. 프로그래밍을 할 때 처음부터 쭉 쓰지 않고 여기저기 왔다갔다 하면서 한줄씩 추가하던 습관이 글쓰기에도 전이된 것인데, 프로그래밍과 글쓰기는 엄연히 다름을 알고 앞으로 전통적 글쓰기 능력에 녹이 슬지 않도록 해야겠다. 컴퓨터로 글을 쓸 때에는 왔다갔다 할 수 있는데 대학교 시험 답안지에는 그럴 수 없으니까.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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