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유명한 코미디 영화 제작자인, 굳이 비교하자면 영국의 찰리 채플린과도 같은 존재인 Jacques Tati(링크: http://en.wikipedia.org/wiki/Jacques_Tati)의 영화를 소개하는 케이블TV 사이트를 발견했습니다. 제가 보았던 그 어떤 사이트보다도 이쁜 디자인과 쉬운 인터페이스를 자랑하더군요.

 프랑스 Orange TV(한국으로 치면 OCN이나 Home CGV 정도 되는 것 같네요)에서 몇년 전 6월 21일부터 6월 26일까지 기획한 Jacques Tati의 코미디 영화 단편집 상영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사이트입니다. 한국이나 미국의 사이트가 전통적인 왼쪽 사이드바와 위쪽 내비게이션을 고정한 채 중앙의 컨텐츠 부분에만 플래시나 고정된 들뜬 이미지(png)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이 사이트는 사이트 전체를 플래시로 제작하여서 사용자의 편의보다는 보이고 들리는 것들의 만족감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였습니다.
http://www.orangecinemaseries.fr/evenement/tati/

 이 사이트의 여섯 가지 메뉴를 각각 들어가면 각 메뉴마다 하위 컨텐츠를 표시하는 시간이 소요됩니다. 모든 버튼과 이미지들이 플래시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상당한 양의 다운로드는 어찌할 수 없지요. 그런데 이 다운로드 창이 참 번잡하면서도 사람을 지루하지 않게 해줍니다. 다운로드의 시작과 끝에 효과음과 순간적으로 늘어놓고 주워담는 작은 사람 모형의 애니메이션을 넣기 때문이지요. 기존의 다운로드 창이 가지고 있는 Progress Bar의 개념을 아예 버린 참으로 프랑스다운 사이트 디자인입니다. 수치적 정밀함 대신 어린아이와 같은 천진난만함을 강조하기 위해 1부터 8까지 쓰여진 회전목마가 소리를 내면서 돌아가도록 하였습니다.


 메뉴가 바뀔 때마다 회색 그라데이션 바탕의 아무 것도 없는 화면 위에 올려놓은 물건들은 싹 없어졌다가 다시 새로운 물건들로 재배열됩니다. 이렇게 많은 화면의 움직임은 사이트를 사용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 사이트를 가지고 놀고 있는 듯한 지배감을 가져다 주지요. 예전에 저는 어렸을 때 깨끗한 방바닥에 잡동사니 레고 부품을 가득 담아놓은 상자를 쏟아놓고 즉흥적으로 아무거나 만들어내는 것을 취미삼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방바닥 위에 작은 레고 모형 여러 개를 진열해 놓기도 해보았어요. Jacques Tati의 웹사이트는 마치 그런 느낌을 줍니다. 꿈꾸는 만큼 마음대로 이루어지던 그 작은 세계의 행복감..


  각 메뉴에 들어갈 때마다 Tati를 형상화한 검은 실루엣이 이리저리 등장했다 사라지는데, 실루엣에 마우스를 올려놓을 때마다 그가 이전에 했던 명언이 말풍선 속에 등장합니다. 또한 Galerie Photo(사진 자료실) 하위 메뉴로 들어가면 '클릭하면 사진을 확대해 보실 수 있습니다.'라는 안내문을 사이트 가운데에 단순한 텍스트로 써 놓지 않고 이것 또한 Tati 검은 실루엣의 말풍선에 집어넣고 마우스를 올려놓았을 때 말풍선을 띄우도록 하는 상호작용적 요소를 집어넣음으로써 조금 더 재미있는 사이트 구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이트는 800x600 모니터에 최적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플래시의 크기가 그리 크지 않거든요. 이 800x600 사이즈는 플래시만을 사용한 사이트라면 무조건 지켜야 하는 것 같습니다. CSS처럼 상대적 비율로 디비전을 배열할 수는 없으니까, 세상 모든 누리꾼들의 모니터 중 가장 저사양에 맞출 수밖에 없겠지요.

  워낙 적은 양의 정보만 전달하면 되는 웹사이트이기 때문에 정보의 가지런한 정리보다는 사용자의 재미와 화려한 그래픽 요소에 신경을 쓴 Jacques Tati 영화 프로그램 사이트는 그 목적에 맞게 디자인된 좋은 사이트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처음 사이트를 열었을 때 메뉴 하나하나를 들어갈 때마다 로딩 창이 뜨는 게 한두번 볼 때에는 재미있지만 세 번을 넘어가면 조금 답답한 감이 없지는 않지만 말이죠. 개인적으로 대부분의 프랑스 엔터테인먼트 사이트는 이렇게 효율성보다는 디자인에 더 많은 신경을 쓴 것으로 보입니다. 개성사회의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추가로, 각 메뉴를 들어갈 때마다 나오는 샹송과 재즈는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프랑스만의 감성을 드러내곤 하죠.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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