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s Changes

Ray Bryant Trio

Prestige 7098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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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주말이 되어 피아노를 연습하다 예전에 악보를 인쇄하여 철해놓은 클리어파일을 발견했다. 피날레로 만든 이 곡 Blues Changes의 악보였다. 2006년 내가 대입을 준비하면서 자유시간이 날 때 공부로 쌓인 스트레스를 이런 채보로 풀곤 했는데, 이 악보는 유일하게 N드라이브로 백업하지 못한 나의 피날레 악보였다.

 

인쇄를 안 해놓았으면 그때 어린 내가 열심히 만든 이 악보는 사라지고 없었겠지 하는 생각에 안도감이 밀려오면서, 지금 내 피아노 실력으로는 무지하게 어려운 반음계 덩어리의 이 곡을 2006년의 나는 어떻게 악보로 옮겨적을 수 있었을까 신기한 마음이 든다. 마치 지금 고등학생인 다른 후배를 보며 감탄하는 것처럼. 그런데 사실 그 사람은 나였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서 무조건 능력이 상승하고 기억이 축적되는 것은 아닌 느낌이 든다. 머리는 마치 화이트보드와 같아서 치열한 시절에는 이색 저색 마커로 글과 도안과 낙서가 빼곡히 적혀있지만 성취와 안정을 얻고 늘어지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화이트보드의 절반 정도를 지워버리고 만다. 인류의 역사도 마찬가지 아닐까. 고대의 조상들은 당연하게 사용했던 문명의 이기를 전쟁과 무사태평한 시기를 거치면서 잃어버리고 까먹고, 나중에 다시 처음부터 발전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2006년의 나는 자기 전에 이 음악을 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전의 내 네이버 블로그를 날리지 않길 잘했다.

정말 이 곡은 자기 전에 들으면 그 cozy한 느낌이 참 따스하고 좋다.

 

 

예전에 나는 재즈를 좋아했구나. 그래서 재즈 동아리에 들어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피식 웃어본다. 과거의 내 모습을 잃지 않게 고등학교 때 들었던 음악(재즈와 어덜트 컨템포러리 그리고 smooth jazz를 들었던 그 시절 ㅎㅎ)을 다시 들어야겠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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