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Wikipedia)


 이케다 하야토 전 일본 총리에 대한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에피소드를 발견해서 적는다.


  자민당 내 이케다의 경쟁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오노 반보쿠(大野伴睦)는 관료 출신의 정치가를 싫어하기로 유명했다. 사토 에이사쿠는 오노가 싫어하는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그런 오노도 이케다에 대해서는 예외였다. "이케다 군은 관료 출신임에도 소심하지 않다. 세상을 아는 친구라 큰 인물이 될 것"이라고 절찬한 바 있다.

  1949년 이케다가 요시다 내각의 대장성장관 시절, 예산 편성이 끝나면 이케다는 주계국主計局의 직원 한 사람 한 사람과 잔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주량이 엄청난 이케다였고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여서 분위기는 늘 좋았다고 한다.

  국회에서 한 답변도 재미있는 일화가 많다. 대장성장관 시절에 무역 자유론자인 이케다에게 한 야당의원이 물었다. "이케다 당신은 농산물 수입 자유화에 대해 항상 전향적인 발언을 하는데, 자유화로 당신 고향인 히로시마의 레몬도 망하게 될 겁니다. 그래도 자유화인가요?"

  이 질문에 대해 이케다는 한 마디로 답했다. "히로시마의 레몬은 맛이 없습니다." 그 순간 질문한 야당의원도, 듣고 있던 여당의원, 각료들도 이케다의 발언에 기가 막혀 할 말을 잃었고 일순 정적이 흘렀다고 한다. 자기 고향의 농산물을 맛없다고 했으니 다음 선거에서 표가 떨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 아닌가? 그러나 이케다는 신경 쓰지도 않는다는 듯 답변을 마치고는 담담한 표정으로 자기 자리로 내려가 버렸다.

  이런 말들을 예사로 하는 것이 이케다였다. 애매한 말투로 요리조리 피해가는 일반적인 정치가들과는 궤를 달리 했다. 이런 점들이 오히려 주위 사람들로 하여금 정치가 이케다를 다시 보게끔 했다. 이케다는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가가 아니라 소신 있는 정치가라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출처: 『이케다 하야토 - 정치의 계절에서 경제의 계절로』, 권혁기, 살림.


꼭 정치를 할 사람이 아니어도 이렇게 쿨한 성격은 그 사람의 직장 생활과 인간관계에 많은 영향을 주고, 이런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이 성격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게 된다. 반드시 이렇게 솔직한 면모를 드러내는 것이 사람들의 인정을 받지는 않으며, 누군가는 영리하게 가식을 보이더라도 당장의 이득을 지지자들에게 분명히 보여주는 호탕한 성격의 사람을 선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남 신경쓰지 않고 내 갈 길이 분명해서 나를 좋아하고 따르는 사람들도 변함없이 나를 응원해준다면 당장의 이득으로 큰 주목을 받거나 큰 돈을 만지지 않더라도 편안한 내 '구역', 내 편이 있다는 것이 인생의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을까. 모두에게 거짓된 것이라고 손가락질을 받을 행동을 하지 않으면 누구나 영원한 그의 편에 함께 살아가는 것이 각자의 행복을 위한 선택이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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