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Blog...
남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기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는 프로스트 시가 있죠.
인생의 갈림길에 서본 경험 있으세요? 순간의 선택이 운명을 좌우했던 적?
지난 9월 민족사관고등학교에서 SAT를 공부하고 다시 외고 입시학원에 들어온 나는 이전보다 진학 문제에 대해 더욱 더 민감해진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깜짝 놀랐다. 한편 '나는 왜 당장 필요하지 않은 SAT를 공부하며 지난 3주를 보냈을까..' 하는 후회가 조금 섞인 생각도 들었다. 친구들을 보고 위기감이 든 나는 그때부터 강도를 높여 공부하기 시작했고, 학원 내의 친구들과 함께 '우리는 뭉쳐야 한다. 꼭 외고를 가야 한다' 라는 마음을 먹고 공부했다.
그런데 작년 11월에 '민족사관고등학교'를 알고 난 뒤부터 쭉 그곳에 대한 대비를 해왔던 나는 (즉 나는 민사고와 외고 입시 둘다 대비해 왔던 것이다) 진학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다. 여러 우물을 한꺼번에 파려 하면 물을 마실 수 없듯이 그렇게 여러 학교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던 나의 모습에 대해서 불안감이 밀려왔다. 이 상태가 11월까지 지속된다면 나는 무엇을 얻을까.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다... 이런 불안감이 밀려왔다. 그래도 민사고보다는 외고가 기대할 만 하다고 생각되어서 나는 점점 마음이 약해졌다. 나를 믿지 못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8월 말 민사고 원서를 내고 '난 떨어질거야. 괜찮아. 외고가 있잖아' 라는 심정으로 9월부터 시작되는 외고 대비 수업을 듣기 시작한 것이다. 외고 수업은 열심히 들었다. 민사고 서류전형 합격자 발표일인 9월 13일보다 먼 훗날을 보며 공부했다. 그렇게 나는 외고 대비에 총력을 기울였고, 달력은 내가 별로 기대하지 않은 9월 13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결국 9월 13일 월요일이 되었다. 오후 5시 반 홈페이지에 발표되었는데, 그 시각에 나는 학원에 있었기 때문에 학원이 끝나고 집에 와서 홈페이지를 보기로 했다. 한편 학원에서는 외고 입시 공부의 강도를 더 높여 새벽 1시 20분까지 공부를 시켰다. 나와 친구들은 물론 충실히 따랐다. 9월 13일 그날도 1시 20분까지 공부를 한 뒤 집으로 자전거를 타고 왔다. 자전거를 탈 때 '민사고, 떨어져도 괜찮아.' 라는 심정이 들었다. 좀 슬프기도 하고 짐 하나를 덜었다는 생각에 몸이 가벼워지는 듯 하기도 했다.
여기서 잠깐 나의 '3개의 카드' 이야기를 시작할까 한다. 2004년 중3인 나에게는 3개의 카드가 주어졌다. 하나는 민족사관고등학교, 하나는 대원외고 특별전형, 마지막 하나는 대일외고 일반전형이었다. 그래도 3번의 기회가 주어지니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다시 본론으로 넘어가서, 나는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고 집으로 왔다. 홈페이지를 확인했다. 서류전형에 합격했다. 너무 기뻤다. 어머니와 누나도 계셨는데 우리는 서로를 껴안아 주었다. 이렇게 해서 나는 9월 13일에는 서류전형 합격임을 통보받았고, 9월 19일에 2차 시험을 보았으며 마침내 10월 1일 최종 합격자로 선정된 것이다. 외고를 병행하면서 힘든 점도 있었지만 나보다 힘든 사람이 우리 나라에 얼마나 많겠는가.
나는 내 주위 친구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외딴 학교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그것이 나의 운명을 좌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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