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24시간 중에 버려지는 시간들은 구석구석 숨어 있다. 단지 우리가 그 시간들의 이름을 지어주지 못해서 우리가 인지하지 못할 뿐이지, 날카로운 관찰력으로 들여다보면 우리의 하루에서 비생산적으로 지나가 버리고 마는 시간들이 눈에 보인다. 이러한 시간들은 우리가 일, 약속 등으로 이름 붙이는 일정 시간 동안의 활동 사이에 끼어 있어서 웬만해서는 일반 사람들이 그냥 묵인하거나 굴복하고 만다. 하지만 미리 그러한 시간들이 어떤 상황에 생기는지를 알고 있으면 마음 속은 이미 그 시간을 쓰지 말자는 굳은 다짐을 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버려지는 시간들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즉 버려지는 시간들이 발생하는 상황을 피해가거나, 버려지는 시간 중에 다른 의미 있는 일들을 찾아서 할 수 있게 된다.

 나는 휴가를 나오기 전에 이 목록을 만들어보았다. 내가 평소의 삶에서 어떤 경우에 시간을 의미 없이 흘려보냈는가를 오직 기억의 반추에 의지하여 글로 적었다. 이건 내 생활 반경에 한정되어 나온 목록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버려지는 시간들은 물론 나와 다를 수 있다.

- 컴퓨터의 부팅시간
- CPU의 처리시간
- 다음 지하철 열차를 기다리는 시간
- 아침에 일어나 이불을 개는 시간(가끔씩)
- 정리 안 된 아수라장에서 원하는 물건을 찾아내는 시간
- 목적의식 없이 뭘 해야 할지 몰라 그냥 네이버 안의 링크로 들어가서 멍하니 보고 있는 시간
- 파일 다운로드가 끝나기만을 마냥 기다리는 시간
- 그리 친하지 않은 사람을 마냥 기다리는 시간
- 번화가에서 목적지를 못 찾고 헤매는 시간
- 비효율적인 늦잠을 자는 시간
- 계획에 차질이 생겨 이 순간에 이 물건이 필요한데 이 물건이 준비되어 있지 않아 붕 뜨는 시간
- 모임에서 대화 주제가 고갈되어 말없이 서로 먹기만 하거나 다른 곳을 쳐다보거나 관심없던 TV의 뮤직비디오나 남들의 행동에 관심이 가는 시간
- DVD를 보려 하는데 케이블 연결이 잘못되어 그걸 고치는 시간
- 은행창구에서 순번을 기다리는 시간
- 물건 사는 곳에서 판매자와 대화하는 시간
- 삐끼한테 잡히는 시간
- 막다른 길을 만나 되돌아가는 시간
- 한꺼번에 하면 될 일을 하나씩 하는 시간
- 아예 친하지 않은 사람과 대화하는 시간
- 계획을 다시 한번 다른 종이에 옮겨적는 시간
- 뜻밖의 전화를 받고 그 사람과 대화하기 위한 자료를 찾아내는 시간
- 로그아웃했다가 다시 로그인하는 시간
- 보일러가 온수를 틀어줄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
- 대형마트 계산대에서 기다리는 시간

이런 식으로 자신만의 버려지는 시간이 무엇이 있는지를 생각해보고 그 시간에 대한 묘사를 해주면 그 시간을 의미있는 시간으로 바꾸기 위한 해결책을 그 묘사 속에서 발견할 수 있게 된다. 해결책의 발견은 누구나 다 할 줄 아는 일이지만 사람들이 별로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요한 건 목록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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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리를 잘 하는 사람이라면 물건을 함부로 집 안에 들여놓지 않는다. 그들은 구입을 할 때나 주변 사람에게 선물을 받을 때에도 집 안에 물건이 들어갈 때 다음 세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1. 버릴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물건의 출구가 확보되어 있는가?
  2. 저장되는 공간과 사용되는 공간을 모두 가지고 있는가?
  3. 물건의 사용과 이동을 위한 도구를 이미 가지고 있는가?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애초부터 물건을 함부로 반입하지 않는다. 부피가 큰 물건의 설치의 경우 더욱 그러하고, 인테리어 공사나 배선 등의 경우에는 상황에 따라 세 가지중 무시할 수 있는 것을 고려한 후 신중히 결정한다. 보통 사람들은 이러한 절차에 따라 생각한 후 행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간혹 물건을 가져올 줄만 알지 버리는 방법을 확보해놓지 못해 집 안을 어지럽게 채워넣거나 설치해 놓은 물건을 긴 시간 동안 애물단지로 만들어놓는 경우가 있다. 

  예전에 내가 동네 뒷산(수락산)을 올라갔는데 해발 300m 정도 되는 곳에있는 절 옆 콘크리트 건물 안에 커다란 업라이트 피아노가 있는 것을 보았다. 순간 나는 어떻게 이 무겁고 큰 물건을 이 곳에 가지고 왔을까 생각해보게 되었고,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는 소방방재용 헬리콥터를 이용하여 피아노를 들어서 상공에서 운반하는 모습이었다. 분명 피아노를 가져다 놓기 위해서 그 방법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피아노가 만약에 고장나거나 혹은 아예 못 쓰게 된다면 그때는 어떻게 버릴 것인가? 버릴 방법이 없다면 그 물건은 버릴 수 있는 쓰레기보다 열등한 무가치 재화에 불과하게 된다.

 언제나 이 세 가지 조건을 확보하기가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그 물건의 소비는 점점 사치가 된다. 물건의 가격이 높아도 점점 사치재가 되지만 이러한 비가격 기준을 통해서도 사치의 여부를 대략적으로 가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건은 집안이나 사무실 안을 거치면서 일종의 여행을 한다. 들어오는 곳이 있으면 나가는 곳도 있어야 여행을 끝낼 수가 있다. 영구적으로 사용하는 물건이 아닌 이상 언젠가는 버리게 되어 있다. 산업공학에서 말하는 source node와 sink node는 사소한 집안의 물건 배치와 인테리어에도 분명 적용된다. 배수구, 접지선, 쓰레기봉투와 수거차량, 자연부패 등 무엇이든지 소멸되는 구멍을 필요로 한다. 만약 다용도실이나 화장실에 배수구가 없다면, 집안에 쓰레기통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끔찍하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분리수거다. 조금만 더 세심하게 신경을 쓰면 분리수거는 엄청나게 복잡한 작업이 될 수 있다. 재질에 따른 분리를 해야 한다면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물건의 재질 종류를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PP, PET, LDPE, PS.. 그냥 아무 생각없이 쓰레기통에 버리면 땡인 사람들이라면 이런 것에 아무 관심이 없겠지만 실제로 물건을 밖으로 버리는 입장에 있다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된다. 참고로 대학생 시절 편한 생활만을 영위했던 나도 군대에 와서 버리는 방법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길거나 큰 물건을 비치하려면 문이나 창문이 충분히 넓어야 한다. 부피가 큰 물건이나 여러 재질이 결합한 제조품일 경우에는 다른 물건보다 더욱 더 나중에 어떻게 버릴지를 미리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나무로 된 가구(대표적으로 소파)를 가져왔으면 나중에 버릴 때 통째로 버릴 수 있는지를 먼저 고려하고, 분해하고 버려야 한다면 못을 뽑을 장도리와 칼을 준비해야 한다. 무거운 고철을 버리기 위해서는 트럭의 도움이 필요하다. 작은 물건을 버리기 위해서는 쓰레기봉투만 집안에 비치했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며, 쓰레기봉투를 준비했다면 쓰레기를 버리는 목적을 달성하도록 봉투를 묶을 투명테이프와 전화번호를 쓸 유성매직이 옆에 있어야 한다.

  정기간행물, 정기적으로 받는 사은품을 비치해 둘 것이라면 최근 몇 주 혹은 몇 달 이내의 것들만 비치한다는 규칙이 있어야 한다. 저장되는 공간에 계속해서 여유분을 남겨놓으려면 정기적으로 계속해서 들어오는 물건들에 대해 일정 기한을 정하고 물건의 부피 한도를 정한 뒤 새것이 들어오면 헌것을 버려야 한다. 옛것을 계속 축적했을 때 가치를 갖는 재화는 생각보다 매우 적다. 대표적인 것이 문헌자료, 신문, 그리고 골동품 정도다. 그 외의 것은 굳이 축적하여 공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물건은 또한 물건 그 자체로 사용가치를 갖지만 저장과 보관을 위하여 보조적인 도구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모든 물건은 저장되는 공간과 사용되는 공간의 두 가지 공간을 파생시키고, 사용되는 공간만 있으면 당연히 집안이 어지러워진다. 집안을 정리하지 못하는 사람은 이 두 가지 공간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사용되는 공간만을 바라보기 때문에 그러하다. 책이나 잡지나 신문을 가져왔으면 그것들을 꽂아놓을 수 있는(저장) 책장이나 잡지 스탠드나 커피테이블이 필요하고, 그것들을 버리기 위해 쓰는 노끈이 필요하다. 책장이 있다면 Bookend가 필요하다. A4 문서를 인쇄했다면 클리어파일, 낱장파일 등의 서류가 필요하다. 문구류를 가져오면 연필꽂이가 있어야 한다. 음식이 들어온다면 조금 더 복잡해진다. 음식을 추가로 조리해야 한다면 주방에 충분한 수의 도구가 있어야 하고, 배달음식이나 가공식품의 경우에도 커피믹스를 만들기 위한 커피포트와 물통, 일회용 용기를 데우기 위한 전자레인지, 세척을 위한 세제와 수세미와 싱크대가 필요하고 음식물쓰레기를 버릴 봉투나 쓰레기통이 옆에 있어야 한다. 이러한 보조적인 도구가 없다면 물건을 함부로 가져오면 안 된다. 그것은 죄악이다.

  아무 생각 없이 소비를 하다 보면, 혹은 자신의 돈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소비는 공간적으로 어떤 식의 소비를 하든 정당화된다고 생각하면 그 사람은 자본주의 시대의 비자본적, 비가격적 측면을 간과하는 게으르고 나태한 사람이 된다. 계획적으로 소비하고 효용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물건을 운용하느냐 (어떻게 돈을 쓰느냐는 당연히 중요하니까)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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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물건을 살 때 갖는 규칙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하루에 내가 얼마나 그 물건을 활용하는가, 그 물건이 쓸모를 갖는 시간이 하루 중 몇%인가, 그리고 주기적으로 그 물건을 쓰게 되는가이다

  관심분야를 좁게 가진 사람은 구입한 물건을 대체로 자주 사용한다. 컴퓨터 매니아가 미니PC와 주변기기를 사고, 밴드의 기타리스트가 새 이펙터를 사고, 주로 하는 운동이 등산밖에 없는 사람이 캠핑 기구를 살 때 그들은 구입한 물건의 활용률을 매우 높게 유지한다. 가격이 만원이든 10만원이든 최고의 만족감을 가져다준다.
 
  나 또한 평소 하는 일과 여가의 범위가 좁고 깊어서 사는 물건들의 종류가 절대 다양하지 않다. 내가 얼마를 벌어서 얼마를 쓸 수 있느냐에 따라 라이프스타일의 다양성이 확장과 축소를 거듭하는데, 확장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나의 관심사도 주로 고정되어 있다. 나는 보다 저렴한 물건을 사서 몇천원을 아끼느니 보다 자주 쓸 물건을 선택해 구입하는 게 더 이익이라고 생각한다. 자주 안 쓸 물건은 아예 안 사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절대 구입하지 않을 물건들을 정해 나가면서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오히려 더 좁고 깊게 조형하고 압박해 나간다. 그렇게 하면 내 집에 있는 물건들은 모두 내 전문적인 영역에 관련된 물건이 되며 나의 비전문적인 영역에서의 활동은 모두 다른 사람들의 재화와 서비스에 대해 대가를 지불하면서 이루어지게 된다.

  스파를 무진장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호화로운 몇백만원짜리 스파 욕조를 집에 갖다놓는 것이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 정도로 매니아가 아닌 이상 스파는 이미 설치되어 있는 영업점을 찾아가 하는 것이 훨씬 더 경제적이다. 홈시어터, 스키용품,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가끔 이용할 바에야 다른 곳의 물건을 돈 주고 잠깐 빌려 쓰거나 대체재를 활용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 나는 활용률이 얼마 이하면 구매를 금지하도록 속으로 절제를 위한 규칙을 세워 놓는다.

  앞서 말한 논지를 이어나가면 자신이 관심 갖는 모든 일과 여가에 관련된 물건을 집에 갖다놓아 집 안에 불필요하게 전문적인 물건을 들여놓는 사람이나 취미가 다양하다고 그 취미에 필요한 물건을 모두 사유화하려는 사람은 집안에 물건을 썩혀두는 사치스러운 사람이다. 특히 장식 목적으로 책을 사놓는 사람이 나는 제일 혐오스럽다. 빌려 쓸 수 있는 가장 쉬운 재화가 책이 아닌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비판하는 한 단초가 바로 지나친 구매로 인한 필요 이상의 사유화와 그에 따른 수준 이하의 활용률, 사후 관리의 소홀, 그에 따라 파생되는 추가적 비용과 비용에 따른 국가적 GDP의 손실이다. 물건의 수명을 닳게 하는 정도가 미미한 이상 그 물건의 활용률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일은 많은 사람들의 만족감, 즉 총 효용을 최대화하기 위한 사전 단계 중 하나다. 그런 점에서 렌탈 업자와 공공시설, 벼룩시장, 그리고 카풀과 같은 사회적 약속은 물건의 활용률을 높여주어 낭비를 막는 선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나 또한 내 물건이 아닌 물건들을 삶 속에서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정말로 내 물건일 필요가 있는 물건에는 돈을 아낌없이 지불한다. 주위에서 비싸다고 핀잔 주는 물건들이 몇 개 있어도 나의 월 지출은 주위 사람들과 비슷하다. 나중에 나이가 들고 소득이 늘고 여가 시간이 늘어도 이러한 소비패턴을 나는 계속 유지해 나갈 것이다. 결국 작은 집, 작은 차, 적지만 값비싼 물건들이 들어가 있고 내가 소유한 물건들을 종류별로 모았을 때 묶음의 수가 서너 개를 넘지 않는 모습이 내가 꾸는 미래의 소비생활의 모습이다. 상당히 개인주의적이지만 공적 영역을 넓게 활용하기 때문에 중도 좌파 성향에 가깝다. (렌탈업자가 국유화된다면 완벽히 똑같다) 북유럽의 소비패턴을 따라가려 하는 것 같다. 남에게 미안한 마음 갖지 않으면서 비싸게 놀고 싶은 마음은 앞으로도 쭉 버릴 수 없을 것이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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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물론 의학 전문 기자나 의사는 아니지만, 평소 살면서 기분이 이상해지거나 갑자기 무기력해지거나 하는 등의 징후를 보일 때 스스로 그 증상을 없애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한 적이 있다. 그중 내가 가장 자주 겪은 증상은 자존감이 갑자기 확 떨어지고 그에 따라 내가 하는 일의 성과가 없는 듯이 느껴지고 주위 사람들에 의해 이리저리 끌려다녀 안절부절 못하는 마음이었다. 실제로 대학교에서 프로젝트를 하면서, 동아리 모임에 나가면서 이러한 감정은 한달에 한 번 정도씩 불쑥 찾아오곤 했다. 내 스스로 내 감정은 잘 억제하고 조절한다고 생각하지만 한두 가지는 절대로 숨길 수 없는 것이 있고, 그리고 또 한두 가지는 절대로 저항할 수 없는 것이 있는데 나를 항복하게 만드는 감정 중 하나가 위에서 말한 마음이다.

  누구나 고유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이 주로 접하는 라이프스타일의 영역이 있다. 따라서 특정한 영역에 갇혀 있는 우리는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고, 비슷한 종류의 일을 접하고 따라서 특정 영역의 감정에 크게 민감해지고 연약해진다. 나의 경우 그것은 갑자기 나에 대한 존중이 확 떨어질 때와 수동적으로 끌려다닌 기분 그리고 괜히 손해본 듯한 기분이다. 다른 사람들이 주로 맞닥뜨리는 마음의 병은 나와는 다를 것이다.

  예전의 나는 이렇게 마음이 아플 때에는 아무 것도 손에 잡히는 일이 없었다. 비생산적인 시간을 보내며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컴퓨터 앞에 앉아 하릴없이 시간을 보냈다. 분명 이런 식의 마음의 병은 강박증이나 우울증 같이 정신과 질환으로 명확히 분류가 되고 다른 사람들도 많이 앓고 있는 정신병은 아니기 때문에, 분명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증상이기 때문에 병원에 갈 생각은 어리석고 이 느낌과 아무 관계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진료가 아닌 다른 처방과 해결책이 있을텐데 그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알고 실천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얼마 전에 내가 알아낸 방법은 자기가 살면서 갑자기 맞닥뜨리는 감정 중 자주 만나게 되는 부정적인 감정을 겪게 되고 그 이후 어떤 방법으로든 우연적이든 간에 해결책을 발견하여 감정이 사라진 다음 부정적인 감정과 그에 대한 해결책을 한데 묶어 기록해 놓으면 나중에 그 기록을 마음의 병에 대한 답을 낼 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틈날 때마다 이것에 대해 좀 더 찾아보자는 생각으로 다이어리에 적어놓았던 키워드를 인터넷에 입력하여 검색해 보고 그것이 나의 성과 창출에 도움이 됨을 확신할 때, 남들도 잘 몰랐던 신기한 사실을 발견할 때, 열심히 쓰면서 공부할 때, 주변 환경을 말끔히 정리할 때, 돈과 인맥을 쌓을 기회를 지원서나 연락 등을 통하여 알아볼 때, 내가 그동안 도와주기만 했던 다른 사람에게 가서 당당히 도움을 요청하여 도움을 받을 때 내가 자주 마주쳤던 그 마음의 병은 사라졌다. 자신에게 마음의 병이 찾아왔을 때 어떤 방법이 이 병을 해결해 줄 처방이 되는지는 서너 번의 동일한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리고 처방을 통해 병이 사라지는 좋은 기분을 감지하는 그 순간 처방에 대해 메모를 한번 해 본 사람만이 자신만의 해결책을 안다. 그래서 나는 다이어리의 뒤쪽 메모 부분에 증상 별로 마음의 병과 해결책에 대해 목록 형식으로 적어놓는다.

  문제와 해결책이라는 간단한 형식의 기록은 나중에 나의 모습을 스스로 관리할 때 좋은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 전문적인 식견이 없어도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이렇게 되었다는 중간과정을 잘 기억할 줄 아는 능력만 있으면 잘 사는 데에는 그리 큰 문제가 없는 듯하다. 적어도 공부와 계획 그리고 자기관리의 차원에서는 그렇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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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나는 정기적으로 들러야 될 것만 같은 사이트가 생겼을 때 즐겨찾기 폴더에 열심히 등록을 해놓곤 했다. 그리고는 언젠가 기회가 날 때마다 이 사이트들을 한번씩 클릭하여 방문하고 지금까지 업데이트된 정보를 가져오자고 마음을 먹었다. 사이트의 종류는 여러 가지 전문 분야를 다루고 있는 국내외 뉴스와 저널, 내가 관심갖는 사람들의 블로그, 공모전 포털과 카페, 장학재단, 음악 관련 카페와 아티스트 및 레이블 홈페이지, 음반/컴퓨터/의류/소품 쇼핑몰 등이었다. 이렇게 종류별로 나뉘는 사이트는 종류별로 폴더에 정리해 놓았다. 조금 더 정기적으로 이러한 사이트를 방문하게 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나는 RSS(Really Simple Syndication)라는 인터넷 상의 기능이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랐고, 바로 이 기능을 사용하였다. 한RSS(www.hanrss.com)를 휴학하기 전까지 쓰던 노트북의 IE 메인페이지로 띄워놓은 것이다. 정기적으로 들르는 곳이 비단 웹사이트 뿐이랴.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수많은 사람들과 계속 인연을 주고받기 위해서 별 생각이 없어도 계속 만나게 되는 사람들 말고 '지인'들은 머릿속 한 그룹에 몽땅 모아놓고 윤번제로 약속을 잡았던 기억이 난다. 

  윤번제는 농담이지 절대 실제로 작동하지는 않았다. (의장 윤번제도 아니고 이런 상황에서 사람에게 번호를 매기는 건 비인간적이다) 나는 그냥 핸드폰 주소록에 쓰인 이름들을 보고 이 사람 만난 지 좀 오래 됐네, 싶은 사람을 무작위로 집어 문자와 전화를 날렸을 뿐 정갈한 계획은 없었다. 즐겨찾기 폴더도 인터넷 익스플로러 안에 숨겨져 있고 수많은 사이트들의 목록을 마우스 포인터로 헤집고 다니는 것도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어서 내가 정기적으로 방문하겠다고 마음 먹은 사이트들은 단지 목록으로만 존재할 뿐이었다. RSS를 열심히 보던 나는 어느새 귀찮아져서 결국 네이버를 메인 홈페이지로 바꾸고 메인에 뜬 뉴스를 충동적으로 클릭하는 우연적인 삶의 궤적으로 돌아갔다.

  자신의 관심의 대상 중 항상은 아니지만 정기적으로 관심을 가져주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여기서 '지속적'과 '정기적'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는데,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지속적인 학습과 체험은 정기적인 독서나 웹사이트 방문과 동격이고 지속적인 연락은 정기적인 싸이월드나 페이스북 방문과 같은 말이다. 지속적인 관심을 위해서는 정기적인 관심이 충분조건이어야 하는 경우가 우리 삶에 매우 빈번하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나는 비정기적 관심보다 정기적인 관심이 더 좋은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정기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들은 계속 변한다. 일정 범주 안에 있는 관심의 대상들이 변화하는 정도는 그 범주가 공유하는 주기에 따라 모두 같아서 변화를 관찰해야 하는 필요성도 같다. 즉 일정 범주 안의 대상들은 공평하게 관심을 가져 주어야 한다. 사람은 일정 범주 안에 계속 묶여 있을 정도로 단순한 대상은 아니기 때문에 공평하고 질서 있는 관심이 힘들지만 앞서 말했던 내가 주기적으로 방문하기로 마음먹은 웹사이트 등에게는 그러한 관심을 보일 수 있다. 정기적 관심은 오로지 나의 필요에 의해 수행하기 때문에 나 혼자서만 관심을 지배한다.

  관심의 대상이 여러 범주로 나뉘어 그룹화될 수 있고 관심을 갖는 행동이 정기적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내가 떠올린 이미지는 시계다. 초침과 분침과 시침이 있는 시계, 60초가 지나면 1분이 지나고, 60분이 지나면 1시간이 지난다. 24시간이 지나면 하루가 지난다. 그리고 나는 이 시계 메타포에 관심의 대상을 다음의 기준을 가지고 대입해 보았다.

  • 관심을 가져야 할 빈도: 이는 관심의 대상이 나에게 얼마나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지와 연관된다. 단 여기서 같은 범주 안에 있는 관심의 대상은 같은 중요성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관심을 가져야 할 빈도도 같다.
  • 관심의 실행 시간: 관심의 대상은 곧 내가 할 일에 대응되는데, 시간이 적게 걸리는 일도 있고 많이 걸리는 일도 있다.
  • 관심의 실행 가능성: 관심은 분명 가져야 하지만 그 대상을 보거나 만지거나 체험할 기회는 모두 다르다.
  • 관심의 대상이 변화하는 주기: 매일 업데이트되는 뉴스와 한달에 한번 업데이트되는 웹사이트의 차이는 분명 있다.

  기준이 2개를 초과하므로 2차원 그래프로 그릴 수가 없게 되었지만 아무튼 이러한 기준을 통해 초침과 분침과 시침을 결정한다. 관심을 가져야 할 빈도가 높으면, 관심의 실행 시간이 적으면, 관심의 실행 가능성이 높으면, 관심의 대상이 변화하는 주기가 짧을수록 초침에 가깝고 그 반대면 시침에 가깝다. 어느 침인지는 여러 기준이 혼합된 결과로 나타난다.
 
  침을 가지고 열심히 설명했으나 침 3개는 초기의 이해를 위한 메타포에 불과했다. 이번에는 보다 넉넉하게 태엽 바퀴 여러 개로 생각해 본다. 태엽의 이빨이 많으면 한 바퀴 도는 데 오래 걸린다. 태엽 바퀴 하나를 관심의 대상의 하나의 범주로, 태엽의 이빨을 위에서 말한 네 가지 기준에 따라 마련한 상대적 척도로, 태엽이 한 바퀴 돌면 관심의 대상이 범주 안의 다른 것으로 옮겨가는 것으로 착안한다. 이렇게 하면 마치 기계와 같이 자신의 관심을 정기적으로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가 만들어진다. 

  나의 경우 뉴스를 가장 작은 바퀴, 음악 관련 사이트를 그 다음 큰 바퀴, 그리고 제일 큰 바퀴는 공모전이나 아르바이트나 장학금 같은 정보를 담은 사이트로 하겠다. 뉴스를 30번 보면 음악 사이트를 10번 보고 그와 동시에 능력계발 정보 사이트를 2번 본다. 조금 잔인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을 그룹으로 나누어 태엽에 집어넣어 돌릴 수도 있다. 그렇고 그런 사람은 가끔 만나고, 친하고 도움 되는 사람은 자주 만나는 그런 식의 생활도 계획을 통해 가능해질 수 있다. 나는 되도록 내게 부족한 따뜻한 마음을 키우기 위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지만.

  나아가 위에서 착안한 침 그리고 태엽은 실제 눈에 보이는 제품으로 만들어졌을 때 계획적인 삶을 돕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본다. 50cmX30cmX10cm 정도의 플라스틱 판 위에 태엽을 놓고 각 태엽은 아래에 있는 색색깔의 '행운의 바퀴'와 연결되어 있다. 행운의 바퀴 위에는 방문할 웹 사이트의 로고가 써 있다. 태엽이 한 바퀴 돌면 행운의 바퀴가 한 칸 이동하고, 한 칸 이동했을 때 행운의 바퀴 중간의 버튼에 불이 켜지면 그 버튼을 손으로 눌러 모니터에 웹사이트를 띄운다. 웹사이트를 다 봤으면 레버를 당기는데, 레버를 당기면 가장 작은 태엽을 기준으로 한 바퀴 움직인다. 레버는 한번에 1회만 당길 수 있으며 버튼에 불이 켜져 있으면 그 버튼을 누른 다음에만 레버를 당길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컴퓨터 옆에 tangible user interface를 가진 기기를 놓아두면 정기적으로 즐겨찾기에 등록해 놓은 사이트를 방문하는 고된 작업을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윤번제를 잠깐 얘기했지만 윤번제는 정치에서 사용하는 방법이다. 사회를 구성함으로써 방법의 실효성이 나타나는 방법이다. 개인의 습관을 혼자의 힘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치에서 사용하는 방법이 잘 통하지 않는다. 의지가 약한 사람에게 통하지 않는 방법은 습관에서 사용하는 방법이 될 수 없다. 

  관심의 대상을 정기적으로 순회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심의 대상에 대한 편리한 접근성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위에서 말한 관심의 실행 가능성과는 다르다. 관심의 대상을 실행할지 말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결정하는 그 단계로 나를 이끄는 힘이 접근성이다. tangible user interface는 이 접근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구상해 보았다. 무엇이든 습관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접근성, 이것만 잊지 않으면 되겠다. 그리고 관심의 대상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더 개방적으로 사고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범주를 나눌 때 기준을 조금 더 신중하게 적용한다면 지속적인 관심을 잘 가질 줄 아는 멋진 사람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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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webzer님>

    대학 생활 중에도, 그 이전에도 항상 하는 실수가 있다. 누구나 다음과 같은 상황에 놓여 자신의 의지 박약을 탓한 적이 있을 것이다. 전공 진입을 앞두고 학점을 잘 맞아 놓아야 하는 학기의 기말고사가 3주 앞으로 다가오자 하루종일 학교에서 나누어준 프린트만 계속 봤다. 방학 중에 학원을 하나 끊어 놓고 그곳만 다녀오면 그 다음은 몸이 쭉 풀려 계속 놀았다. 엄마나 여자친구가 부탁한 일을 별로 힘들지 않게 끝내놓은 다음 곧바로 내 할일 하러 도망간다. 타인에 의해 설정해 놓은 일정량의 목표가 생기면 그 목표를 달성함과 동시에 의지를 툭 잘라내 버리는 심리, 어떻게 보면 주어진 것 만큼 하고 남은 시간은 자기가 편한 대로 쓸 수 있는 미국식 생활방식의 기본 원칙과도 같지만 지금 내가 말하고 있는 것은 자기계발에서의 차원이다. 남은 시간에 내가 편하다고 놀면서 시간을 보내는 때가 절대 좋을 수 없는 상황임을 가정하고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결론에서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이런 모습은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실수이지만 반드시 개선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자발적으로 충분히 실행 가능한 행동의 양을 20이라고 했을 때 우리에게 당장 주어진 의무는 15 정도이다. 추가로 5를 더 달성해도 내일의 일정이나 컨디션 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추가적인 5는 나에게 다른 사람들을 앞서갈 엄청난 추진력을 주고, 남들의 6개월이 나의 3개월처럼 느껴지게 하는 분량이다. 하지만 15가 주어지면 우리는 15를 충족하고 만족하여 더 이상의 충족을 기피하고 혐오한다. 주어진 컵에 우유를 다 따랐으니 오늘의 분량은 이걸로 끝이다는 생각을 한다. 눈앞에 보이는 기준을 맹신하고 그것을 적극 긍정한다. 그 기준은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고, 나의 잠재력을 절대 최대한으로 끌어올리지 못할 만큼 어느 정도 쉽게 봐주고 묵인해 주는 기준이다.

  그래서일까, 자기가 주도하여 계획을 세우고 내가 추진한 일정과 내 손으로 얻어낸 정보는 대학교 학기 중에 바쁠 때에는 없다. 학기 시작으로 바쁜 3월과 시험 준비로 바쁜 시험 전 2주 동안의 프랭클린 플래너 속지를 보면 텅텅 비어 있다. 학교에서 주는 활동량이 있기 때문에 그 이상으로 내가 학업을 점층하려는 욕구보다는 주어진 것을 끝냈으니 남는 시간에 놀자는 욕구가 더 우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허한 하루를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자기주도적 발전의 시각에서만 공허한 페이지는 잘못되었고, 사회에 잘 적응하는지를 평가하자면 주어진 것을 다 끝내는 일은 박수 받을 일이다. 그런데 적어도 시스템 다이어리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공허한 페이지는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야 한다.

  나는 의지가 약한 나의 한계를 존중하면서도 자기주도적 발전의 시각으로 계획을 멋지게 하고 싶다. 그래서 나의 선택은 타인의 요구나 타인이 설정한 목표가 없는 시기를 타서 그 시기에 자발적으로 행동을 하는 것이었다. 오직 그 날의 성과는 내가 목표 설정부터 달성과 평가까지 총 책임을 지는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가장 열심히 행동하는 전략을 생각해 내었다. 나중에 시간이 흐르면 타인의 기준으로 나를 바라보기 때문에 의지가 쇠약해짐을 알기에 지금 움직인 것이다. 단지 시기만 조정했을 뿐인데 이를 통한 자기주도적 행동의 양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플래너에 나로부터 유래한 창조적인 생각이 계속 빼곡히 적혀 나가게 되었다.
 
  의지를 높이기 위해서 사람들은 흔히들 주변의 응원을 받거나 격려를 받거나 자신의 무능에 분노하거나 타인과 자신을 비교한다. 짧은 시간 안에는 변할 수 없는 자신의 절대적인 능력과 잠재력을 더 높게 설정하고 무언가 더 임팩트가 큰 일을 찾아보려고 한다. 자기의 성취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과 마음가짐은 모두 자기 안에서만 존재하는 허상이다. 쉽게 부풀릴 수 있지만 조직이 허약하여 금방 수그러든다. 그래서 허상을 만들지 않고 자신의 현재 모습을 인정하는 조건 하에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중 한 방법이 위에서 말한 시기 조정이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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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htoo @ CC

  시작은 적극적이나 그 다음의 모든 과정은 수동적인 리액션으로 일을 많이 처리하는 사람이 성공하기 쉽다. 우선 적극적인 시작이 중요한데, 이는 무슨 일이든 시작을 하기 위해서는 의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다음에 있는 수동적인 리액션은 앞서 말한 것처럼 당연한 덕목은 아니지만 의지가 쉽게 식는 일반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특별히 어떤 일을 해야겠다는 다짐이나 이 일을 오늘 안에 끝내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관념 없이 바람이 부는 대로 따라가듯 계획한 일을 차근차근 해 나가는 것이다. 

  처음에 어떤 일을 일정 기간에 거쳐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일은 큰 의지가 필요한 적극적인 일이다. 그에 따라 우리는 주기적으로 책을 몇 페이지씩 공부하거나, 운동을 몇 가지 동작으로 30분씩 하거나, 하루에 2000원씩 편의점에서 사먹는 돈을 아끼곤 한다. 이렇게 자기의 힘으로 계획한 일을 실천할 때에는 적극적인 추진을 버리고 수동적인 떠밀림을 느껴보아야 한다. 원래 이렇게 하곤 하던 일이니까 오늘도 똑같이 이렇게 움직인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수동적으로 끌려다니면서 진척을 이루어나가도록 자신을 제어하는 것도 능력이다. 이렇게 수동적으로 끌려다니는 상황을 완벽히 조성하게 되면 그 때는 자신이 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가질 수도 있는 회의감을 전부 깨끗이 없애게 된다. 그리고 지금 이 일보다 더 가치 있어보이는 일이 순간의 판단으로 곁을 지나가더라도 자신이 자율적으로 계획을 수정할 수 있다는 자신감 또한 없어지게 되어 결국은 애초에 계획해 놓았던 대로 순항할 수 있다.

  그냥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주어진 일을 묵묵히 수행해 나가면 계획한 바를 모두 이룰 수 있다. 공부에 있어서도 소처럼 공부하는 게 제일이라고 하는 어른들의 말은 괜한 말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 계획을 할 때, 즉 적극적인 시작이 있는 부분에 계획에 대한 회의감이 추후에 생기지 않도록 충분한 검토를 거칠 필요가 있다. 검토는 처음에만 하고 일단 계획이 만들어지면 그것에 토를 달지 않는 자세가 계획한 바를 현실적으로 이루어내는 데 있어 중요하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억지로 즐기려 하지도 말고, 너무 하기 싫어 안달이 나지도 말고 그냥 입가에 약간의 미소를 띤 상태로 묵묵히 수행해 보자. 이것이 의도한 수동적 태도이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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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시간표입니다. 원래는 그냥 평범한 시간표에 Franklin Planner 속지 모양으로 디자인만 짝퉁 Monticello로 해놓은 거였는데
어제 밤 작업을 통해 조금 바꾸었어요. 바로 공강과 쉬는 시간에 주기적으로 갈 장소 또한 시간표에 적어넣었습니다.

  대학교 시간표는 학기마다 달라지고 또 교실과 수업 시간이 요일마다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에 특히나 9월 첫 2주간은 적응하는 데 애를 많이 먹습니다. 조금만 정보를 하나 빠뜨리면 꼭 뽑아 와야 하는 프린트를 안 가져오기 십상이고 가방과 사물함과 집을 왔다갔다하는 책과 공책 때문에 혼란스러워져 결국에는 포기하고 모든 책과 프린트를 커다란 백팩 안에 넣고 무겁게 다니곤 합니다. 저같이 통학을 하는 사람들은 무거운 짐을 들고 다니면 그것이 장기적으로 사라지지 않는 피로의 근원이 되기 때문에 항상 적게 짐을 가지고 다녀야 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사물함을 잘 이용해야 합니다.

  시간표에 공강 시간에 갈 장소를 써넣는 것은 누구나 다 합니다. 주로 동아리에 관련된 일이 많습니다. 하지만 어느 시각에 어떤 책/프린트를 내려놓거나 혹은 챙기는지에 대한 정보를 일주일의 주기 안에 집어넣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듯합니다. 일주일 안에도 책이나 프린트를 사물함에 넣어놓고 집에 오는 날과 집으로 챙겨오는 날이 나뉘고 그러한 날들이 하나의 흐름을 만듭니다. 흐름을 한 번만 잘못 타면 귀찮게 학교에 갔다와야 하기도 하고 어쩌면 내일 제출해야 하는 숙제를 하나도 진행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일주일의 흐름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시간표에 '사물함에 들렀다 가는 시간'을 표시해 놓습니다.
  저는 이전에 단장으로 있던 학생자문단 동아리방을 사물함 겸 사무실 겸 동아리방으로 쓰면서 그곳에서 공부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있는데, 그래서 아예 시간표에 동아리방 들르는 시간을 파란색으로 표시해 놓았습니다. 빨간색은 So What 동아리방에 가는 시간이구요, 초록색은 점심을 먹는 시간을 뜻합니다. 그리고 이중 파란색이 가장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월요일 모든 수업이 다 끝나면 동아리방에 들르지 않지만 수요일 저녁에는 동아리방에 들러 제 물건 몇개를 챙겨 집으로 가야 합니다. 이런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수요일 9교시 아래에 파란색으로 표시를 해 두었습니다.

 
  시간표에 색깔과 직사각형으로 형상화해 놓은 정보는 최대한 단순하면서도 명료하게 전달되어야 하는 시간표의 특성을 반영하여 구성되었고, 한 학기동안 고정된다는 시간표의 성격에 맞게 매주 주기적으로 꼭 계획대로 실현할 수 있는 시간대만 색깔 영역 표시를 해 놓았습니다. 하지만 시간표의 단점이 있다면 그것은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없다는 점과 특정 정보를 기억해내야 하는 시점에 나에게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내가 먼저 찾아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저는 핸드폰의 '일정' 기능을 활용합니다.

  핸드폰과 알람시계와 같은 기계가 가져온 놀라운 변화는 인간이 스스로를 통제할 감시관을 아주 적은 비용으로 가까이에 두어 그를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일을 진행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항상 어떤 값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지켜보기에는 너무나도 자유분방한 인간들을 위해 극도의 지루함을 묵묵히 견뎌내는 기계가 등장했습니다. 어젯밤 '일정' 기능을 쓰면서 속으로 많은 것을 느꼈어요.

시간: 오전 08:30
주기: 매주 월요일
내용: 자료분석 필기공책 up

시간: 오후 02:52
주기: 매주 화요일
내용: 미국정치와외교 새프린트 확인

시간: 오후 12:00
주기: 매주 수요일
내용: 경영정보시스템 OR확정모델 up

(up은 알람을 받은 장소에서 물건을 챙기라는 뜻)

  이런 식으로 '딱히 알람이 없더라도 알아서 잘 안 까먹고 잘 할 수 있는 일' (예를 들어 수업이 끝나면 자연스레 집에 간다던지, 가방이 무거우니 자연스레 물건을 책장에 꽂아넣는 등의 일) 을 제외하고 '꼭 해야 되기 때문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알람이 필요한 일'들을 일주일을 주기로 하는 일정으로 등록해 놓으면 처음 적응기간에 많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지금 많이 정신이 없어서 대학교 갈 때마다 옆에 매니저가 동반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제가 연예인도 아니고 그건 불가능하잖아요?

  대학 생활을 할 때 뿐만 아니라 나중에 직장에 가거나 어떤 장기간의 캠프에 가거나 여행을 갈 때에도 초반의 적응기간 동안만큼은 조금 우스꽝스럽더라도 아주 치밀하게 일정을 세팅하고 표를 작성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나중에는 저절로 모든 할 일에 대해 적응이 되어서 아무 것도 참고하지 않더라도 잘 알아서 할 수 있겠지만 말이죠~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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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것은 분명 좋은 습관이고, 어떤 일을 최대의 효율로 달성하기 위해 필요하다. 특히나 요즘과 같이 어떤 특정한 한 분야에만 집중하여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를 바라는 시대에서는 한 우물만 파는 자세가 성공의 중요한 열쇠이다. 그중에서 대학생들은 언제나 자신이 서 있는 곳을 기준으로 과거의 사람들이 바래온 '팔방미인'의 가치를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미래의 사람들이 바랄 '전문가'의 가치를 받아들일 것인지 헷갈려하고 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적어도 자기의 삶만 가지고 생각해보았을 때 조금 더 자기 하는 일에 사명감을 갖고 더 많은 만족감을 얻고 더 많이 기록으로 남기고 더 많이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한 우물만 파는 것이 훨씬 좋다. 자기가 하는 일이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나 취미로 혹은 놀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닌 '모든 사람들을 위한 재화와 서비스를 만들어내거나 혹은 만들기를 준비하는 일'을 말한다. 회사에서 회의를 하며 아이디어를 내놓거나 아르바이트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빠른 시간 내에 만드는 일뿐만 아니라, 지금 컴퓨터 앞에 앉은 나의 블로그 포스팅이나 대학생의 학교 공부 그리고 자기만의 능력을 위해 곁가지로 배우는 웹디자인이나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같은 일들 말이다.

  살면서 우리는 밥상 위에 반찬을 계속해서 차려 놓는다. 주위를 보는 눈은 기술의 혜택으로 더 넓어졌기에 하고 싶은 일은 많아지고 걸어가는 우리들의 손을 붙잡는 호객꾼은 온오프라인 전방에서 수백 명으로 늘어났다. 그런 유혹에 이끌려 우리는 일을 시작한다. 물론 처음에 시작하는 것이므로 좋은 반찬을 예쁜 그릇에 담아 상에 올려놓는다. 만약 그런 일들이 주로 내 스스로 하는 일이 아니라 다른 기관의 도움을 받아 그 기관에 돈을 지불하는 일일 경우가 대다수라면, (예를 들어 갑자기 살을 빼야 한다는 충동에 시작한 댄스 강좌라던가, 평소에는 관심 없었는데 주위에서 다들 사서 나도 한번 사보는 하이탑 스타일 등등) 차려놓고 먹지는 않아 결국 썩어버릴 반찬들을 상 위에 올려놓는 셈이 된다. 반찬을 상에 올려놓았으면 우리는 주식인 밥과 함께 그 반찬을 오늘 안에 다 먹어야 하는데, 그게 너무 많아지면 다 먹지 못한다.

  우리가 인간이 아니라 컴퓨터와 같은 기계라면 MS 윈도우처럼 작업표시줄에 여러 프로그램을 띄워놓고 모두 꾸준히 관리하면서 실행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우리는 멀티태스킹을 할 수 없다. 1분도 안 걸릴 작은 일이라면 멀티태스킹이 가능하지만 여기서 말하고 있는 '자기가 하는 일'은 몇주 혹은 몇달, 심지어 몇년에 걸쳐서 하기로 계획하는 일을 말한다. 컴퓨터조차 멀티태스킹을 많이 하면 CPU가 분산되어 속도가 느려지는데, 인간은 어떻게 되겠는가. 아예 다운을 먹고 시스템 강제종료행이다. 성취하고 기록하는 것 하나 없이 돈과 시간만 날리고 피로만 쌓인다.

  이러한 위기를 인식하고 한 가지 일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그 첫걸음은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스스로 겸손하게 인정하는 데서 나온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컴퓨터와 같이 멀티태스킹을 할 수 없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일은 많이 있어야 고작 3개 정도에 불과하다, 라는 생각을 먼저 하고 있자. 밥상에는 밥과 국 그리고 세 첩 반찬만 올려놓는다고 먼저 자기를 제약하는 것이다. 나중에 배고프면 그때 가서 더 사먹던지 하자는 여유분을 남겨놓고서 일단 밥상에 올린 반찬 세 첩은 골고루 깨끗이 다 먹는다고 생각하자. 이를 통해 우리는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들은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는 보증을 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첫째로 중요한 목표이고 그를 위해서는 한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내가 전에 '안하기로 결정한 일'이라는 포스트를 쓴 적이 기억 나는데, 그것 또한 이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또한 중요한 두 번째 걸음은 지금 내가 정신과 신경을 일정량 할당해야 하는 일들 중 끝낼 수 있는 것들을 빨리 끝내고 없애는 것이다. 앞으로 몇달 간 외국 여행을 떠날 내가 마지막으로 집안의 가스나 등이나 콘센트 등을 점검할 때의 느낌을 되살려, 그 느낌으로 잡다한 일들을 모두 없애고 무결성의 공간을 남겨놓아야 한다. 집중이란 한 가지 일에만 정신과 신경을 쓰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하는 일 말고 다른 일들이 많다면 그 일들에 대해 각각 한 번씩 정신이 갔다 왔다를 계속 반복하게 되고 이런 상태에서는 집중이 불가능하다. 여기서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은 여러 가지 일을 한다면 그만큼 계획을 잘 세워서 여러 가지 일을 모두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착각이다. 판이하게 다른 여러 가지 일들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적어도 여러 가지 일들을 동시에 잘 하려면 몇몇 일들은 한가지 큰 일의 하위 분야거나 혹은 직접적으로 연관된 분야여야 한다. 사람의 정신과 습관이 계획을 따라잡지 못하면 그 계획은 유용성이 하나도 없는 계획이다. 예전에 방학시간표를 세울 때 느꼈던 그 느낌을 되살려보면 이 이야기는 하고 또 하는 지루한 이야기다.

  나아가 현재 자기가 집중한 그 한가지 일의 강도를 세차게 높여서 내가 그 일에 몰입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중에는 내가 그 일을 예전에는 혼자 쉬엄쉬엄 했는데 이제부터 그 일의 성취도를 다른 사람이 평가하도록 하거나, 평소에 하던 일을 어떤 시험 점수나 자격증과 연관시키거나, 그 일을 주변 친구들과 같이 하는 것으로 범위를 확장하여 시너지 효과를 내거나, 하는 일을 블로그나 커뮤니티 등에 광고하거나, 하는 일을 비즈니스 차원으로 승격시켜 조금 더 구체적인 시스템이나 디자인을 도입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 이렇게 하면 집중한 일들의 성취감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이 방법을 많이 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방은 티끌 하나 없는 도시 안의 건물 속 하얀 방이다. 외부의 자연환경에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함부로 아무나 들어오지 않으며 천장과 벽에서는 보일러와 에어컨이 측정된 온도와 습도에 따라 지속적으로 균형을 맞추어가고 있는 평온한 방, 만약 그런 방이 있다면 나는 최고로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주의가 분산될 염려가 전혀 없는 공간은 적어도 나에게는 상상 속에서만 만나볼 수 있을 뿐이다. 복잡하고 어지러진 현실 속에서 그래도 최대한 뾰족하고 깔끔한 공간을 만들어내는 노력이 있기에 그에 따른 대가가 지속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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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략 이렇게 생겼습니다.
저번 학기때도 만들어서 썼는데 이번에도 쓰고 있습니다.
프랭클린 플래너의 몬티첼로(Monticello) 속지 모양으로 왼쪽 여백을 디자인했습니다.
Add Noise 50% Monochromatic -> Emboss -> 새 레이어 만들고 남색과 회색으로 Fill -> Blending Mode를 Multiply, Opacity 80%로 변경.

2008 Fall Semester 라는 글씨는 Harlow Solid Italic이라는 글꼴입니다. 안 가지고 있는 분들도 있을 것 같네요.
각 시간표 셀 안의 글씨는 모두 Type Layer로 만들어 놓았으니 이 Type Layer를 수정하면 될 것입니다.

Compact 사이즈 프랭클린 플래너의 속지는 다들 아시다시피 10.8 x 17.2 (cm) 입니다. 따라서 이 psd 파일은 10.8 x 17.2로 만들어져 있으며, 인쇄를 할 때 꼭 Scale을 100%로 하고 Scale to fit media에 체크를 해제해야 합니다.

6공 펀치는 왼쪽 여백에 뚫어주시면 되구요, 프랭클린 플래너 속지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왼쪽 위, 왼쪽 아래 0.5cm 모서리를 가위로 둥글게 잘라 주시면 더 이쁜 속지가 됩니다.

속지 다운로드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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