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댄스를 함께 연습한 대학교 사람들과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를 보러 갔다. 대학로, 소극장, 역동적인 B-Boy 공연도 격식 있는 발레 공연도 아니었다. 그저 어린이를 위한 공연처럼 보일 수 있는 내용의 1시간 20분짜리 짧은 연극이었다. 처음에 느꼈던 약간의 당황스러움과 초반에 느꼈던 지루함이 나를 엄습했지만, 공연 속의 배우들의 대사와 움직임에 귀와 눈을 가져다 대고 있으면 이내 그 속의 메시지를 잡아낼 수 있었다. 이 공연이 어린이를 위한 연극에 불과했다면 악당을 물리치거나 선한 편이 이기는 해피엔딩과 함께 그저 그 ‘결말’만을 어린 관객들에게 심어주고 끝날 것이다. 하지만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의 핵심은 난장이가 가지고 있었던 사랑의 방법이며, 그것이 비록 짝사랑이고 주변 난장이들에게 멋지게 드러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춤과 몸짓이라는 언어를 통하여 표현되고 전달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소문이나 평론을 주워듣기로는 이 공연에 어머니들이 아들, 딸 손을 잡고 보러 오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다. 물론 그 아들과 딸들도 난장이가 특별한 언어를 통해 이루지 못한 사랑을 아름답게 승화시키며 비극적 결말을 맞았고, 그것이 왕자와 공주의 해후라는 해피엔딩보다 더 중요한 주제임은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난장이가 춤으로 메시지를 전달한 이유가 단지 태생적으로 말을 못 해서일까에 대해 고민하는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이러한 고민은 훨씬 자란 이후에야 스스로 느끼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대학생이 되어 우리는 수없이 많이 말로 사람들을 상대할 기회를 갖는다. 정신없는 새내기배움터부터 시작해서 경험 삼아 하는 미팅, 어눌한 파워포인트 자료와 함께하는 프레젠테이션, 그리고 교수님과의 면담과 선배들과의 대화, 나아가서 연인과의 속삭임까지 대학생이라는 신분 혹은 그 정도의 나이에 이르렀을 때 말을 사용하는 범위는 사방으로 넓어진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서로의 마음이 오가는 감정 섞인 말을 주고받을 때 상대방이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잘못 해석하여 상처를 남기는 경우가 있다. 말이 갖는 불완전성, 혹은 말을 완벽히 활용할 수 없는 우리들의 잘못 탓이다.

  이럴 때에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감정을 전달하기 위한 다른 방법을 떠올리곤 한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상징이다. 선물을 건네주거나, 함께 여행을 가거나 경치를 감상하거나, 음악을 들려주거나 영화를 보여준다. 이러한 일들은 우리들이 충분히 겪어본 일들이고 감정의 울림이 있는 감동은 이러한 경우에 달랑 말뿐인 경우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안다. 하지만 언제 우리들이 몸짓으로 상대방에게 마음이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메시지를 전달해 본적이 있는가. 춤은 어떻게 보면 우리네 대학생들에게 가장 일상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상징 언어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더 극중 반달이의 춤이 우리와는 거리감을 둔 것처럼 보이고 우스꽝스럽게 보인 것이다. 처음에는 낯선 풍경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기가 그렇게 어렵다. 하지만 춤 또한 하나의 언어와 같은 것이라 자연스럽게 생각하니 무대 위의 반달이의 연기 또한 자연스럽게 다가왔고, 반달이가 말을 못한다는 설정이 더욱 난장이의 짝사랑을 분명히 와 닿게 만든 것 같다. 

  공연의 줄거리는 단순했다. 안개숲 난장이 집에 들어온 공주를 좋아하게 된 난장이 반달이는 공주의 목숨을 위협하려는 여왕의 음모와 계략에 의해 당하기만 하는 공주를 구하기 위해 몸 바쳐 돌본다. 하지만 이웃나라 왕자가 공주를 구하기 위해 필요하게 되자 반달이는 공주의 마음을 적극적인 왕자에게 빼앗기게 되고 짝사랑에 슬퍼하여 몸져누워 안개꽃밭에 묻히게 된다. 중간에 등장하는 음악도 내가 가끔씩 보러 갔던 뮤지컬에 비하면 너무나도 단순하고 심지어 90년대 General MIDI와 같은 사운드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주제는 유치한 듯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매우 진지하고 어른의 시각으로 보아야만 깊게 음미할 수 있는 그러한 주제였다. 그렇기 때문에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는 대학로 소극장에서 공연을 한 것이다.

  예전에 이러한 주제와 이러한 구성을 가진 또 하나의 국내 창작 뮤지컬 ‘컨츄리보이 스캣’을 본 적이 있다. 참 신기하게도 이 ‘컨츄리보이 스캣’ 또한 바다 세계에 우연히 들어온 소년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메시지를 시적인 가사가 담긴 노래와 신나는 비트를 통해 표현하면서 사람들과의 소통을 회복하고 사랑을 쟁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버드나무 소리, 바람이 언덕을 타고 넘는 소리 등을 스캣(재즈 음악에서 보컬이 즉흥적으로 부르는 한 프레이즈나 테마. ‘컨츄리보이 스캣’에서는 락에 스캣을 담아내었다)으로 표현하면서 자유를 노래한 것으로 기억한다. 이 창작 뮤지컬 또한 그때 당시에는 참 웃겼지만, 지금에 와서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쟁이’와 함께 곱씹어 보니 동종의 심오한 주제를 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아직 20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1년을 말과 말 그리고 말 속에 파묻혀 지내면서 말로 표현하는 언어의 불완전성과 위험성을 느끼고 항상 언어에서 실수를 하는 스스로를 보아 왔다. 그러한 경험이 있기에 이번 공연은 뜻 깊은 메시지를 다시금 전달해 주었고, 그래서 나는 공연 관람에 만족한다. 물론 춤이 말을 보완할 수 있는 훌륭한 언어가 된다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따로 곱게 싸들고 공연장을 나왔다.

알고보니 이 공연 정말 유명하구나

반달님 최인경씨 20대의 절반을 반달이로 보내셨다니 존경스럽습니다 ^^
아 사진 흔들려서 ㅠㅠ 아쉬워요 정말로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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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mmy belgian waffle

 

예전엔 느끼지 못했는데 살면서 조금씩 느끼기 시작합니다 

좀 더 개성을 가지고 싶다, 좀 더 튀고 싶다, 좀 더 남들과 달라지고 싶다 

그러한 좀 더 뭐뭐한 영역은 점점 커지고 커져 이제는 저의 블로그까지 넘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저는 자유롭게 블로그를 만들 수 있는 티스토리로 가기로 했습니다 

물론 반년 정도의 기간에 걸쳐서 천천히 말이죠 

 

이 티스토리 태터툴즈 텍스트큐브 MySQL 어쩌구저쩌구 블라블라 @#%!!#$!@#* 하는 것들 때문에 배우는 데 걸리는 기간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어요 

그래서 네이버 블로그 포스팅할 때 가끔(아주 가끔! 이라고 장담은 못하겠습니다ㅠㅠ) 그림, 음악, 동영상 등등 없이 썰렁할 수도 있어요

빨리 티스토리로 이사 준비 잘해서 집들이 꼭 부를게요 여러분 

그날이 오면 슈퍼타이랑 던킨도너츠 많이 사들고 오세요

먼지 폴폴 날리는 마키아또의 새 블로그 '와플 메이커' 

wafflemaker.tistory.com

 

언젠가 www.wafflemaker.com으로 만들어 하나의 진짜 웹사이트화 도 생각하고 있습니다.아 이거 사이트 이미 누가 먹었군요! 그렇다면 www.wafflemaker.net  은? 이것도 먹었군요! 이런

 - 와플 메이커란 이름은 20분 간 고민하다 떠오른 거에요. 제목 짓기 정말 힘든 거 같아요. 하지만 결과물이 나왔으니 대만족!

와플 메이커에는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어낸다는 부지런한 이미지도 있고, 벨기에 와플이라는 신사적이고 달콤한 이미지도 있고, 격자모양으로 대량생산(☞☜)하는 걸로 미루어보아 체계적이면서 지적인 느낌도 주고, 카페에서 부드러운 조명 아래 연인이나 친구와 함께 먹으니까 편안한 이미지도 있어서 아무튼 그러한 이유에 따라 제목을 '와플 메이커'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이 아이디어 저작권 달고 싶어요 크크

 아무튼, 아직은 제 주소가 여기니까 여기로 계속 와주세요, 하고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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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7. 4.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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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strud를 부르는 이하나 동영상을 보고 저번에 못 갔던 그랜드민트 페스티벌이 갑자기 생각난다. 아아 혼자라도 갈걸

  저 커다랗게 울렁이는 함성은 따뜻하다 못해 더웠던 그 주말의 기운을 전달해준다 으헉

  혼자 가도 재밌었을텐데 그랜드민트페스티벌

  민트페이퍼 리뷰어 대뜸 신청해놓고 고작 중간고사 때문에 민트페이퍼의 가장 큰 연례행사에 불참하다니 난 참 예의없는 것들이다.

  진문희씨 죄송합니다 ㅠㅠ 앞으로 민트페스타랑 파스텔 뮤직 공연들 열심히 봐야겠어요.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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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So What 정기공연을 위해 만든 포스터.
아트팀 3명과 주영누나까지 합쳐서 (수민이는 대를 잇기 위해 후견인) 4명이서 각자 이렇게 목요일까지 후보를 만들어오기로 하였다
그때 얘기했던 어두운 푸른 하늘 유지하고 검은 실루엣으로 트럼펫 주자를 넣었고, 불그스름하게 요동치는 악보 (이건 무려 진짜 Miles Davis의 솔로를 적어넣은 Transcript다) 그리고 파일럿의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손목시계의 skeleton을 넣어 보았다. 노란색의 제목은 푸르딩딩한 멍 색깔의 하늘과 대조하기 위해 보색으로서 노란색을 사용한 것이고, 영문 폰트로 변형한 뒤 M과 s와 y의 끝에 브러쉬로 연장선을 긋고 400% 확대해서 폰트의 붓질을 그대로 옮겨오기 위한 노가다 작업을 했다.

고로 만드는 데 2시간 반 걸렸다. 흐흐흐


아래의 그림은 그동안 우리들이 치열하게 고민해온 흔적들
(클릭하시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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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6일부터 준비하여 오늘 드디어 영상을 다 만들었습니다.
한동안 안 쓰던 Adobe Premiere를 다시 쓰려니까 적응 기간이 오래 걸려서 40초짜리 영상을 만드는데 무려 5일이나 걸렸습니다. 사실 그것보다는 처음에 무작정 프로그램만 띄워놓고 아무 생각 없이 영상을 제작하려고 마음만 앞서서 괜히 시간을 낭비한 생각이 듭니다.

이번 영상 제작을 통해 다시 한번 동영상 한 편을 제작할 때에 많은 자료 수집과 아이디어 및 스토리라인 구상이 소프트웨어 기술에 손을 대기 이전에 풍부하게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 두 편의 영상은 모두 9월 10일 연세대학교 동아리연합회 행사 때 상영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많이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

40초
♬ Barry Manilow - Singin' with the Big Bands
 

5분
♬ GRP All Star Big Band - Manteca



더보기 메뉴 안에는 이번 영상의 제작과정이 들어있습니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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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의 여자 핸드볼 준결승전을 본 사람들은 판정이 얼마나 자의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확실히 느꼈을 겁니다. 버저비터가 없고 경기종료 버저가 울리기 전에 공이 골라인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그 골은 무효라는 규칙도 있는 상황에서, 핸드볼은 100m달리기처럼 정교한 비디오 판독 장치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그처럼 판정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걸 가지고 무조건 재경기를 해라..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제청은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정교한 판독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이미 결정된 법적 합의'(무슨 용어가 있었는데 까먹었네요) 때문에 심판의 판정이 절대로 옳다고 말한 네이버 댓글의 어떤 법대생의 말도 생각나구요.

  하지만 제청을 하고 무언가 국제사회에 이의를 제기할 때 항상 아쉬웠던 점은 우리나라가 북유럽이나 캐나다처럼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을 충분히 많이 동원하고 올림픽위원회나 IHF뿐만 아니라 다른 관련 기관에도 함께 이의를 제기하면서 공식적인 외교 활동의 폭을 넓혀나가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네이버에서 댓글이 10분에 총 1851개가 올라왔는데 그렇게 올라와서 뭐하나요, 다음 아고라에 공식 제소하자고 누가 서명안을 제출했는데 그것이 어떤 도움이 되겠습니까. 이럴 때일수록 올림픽을 주최하는 공식 기관 그리고 상대팀이었던 노르웨이의 공식 기관으로 다방면으로 직접 찾아가는 해결책이 필요한 때인데 말이죠. 오늘 당장 한국 내에서 해결책을 만들어 스포츠만 하던 사람들도 외교적 수완을 발휘하도록 주위에서 도와주어야 하겠습니다. 저는 그럴 힘이 못 되니 지금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의 똑똑한 분들이 협력에 참여하시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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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노르웨이 핸드볼 연맹 www.handball.no)

   구글에서 뒤져서 찾은 노르웨이 핸드볼 연맹(forbund는 association이라는 뜻이래요) 사이트입니다. 나름 웹사이트 사전 노가다로 풀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노르웨이어지만 그것은 쉽지 않더군요. 하지만 노르웨이 측도 판정에 따르면 이겼지만 두고보면 찝찝한 마음을 기사에서 감출 수가 없었던 듯합니다. 계속 protestere, protest라는 단어가 보이고 현재 분쟁이 이렇게 진행중이다, 라는 차분한 분석적 문장이 '우리는 이겨서 결승에 진출한다. 예~' 식의 환호의 문장보다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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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사용한 사전입니다.
http://lexin.no/lexin.html?ui-lang=eng&dict=nbo-eng-maxi&checked-languages=N&checked-languages=B

  물론 이 사이트뿐만 아니라 다른 사이트도 알아보면서 일단 노르웨이 측의 반응을 살피는게 지금 할 수 있는 일 중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언어를 알아야 하기 때문에 스칸디나비아어를 전공하신 분들의 도움이 필요할 것입니다.
 
 과연 영어 가지고 모든 게 풀릴까요? 더 많은 정보 수집을 위해서는 불편하더라도 다른 나라 말을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이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노르웨이가 한국 공식 기관의 한글로 된 입장정리를 읽지 못하면 그것은 노르웨이의 손해겠지요. 더 많이 알아야 상대의 허점을 지적하고 우리를 유리한 쪽으로 기울일 수 있을 것입니다. 비단 이번 핸드볼 문제뿐만 아니라 독도와 같은 다른 국제 분쟁에서도 그러한 다방면의 정보 수집 의욕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금 독도 수비대는 아주 잘하고 있습니다! 화이팅!)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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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의 캠프 알바를 시작하고 나서 아이들이 등교하는 첫날을 맞은 8월 4일, 이날은 참 여러 가지가 발표되는 날이었습니다. 계절학기 성적도 나오고, 제가 처음 학생들과 담임 교사 분을 뵙고 이야기를 전해듣는 날이기도 해서 여러 가지로 마음이 뒤숭숭했습니다. 그리고 이날은 지난 7월 31일까지 모집을 했던 민트페이퍼 live paraid 공연 리뷰어의 최종 합격자 발표가 나오는 날이었습니다.
  오후 3시쯤 메일을 확인해 보았는데 저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한 메일이 한 통 왔어요. 최종적으로 공연 리뷰어 4명을 뽑았는데 그중 제가 있었습니다. 민트페이퍼에서는 합격자에게 개별 공지를 한다고 해서 저는 처음에 핸드폰만 붙잡고 있었는데 뜻밖에 메일로 좋은 소식을 접하게 되어 무척 기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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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트페이퍼(www.mintpaper.com)는 모던한 삶을 꿈꾸는 모든 남녀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음악과 아티스트 그리고 공연의 정보를 볼 수 있는 사이트입니다. 강남에 힙합과 하우스가 있다면 홍대에는 모던락이 있습니다. 그리고 모던락의 허브 역할을 맡고자 떠오른 사이트가 바로 이 민트페이퍼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노원구에 살고 있고, 학교 근처에 홍대가 있고, 1학년 때 밴드 활동을 두 군데에서나 했기에 홍대에 더 끌린 것은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창문을 열면 중랑천 건너 보이는 도봉동에 요조 누나가 살아서? 도 이유가 될 수 있겠습니다)

  민트페이퍼를 운영하는 MPMG(Master Plan Music Group // www.mpmg.co.kr)는 음반제작, 유통 관련 업무 및 공연 계획과 아티스트 홍보를 담당하는 회사로 이곳에서 개최하는 가장 큰 행사로는 그랜드민트 페스티벌이 있습니다. 작년에 시작해서 올해로 두 번째가 될 텐데요, 제가 보기에는 20대 중후반의 수도권에 거주하는 나긋나긋한 성격의 사람들이 민트페이퍼와 그랜드민트페스티벌, 그리고 그에 줄줄이 딸려 나오는 민트라디오와 라이브 퍼레이드를 좋아하는 고정 팬 층인 것 같습니다. 유희열, 이한철 옹 등 기존에 활동하던 아티스트 분들도 이곳 민트페이퍼를 통해 새로운 아티스트들을 끌어주고 홍보하는 역할을 하고 계십니다.  
 

<민트페이퍼 초기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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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paraid - review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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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와 다른 세 분 (아직 만나뵙지 못했습니다)은 바로 이곳에 글을 쓰게 됩니다. 무엇보다 저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제가 좋아하는 공연을 맘껏 볼 수 있고, 그리고 블로그를 통해 경력과 내적 측면 모두에서 더욱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참 기쁩니다. 앞으로 공연을 보러 간 다음 글을 쓰면 제 블로그에도 꼭 올려놓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고등학교에 있기에 이번 주에 있을 리뷰어 모임에 못 가게 되어서 죄송할 따름이지만 캠프 일이 끝나면 바로 홍대로 가볼 예정입니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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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나서 처음으로 지갑을 도난당했다. 오늘 아침 일찍 집에서 나와 9시 20분에 백양관의 교수님 오피스에서 잠깐의 회의를 갖기까지의 1시간 20분 사이에 발생한 도난 사건은 나에게 충격의 원인이자 깨달음의 근원이었다. 원래 지갑이 도난당하면 나는 마구 화를 낼 거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나는 금방 침착해졌다. 지하철과 버스를 타던 중에 누군가 나의 지갑을 슬쩍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나의 머리는 많은 사색으로 가득찼다. 물론 지갑을 잃어버렸으니 당황스럽고 슬프긴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다시 대책을 세우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나는 평소에 매우 쪼잔하다고 생각했던 내가 이렇게 낙천적으로 변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사건의 시작은 이렇다. 아침에 교수님 오피스에서 회의를 가진 다음 나는 대강당으로 가서 채플 출석을 위해 지갑을 꺼내려 했다.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 내가 메고 다니는 에어워크 가방의 앞주머니가 텅 빈 채로 지퍼가 열려 있었다. 앞으로 3분 후면 대강당 입장이 끝나기 때문에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쌍시옷 단어를 주문처럼 더듬어대며 당황하다 쿵쿵 뛰는 심장으로 결국 대강당의 자리에 앉았다. 그 순간 나는 여러 가지 상황을 가정해 보았다. 첫째는 집에서 지갑을 안 가져온 상황이다. 오늘 아침에는 허둥지둥 나오다보니 지갑을 넣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었고, 내가 지갑을 가방에 넣었다는 확실한 기억이 머리 속에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 가정이 가능했다. 둘째는 걸어가면서 지갑을 떨어뜨린 상황이다. 하지만 몸을 요동치며 바쁘게 뛰어다니지 않는 이상 이는 불가능하다. 마지막 상황은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소매치기를 당한 상황이다. 처음엔 설마 내가 소매치기를 당했을까라고 자신을 위로하며 결국 남은 선택지는 첫째 상황이라고 단정지었다.

  채플이 끝나고 곧바로 수업을 듣는 2시간 동안에도 나는 지갑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잊었다. 사실 오늘 밤에 영화 약속을 해 놓아서 지갑이 오늘 반드시 필요했지만, 수업이 3시에 끝나므로 7시에 만나기 전 4시간 동안 집에 가서 지갑을 찾고 다시 오면 되겠다고 낙관적으로 생각했다. 지갑에 대한 근심은 내가 집 현관문에 들어서고 나서부터 하기로 유보해놓았다. 일단은 수업을 열심히 듣자고 생각했다. 내가 집에 들어와 집 안에 내 지갑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기 전까지는 지갑에 대한 근심은 불필요하다. 쓸데없는 근심은 가지치기 하듯 없애야 한다. 최대한 낙관적으로 생각해도 그 낙관이 아무 생각 없는 비합리적인 낙관으로 변질되지 않는 한 나는 긍정적인 사고를 갖기로 했다.

  하지만 집에 전화해본 결과 할머니께서는 내 방에 지갑을 못 찾으셨다고 말하셨다. 이 말을 듣고 나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그래도 내가 직접 집에 가면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약간의 희망은 남겨두었다. 이때 나는 친구와의 영화 약속은 취소했다. 일단 친구에게는 내 지갑이 소매치기를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갑이 없으면 사람의 하루 일정을 바꿀 정도로 지갑은 위대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귀중품은 괜히 귀중품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귀중품은 한 사람의 능력과 가능성의 범위를 결정적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상품이다. 핸드폰, 지갑, 프랭클린 플래너, 드럼 스틱.. 나에게 귀중품은 이런 것들이다.

  결국 우리 반 친구들에게 밥을 얻어먹고 나는 근심 속에 집으로 왔다. 지갑은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물론 근심 속에 집으로 올 때부터 나는 정말로 집에 지갑이 없을 거란 가능성을 90% 정도 상정해 놓은 채 대책 마련에 고심했다. 지갑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는 화가 치밀었고 소매치기가 원망스러웠다. 생계형 범죄의 희생양은 나 말고 이 세상 누군가라고만 막연하게 생각했던 내가 막상 일을 당해보니 당황스럽고 화날 수밖에 없다. 순간적으로 나는 저소득층에 대한 혐오감과 재분배 정책에 대한 반감으로까지 완전 자유주의적 사상의 정점을 찔러 보았지만 이내 제정신을 찾았다.

  저녁이 되어 나는 자중하고 동사무소로 가서 주민등록증을 재발급받아 왔다. 학생증과 은행 카드는 내일 재발급받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그냥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 사실 내 지갑에는 별 거 없다. 추억이 담긴 딱 한장 뿐인 사진, 누구나 마음껏 긁을 수 있는 신용 카드 같은 건 없다. 하지만 그 지갑이 비록 예전에 선물받은 지갑이지만 '구찌'라는 사실과 어제 친척에게 받은 돈이 그 지갑 안에 고스란히 들어있었다는 사실은 나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지갑이 '구찌'인 게 다시금 그리워져서 그런지 명품과 관련해서 생각을 해본다. 이제부터 나는 명품같은 건 들고 다니거나 걸치고 다니지 않기로 했다. 어떤 생활방식을 유지하는 사람은 그의 생활방식에 대응하는 소비행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풋풋한 고등학생이 평소에 용돈을 모아서 아무 것도 사먹지 않다가 갑자기 명품 지갑을 사서 갖고 다니는 모습은 어울리지 않는다. 생활방식과 소비행태는 비례하기 때문에 그러한 행동은 어리석다. 나와 같이 통학을 하는 대학생은 비싸 보이는 지갑이나 가방을 들고 다니기를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도난 우려를 항상 마음에 품고 도시의 무서운 주위 사람들에게 수수하게 보여야 한다. 명품은 자가용이나 택시를 타고 다니거나 김기사를 부르는 어른들의 것이다. 시장에서 팔고 나 또한 그 상품을 살 돈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해서 그 상품을 살 정당성이 나에게 완전히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대학생이라면 상품으로 매력을 드러내기보다 자신의 학력이나 특기, 성격 등으로 매력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사건을 통해 나의 지론으로 굳어졌다.

  오늘 지갑 없이 몇 시간을 시내에서 돌아다니는 일은 그렇게 긴장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의 지갑이 사라진 후에는 일종의 안도감이 긴장감의 뒤를 이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무소유'의 정신을 일부 맛보는 순간인 듯했다. 잃어버린 지갑과 그 내용물을 찾으려는 생각은 애초에 없어졌다. 내 돈 뺏어간 인간아, 그걸로 좋은 여관방 잡아서 잘 자거라. 소매치기범은 정말 나쁜 사람이지만, 나는 크게 화나지 않았다. 다만 세상의 무서움을 모르고 살았던 자신을 반성할 뿐이다. 그리고 나서 나는 오늘의 깨달음을 소중히 간직한다.

2007. 11. 12.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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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뮤지컬 '뮤직 인 마이 하트'를 봤다.

  스토리는 한 여류 뮤지컬 작가가 작품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남자를 좋아하게 되어 여러 가지 난관 끝에 결국 사랑에 골인하게 되는 매우 단순한 스토리지만, 이 뮤지컬의 묘미는 뮤지컬 작가의 마음 속을 매우 생생하고 공감 있게 보여주는 데에 있었다.

  작가의 상상의 세계에는 4명의 친구가 있는데, 이들은 작가와 끊임없이 대화하고 교류하고, 작가의 마음을 노래와 춤으로 표현해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해준다. 특히 남자 주인공 배우 (박형준 役)와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이들 '친구들'의 연기는 빛을 발했다. 무대의 양쪽 구석에서는 두 명이 자판을 두드리며 대화를 하고, 그 대화가 전달해주는 의미를 무대 중간의 '친구들'이 각각 남자와 여자의 마음 역할을 맡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아름다운 미모와 목소리의 여자 주인공도 이 공연의 매력 포인트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공연을 최고의 공연으로 만들어준 주역은 바로 주인공 작가의 친구들이다. 짧고 짧은 역할을 다양하게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그들은 무대에서 사라진 뒤 분주히 옷을 갈아입고 목소리 톤을 바꾸려 노력했을 것이다.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해줄 만큼 빠른 배역의 전환이 뮤지컬 속의 단순한 대화를 역동적이고 눈에 직접 보이게 만들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뮤지컬이 내일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는 것. 나중에 대학로에서 새로운 배우들로 다시 찾아올 때 그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 바란다. 

2007.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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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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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고 싶다.


한살만 더 먹고 떳떳하게 남들 앞에서 동생의 체면을 버리고 그들을 압도하고 싶다. 친구로서 다가가 나의 모든 생활을 공개하고, 그들과의 웃음 섞인 공감을 얻어냄으로써 거리낌 없이 따뜻한 인간관계를 만들고 싶다. 카리스마를 가진 남성적인 이미지를 무기로 내가 좋아하는 이성에게 자신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술집에 들어갈 때 아무런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고 친구들과 그저 즐기기 위하여 주어진 시간에 아무런 걱정 없이 풀어지고 싶다. 장난을 치고 사소한 농담을 주고받고, 같은 나이의 또래가 가졌던 예전의 기억들을 되새겨보면서 하하 웃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 나이가 어리면 죄가 되는, 썩어빠졌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관습을 걷어 차버리고 싶다. 선배가 조금 더 편한 존재로 느껴지는 내가 되고 싶다. 친구를 직장 동료가 아닌 옆집 아이로서 부르고 싶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올 때 서로의 어깨에 서로의 팔을 얹어놓고 '우리는 모두 똑같은 친구, 영원한 친구' 를 모두들 속으로 외치며 걷고 싶다.


조금 더 평범한 남자가 되고 싶다.


고등학교의 기억이 다른 친구들과 거의 일치하는 내가 되고 싶다.  누나들에게 둘러싸이기보다는 형과 남자 친구들에게 둘러싸이고 싶다. 사춘기를 제대로 겪어보았기에 그것을 즐거운 추억이나 로맨스로 승화시킬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레디메이드 인생이 지겹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계획과 계산 없이 감정을 툭툭 내뱉는 말만 가지고도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30대 초반에 들어선 어른들이 가지는 취향에 안주하지 않고 10대와 20대의 경계선에 있는 보편적인 한국의 인간들이 느끼는 감정을 아무런 거부반응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다. 바람직한 아이가 아닌 멋있는 청년이 되고 싶다. 귀엽다는 이미지를 지구 저편으로 걷어차고 진지하고 고독한 이미지도 밟아버리고 싶다. 내 의도대로 혹은 의도하지 않은 방향대로 마음대로 망가져도 그것이 흉이 되지 않고 어색함이 되지 않고 웃음으로 넘길 수 있는 가벼운 유머가 되어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다.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일이 끊임없이 있을 때에도 나의 공부나 일에 아무런 지장이 없도록 인간관계의 영역에 있어서 극도로 충실해지고 싶다. 약속이 2개가 겹쳐서 친구들과의 약속을 희생하지 않고 싶다. 그리고 평범한 남자이기 때문에 더해지는 매력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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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좀 속이 시원하네.

2007.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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