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됨

칼럼/관계 2013. 9. 20. 14:08

 기업 회장, 외교관, 예능인, 그리고 그 외에 우리가 싹싹하고 말 잘한다고 하는 사람들은 아래의 글에 크게 공감할 것이다. 세련됨이 무엇인지를 규범과 같이 소개하는 17세기 프랑스 에세이다.


사교계 사람들은 모든 일에 대해, 경우에 따라서는 전혀 모르는 일에 대해서도 어쩔 수 없이 한마디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진짜 사교계 사람이라면 자신의 작품을 완성하는 일 이외에는 아무 관심도 없는 전문적인 장인(匠人)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 멋있는 신사라면 자신이 하려는 일에 완벽을 기하기보다는 그러한 일에서 완전히 해방되어 있다는 생각이 훨씬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명문가에서 태어나고 멋진 생활 습관을 가진 데서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여유 있는 태도를 가진 사람들은 어려운 일에 휩쓸리더라도 자연스럽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그 일은 자신에게는 별 일 아니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도록 처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

메레, 『매력에 관해』


 전문적인 장인을 엔지니어로, 사교계 사람을 컨설턴트라고 하면 지금의 버전이 될까?

 하지만 그 둘의 접점에 설 수 있는 사람에게 요구되는 세련됨 역시 위에서 말하는 멋있는 신사의 자질일 것이다.


또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글이 있었으니 소개해볼까 한다.

새로운 문화 매개자들(문화활동 지도자, 놀이와 문화의 지도자 등)이 이루어낸 혁신적 방법의 대부분은 일상적인 학교교육 방식을 거부하고 있는데, 기성 쁘띠 부르주아지계급이 학력자본은 상대적으로 많지만 문화적 유산은 상대적으로 미약한 편인 반면, 신흥 쁘띠 부르주아지(예술가도 이들에 포함된다)는 문화유산은 많은 반면 학력자본은 상대적으로 미약한 사실을 간파한다면 그 이유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순수한 지식을 시험해보면 파리의 초등학교 교사들(지방의 소규모 초등학교 교사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소경영자들, 지방의 의사 또는 파리의 골동품상들은, 언제나 학교를 통한 취득 방식에 따라 다니는 신중함이나 조심스러움, 절도(節度)에 대한 의식(意識)과 같은 요소보다는 오히려 자신감과 후각(Flair) 더욱이 지식을 덮어서 감추기 위한 허세 등을 요구하는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보다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열등함을 알 수 있다. .... 아주 특징적인 모습이나 외양, 언행, 자세, 독특한 말투나 어투, 매너나 상투어를 갖고 있는 한 리셉션이나 회의, 인터뷰, 논쟁, 세미나, 위원회, 협의회 등 오늘날 가장 중시되는 시장에서 그 나름대로 하나의 위치를 고수할 수 있다.

피에르 부르디외, 『구별짓기』, 최종철 옮김, 새물결, p. 178.


 회사 채용을 할 때 신흥 쁘띠 부르주아지형 직원을 채용하고자 하는 기업은 학점을 별로 안 보고 면접을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다. (가장 먼저 생각난 기업이 CJ E&M이었다) 아울러, 기성 쁘띠 부르주아지계급과 같은 사람을 원하는 곳에서는 학력이 높을수록 좋을 것이다. (고시를 보는 모든 직종과 대학원 이상의 유명 대학 학위를 선호하는 기업 및 연구원) 자기 성향을 알고 그에 따라 내가 취득할 문화자본과 학력자본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그렇게 목표를 달성한 나를 원하는 일자리가 곧 내가 가고 싶은 일자리임을 보장하기 위해 중요하다.





Posted by 마키아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