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적성을 알아보기 위해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직업적성 검사를 해 보았다. 결과는 사무형, 조직 속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데 최고의 수완을 발휘한다. 사무형은 감정에 호소할 필요가 없이 완벽히 이성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직장, 오직 나의 직무에 충실하며 다른 사람에게 아부할 필요가 최소한으로 낮아지는 직장에 어울리는 적성이다. 옛날부터 대한민국 정부나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었던 나는 나의 이상에 나의 현실이 같은 방향으로 따라가고 있다는 사실에 기뻤다.

  어렸을 때부터 방 청소는 안 해도 정리는 반드시 했던 나였다. 옛날의 나는 평소에 어떤 일을 하며 시간을 때웠는지 생각해 보았는데, 옛날의 나는 책을 종류별로 책꽂이에 꽂아놓기, 책상 위의 물건 배치 바꾸기, 컴퓨터의 문서를 이용하기 편리하게 정리하기 등의 지극히 사무적인 일을 일종의 유흥으로 삼고 있었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내 주위의 세상이 규칙과 원칙에 입각하여 아무런 실수 없이 완벽하게 돌아가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었다. 그래서 그러한 미덕은 내 주위의 세상은 물론 내 주위의 사람들에게까지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는 그 사람들 사이의 예절과 원칙이 있어야 나의 마음도 편안했다. 나아가 나는 단순히 말로만 이야기해서는 조직이 유지될 수가 없고 반드시 제도와 문서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믿어 왔다.


  그래서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나는 지금에 이르러 GLPS PA 일을 하고 있다. PA란 Program Assistant의 약자로, 고등학교에서 열리는 초등학생/중학생 영어 캠프에 프로그램 행정 관련 조수로 참가하는 민족사관고 재학생과 졸업생을 지칭한다. 이곳에서 나는 동료 선배들과 친구들 그리고 후배들과 완벽한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 모든 제도와 PA의 활동 지침을 문서로 작성하여 본부장 PA 선배님을 도와드리는 일을 맡아 하고 있다.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지만, 이 일을 함으로써 PA들이 하나로 뭉쳐질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기 때문에 나는 이 일에 최선을 다한다. 지금 다니는 대학교에서도 나는 나의 적성에 따라 갈 길을 결정했다. 단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학부대학 학생자문단은 학부대학 행정 관련 부처와 함께 힘을 합하여 대학교 1학년생들의 수업 제도에 관한 문제점을 조사하고 보고하는 단체다. 내가 사랑하는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나의 적성을 좀 더 살릴 수 있는 일을 맡게 되어서 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다. 이렇게 나는 꼼꼼한 행정가가 되기 위해 작은 조직에서부터 일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고등학교의 선배님들과 황형주 선생님, 그리고 대학교의 교수님들의 조언을 새겨들으며 조직 속에서 일을 맡아 처리하는 모든 과정을 배우는 일은 참 가치있는 일이다.


  나의 맡은 일에 충실하던 중 나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내가 가고 싶은 직장에서는 문서의 전달과 정보 처리, 직장 동료간의 커뮤니케이션과 논의를 통한 생산적인 제도 정립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외교통상부 채용정보 사이트에서 알아냈다. 그곳에 링크되어 있던 외교통상부 특별채용 설명회 동영상에서 사회자가 심층면접 이후에 있을 역량평가에 대해 설명을 했는데, 역량평가에 필요한 자료를 읽어보니 과연 조직 내에서의 사무 처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다.


  처음에 나는 이러한 꼼꼼한 성격과 어느 직장에서나 조직관리와 행정적 업무는 중요하다는 사실 때문에 행정학과에 가려 했다. 하지만 꼭 행정학과를 가야 나의 적성에 맞는 직장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님을 알고서 나는 생각을 바꾸었다. 앞으로도 진로에 대해 끊임없이 구체적인 자료를 찾아보면서 조사할 것이지만, 항상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 무언가를 배우겠다는 자세로 일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 그리고 작은 조직에서부터 나의 일하는 능력을 길러나가 나중에 정부기관과 같은 큰 조직에 몸을 담겠다는 꿈은 절대로 잃지 않겠다.


2007. 8. 7.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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