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경성스캔들'에서 선우완(강지환 役)과 나여경(한지민 役)의 대화를 들어본 후 완의 대사(완의 대사만 썼기 때문에 이게 무슨 말인가 할 수도 있다)와 함께 순간 순간 느낀 점을 써 보았다.

개인적으로 선우완이라는 인물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 글을 써본다.

아, 나의 요지는 이것이다. 완이가 구사하는 '톡톡 쏘아붙이기'는 삶이 너무나도 단조롭고 순수하고 진지해지는 것을 막고 재미있고 유쾌하고 매력적이 되도록 만드는 방법이며, 삶 속에서 항상 쓰지는 않고 언제나 '엔진의 윤활유'나 '스테이크의 소스' 정도로만 기능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언제나 단조롭고 착하고 속마음이 뻔히 보이고 진지한 말투만 구사했던 나도 이러한 화법을 배워보면 어떨까 한다. 그리고 여기서 화자가 남자와 여자라고 해서 내가 여자들에게 잘 접근하는 법을 익히려고 한다는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 그런데 남자 또한 '남자'이고 생물학적인 '반쪽'이기에,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를 대상으로 한 대화에서 최적의 대화 기술과 기타 여러 가지 대인기술이 다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대화에 비해 훨씬 더 많이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내가 지금 대화 기술을 익힌다고 했는데, 대화 기술만 익히려는 교활한 심보로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은 전혀 통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말을 해야 살아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 것 같다. 말로써 분위기와 상황을 조종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지.

...

(졸린 목소리로) 이런 남자방에 튀어들어온 건 너야. 그러니까 나가야 할 사람은 너지 내가 아니라구.

 아직도 안 나갔냐 너? 그만큼 도와줬으면 됐잖아. 내 옷까지 입혀줘야 돼?

 너 혹시 지금 그걸 감사의 말이라고 하는 거냐?

집에 권총 말고 또 이상한 거 숨겨 놨구만. 거짓말 진짜 못하네. 그래가지고 독립투사 될 수 있겠어?

실패한다고 누가 그래. 걔 이름이 뭐야, 조마자?

조마자씨. 조마자씨~ 조~마~자~씨~

천하의 차송주를 누가?

선우완의 영원한 디바를 무시하는 그 개자식이 누군데?

여기서는 가장 높은 사람과 가장 낮은 사람이 나누어졌다. 말 한마디를 통해 성주는 선우완의 영원한 디바가 되었고, 저편에는 선우완이 짓밟은 '개자식'이 있다. 자신과 대화하는 사람이 듣기 좋은 말을 하는 기술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

걸면 넘어올래?

잊을 리가 있나.

아니 이런 우연이. 여기가 마자씨 서점이었어?

아니 이런! 이런 우연이 있나~

아니 나는 한복 명인에게 한복을 맞추러 왔을 뿐인데 왜이러시냐고 물으시냐면 한복을 맞추러 왔다고 말할 수밖에.

아니 세상에 이런 인연이!

너무 맛있게 먹고 있으니까 신경쓰지 마세요.

이제야 나한테 관심이 생기는 건가?

심각하지 않은 상황에서 누가 무엇을 물어보면 그 질문에 답하는 것은 최소의 요구조건이며, 톡톡 쏘는 답을 완벽히 구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말 한 마디를 던져야 한다. 서로 새로운 말을 던져준다는 것은 곧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두 사람이 겉으로는 언쟁을 벌이는 것처럼 보여도 그 언쟁이 두 사람의 자존심이나 물질적 가치 등을 훼손하지 않을 때에는 언쟁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악화시킨다고 볼 수 없다.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그 사람을 싫어하고 그 사람의 생각을 부정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언쟁이 관계 형성을 매우 많이 억제시키지만, 상대방이 마음에 들 때에도 얼마든지 언쟁은 할 수 있다. 그러한 경우를 잘 살펴 보아 톡톡 쏘는 답을 던져 주어야 한다.


(어른 남자는 복싱을 할 수 있대요) 나?

(난처)꼬마야. 이건 형이..

그래도 일단 한번 복싱을 해보려는 이 자세가 필요하다.

꼬마야. 형이 고무신 하나 사줄까? 저 물 건너온 걸로?

에이 내가 얼굴 때리지 말랬지 섀키야!

다른 사람을 때리고 우리 편 사람들이 좋아하는 식의 기쁨도 즐거운 삶을 위한 순간의 윤활유가 될 수 있다.

(완전 좋아하는 완. 소리 지른다)


아니, 결승 진출했다고 펄쩍펄쩍 뛰면서 좋아한 게 누군데?

솥단지도 받았겠다, 진지하고 심각한 문제(꼬마에게 돈을 벌어다주기. 꼬마는 이제 솥뚜껑을 팔아서 엄마에게 고무신을 사주면 된다)는 해결되었다. 그러니 심각하지 않은 유쾌한 말싸움이 가능하다. 만약 솥뚜껑을 따지 못했을 때, 즉 선결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을 때 완이 위의 대사를 날린다면 상황은 매우 심각하고 부정적으로 흐를 것이다. 여경씨가 진짜 화날 것이다.

황소만한 사내들하고 하루종일 주먹질한 사람한테 너무한 거 아니야?

두 사람에게 모두 좋은 상황이 지금 펼쳐지고 있는데도 말은 '순진하고 긍정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 여경씨는 완이의 대답이 항상 자신이 생각할 수 없는 범위에 있기 때문에 그에게 매력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이 비록 말싸움을 할지라도 주변의 사람들이 그 말싸움을 보고 기분이 흐뭇할 때, 그 말싸움은 행복을 위한 긍정적인 말싸움이 된다. 심각하지 않기 때문에 주위 사람이 흐뭇해할 수 있다.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했을 때 대답에는 크게 두가지 종류가 있다. 일반적인 대답과 톡톡 쏘는 대답. 일반적인 대답이라면 '에이, 이정도야 뭐 기회가 오면 없었던 힘도 막 생기고 그러는 거죠 허허'일 것이다. 어른들에게서 배운 기초적인 예절이다. 겸손한 사양. 하지만 예절보다 톡톡 쏘는 매력이 더 중요한 때가 있다. 그래서 여기서 우리의 완이는 '병주고 약주십니까 지금?' 으로 대꾸한다. 흔히 여자들이 나쁜 남자를 좋아한다고 하는데, 이제야 생각해보니 남자들이 이렇게 말을 톡톡 쏘아 매력적으로 보이고 결국 여자들에게 쉽게 호감을 얻는 것에서 그 말이 유래된 것 같다. 다시 예절 이야기로 돌아가자. 예절이란 그 상황에서 그 사람에게 그 예절을 표하지 않을 경우 그 사람과 심각하게 부정적인 관계에 놓이게  되는 경우에서 쓰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기 때문에 우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예절을 우선적으로 표해야 한다. 나의 말이 예의없는 말이 전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참고로 설명했다.


하긴, 나를 링 위로 끌어들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더라.

대화 한 마디에서 주어를 찾아보자. '나'가 아니라 '너'다. 나는 평소에 대화를 할 때 모든 대화의 60%는 주어가 '나'였고, 20%는 주어가 '이 자리에 없는 제 3인'이었고, 나머지 20%만 주어가 '너'였다. 상대방을 꼭 기쁘게 한다기보다는 상대방에게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 상대방과 친해지기 위한 대화의 실마리이다. 그리고 나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지고 있는 주어가 '너'일 때, 금상첨화로 '너'가 주어인 문장이 서너개씩 나오면서 '너'를 칭찬해주거나 놀라게 해 주거나 기쁘게 해 주거나 흥분시켜 준다면, '너'의 기분은 매우 행복할 것이다. 이 사람이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구나. 라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이,  말로만? 음료수 한잔 사. 너 때문에 땀을 한바가지 쏟았더니 갈증 나 죽겠어.

그리고 우리의 완이는 전체적으로 표정이 다양하고 제스처가 크고 목소리가 크다. 사람 냄새 풍기며 살아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나는 평소에 공적인 자리에 있을 때에는 무표정이고 동작이 작고 목소리가 차분했다. 필요한 말만 하고 말을 아꼈다. 그래서 사람답지 않다, 차갑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이제 와서 무지하게 고치고 싶은 나의 고질적인 모습이나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내가 이런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일까? 글로나마 해결책을 찾는 일 말이다.


내여자한테 손 대지 마.

하나님 대신 내가 증명하지.

...마, 맞아. 그런 것까지 이런 사람들 앞에서 구구절절이 설명할 필요는 없잖아. 끝까지 명예를 지켜주고 싶었는데, 미안해 마자.

매번 느끼는 거지만, 너는 생명의 은인을 다루는 솜씨가 참 남다르다.

이건 관심인가? 아님 질투?

(우리 둘이 입을 맞춰놔야..) 입맞추자며.

(소리를 지르겠어요!) 오바는..

상대방에게 말을 톡톡 쏘아붙이기 위해서는 내가 충실히 대화의 주체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느낌이 든다. 상대방의 발언에 응답하는 것이 대화의 주된 방법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 같다. 상대방의 발언 뒤에 내가 취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앞의 발언에 논리적 연결관계를 가진 응답을 내놓기가 첫째 방법이고, 침묵으로 응대하기가 둘째 방법이고, 그리고 내 말을 새로 하는 것이 셋째 방법이다. 그리고 그중 셋째 방법을 가끔씩 써서 첫째 방법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경청의 자세'에 일종의 '소스'를 가미해준다면 참 매력적인 대화의 기술이 완성되지 않을까 한다.

밥 줄 생각도 없는 주인에게 열심히 꼬리 치는 멍멍이 노릇 관두겠다고.


(독백. 톡톡 쏘아붙이기는 아니지만) 훗, 그래 내가 졌다. 잘 살아라. 죽지 말고. 배신 당하지도 말고, 변절하지도 말고, 누구처럼 밀고도 하지 말고, 너라도 조국을 위해 당당히 살아라.


깜!! 짝이야! 진작 좀..

(여경씨 풀려난 걸 알면서도)그걸 내가 어떻게 알어?

성공은 무슨, 내기는 오늘로 끝이야! 끝! 쫑! 디 엔드!

아~~ 그놈의 쌀타령! 내가 사줄게. 그걸로 밥도 사먹고 떡도 쪄먹어. 됐냐?

역시 말을 쉽게 해야 매력이 있다.

먹은 거 다 뱃살로 가라!

이 서점은 이런 저질스러운 잡지 안 들여놓습니다. 이거 흘리지 말고 얼른 가세요. 얼른!

그리고 속삭이며 자상하게 말하는 것도 맨날 한다면 좋지많은 않은 것 같다. 너무 부드러워서 그 사람의 속마음이 솔직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내가 평소에 자상한 말투로 많이 속삭여보았지만 이제 와서 내가 그런 걸 느낀다니, 나의 판단에 열 명 중 일곱 명 이상은 동의할 것이다.

기억해둬. 연애는 조국해방투쟁의 가장 강력한 위장전술이라는 사실을.

탄원서요?.. 제가 탄원서를 써드릴테니까 이쪽으로 오세요. 제가 이래뵈도 특종 전문 기잡니다. 독자들을 감동시키던 글빨로 면회 담당자를 설득해 볼게요. .. 탄원서가 이게 또 도입 부분이 중요하거든요.


......

드라마의 인물들도 진지한 모습과 이렇게 천진난만한 모습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사람이 한 모습만, 하나의 자아만 가지고 있다면 재미가 없다. 그래서 아직도 다양한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자는 나의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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