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고 싶다.


한살만 더 먹고 떳떳하게 남들 앞에서 동생의 체면을 버리고 그들을 압도하고 싶다. 친구로서 다가가 나의 모든 생활을 공개하고, 그들과의 웃음 섞인 공감을 얻어냄으로써 거리낌 없이 따뜻한 인간관계를 만들고 싶다. 카리스마를 가진 남성적인 이미지를 무기로 내가 좋아하는 이성에게 자신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술집에 들어갈 때 아무런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고 친구들과 그저 즐기기 위하여 주어진 시간에 아무런 걱정 없이 풀어지고 싶다. 장난을 치고 사소한 농담을 주고받고, 같은 나이의 또래가 가졌던 예전의 기억들을 되새겨보면서 하하 웃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 나이가 어리면 죄가 되는, 썩어빠졌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관습을 걷어 차버리고 싶다. 선배가 조금 더 편한 존재로 느껴지는 내가 되고 싶다. 친구를 직장 동료가 아닌 옆집 아이로서 부르고 싶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올 때 서로의 어깨에 서로의 팔을 얹어놓고 '우리는 모두 똑같은 친구, 영원한 친구' 를 모두들 속으로 외치며 걷고 싶다.


조금 더 평범한 남자가 되고 싶다.


고등학교의 기억이 다른 친구들과 거의 일치하는 내가 되고 싶다.  누나들에게 둘러싸이기보다는 형과 남자 친구들에게 둘러싸이고 싶다. 사춘기를 제대로 겪어보았기에 그것을 즐거운 추억이나 로맨스로 승화시킬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레디메이드 인생이 지겹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계획과 계산 없이 감정을 툭툭 내뱉는 말만 가지고도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30대 초반에 들어선 어른들이 가지는 취향에 안주하지 않고 10대와 20대의 경계선에 있는 보편적인 한국의 인간들이 느끼는 감정을 아무런 거부반응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다. 바람직한 아이가 아닌 멋있는 청년이 되고 싶다. 귀엽다는 이미지를 지구 저편으로 걷어차고 진지하고 고독한 이미지도 밟아버리고 싶다. 내 의도대로 혹은 의도하지 않은 방향대로 마음대로 망가져도 그것이 흉이 되지 않고 어색함이 되지 않고 웃음으로 넘길 수 있는 가벼운 유머가 되어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다.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일이 끊임없이 있을 때에도 나의 공부나 일에 아무런 지장이 없도록 인간관계의 영역에 있어서 극도로 충실해지고 싶다. 약속이 2개가 겹쳐서 친구들과의 약속을 희생하지 않고 싶다. 그리고 평범한 남자이기 때문에 더해지는 매력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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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좀 속이 시원하네.

2007.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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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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